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19살 첫 투표, 벚꽃처럼 피다 지는 설렘

<갈릴레이 서클>의 19살 182명 대상 설문, 86.3% 첫 투표에 ‘설렌다’ 응답 … ‘1인 2표’ 아는 비율 36.8% 등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정치’ 만드는 사회
등록 2016-04-14 14:49 수정 2020-05-03 07:17

청춘은 정치를 알고 싶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이 준비한 총선 특별기획 2탄의 주인공은 만 19살 첫 투표자를 포함한 20대다.
우리는 이미 2주 전 제1105호 표지이야기 ‘어버이 손에 달렸다’에서 60대 이상 노인들의 정치의식을 분석한 바 있다. 한국전쟁과 개발시대를 거친 그들은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하고, 국가의 위기를 안보 문제로 직결시켜, 보수 정당 지지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들의 생애사가 그들의 정치의식을 결정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20살 전후 청년들은 어떨까. 그들의 정치의식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들의 생애에 어떤 일이 있어났기에 그런 정치의식을 갖게 됐을까. 그리고 그들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왔을까.
20대 스스로 만들어 활동 중인 독립미디어 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구, 광주, 강원도 원주를 다니며 20대 청년을 만나고, 19살 첫 투표자들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을 벌였으며, 그 가운데 몇몇을 모아 좌담을 진행했다.
일련의 취재를 통해,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으려는 20대들이 있다는 점, 그러나 그 정치 지향은 아직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점, 제 신념에 기초한 정치 행위를 벌이기에는 아주 오랫동안 ‘정치적 진공’ 상태에서 지내왔다는 점 등을 알 수 있었다.
청년 실업을 포함한 경제문제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이번 총선의 결과는 그들 청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정치에 대해 잘 모르고, 알고 싶어도 알아내는 방법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으며, 알아봤으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요즘 청년들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곧잘 비판하지만, 그 책임은 그들을 탈정치화한 사회시스템에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그 대안으로 독일의 정치교육을 소개한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정치 성향을 파악해보도록 돕는 인터랙티브도 곁들인다.
취재 취재팀, 송호진·이완 기자, 편집 신윤동욱 기자, 디자인 장광석

‘만 19살’은 한국의 공직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첫 나이다. 생애 첫 투표 과정에서 느낀 경험이 이후 이들의 정치 참여 의식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이 정치와 어떻게 만나며, 정치와 선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생애 첫 투표자들이 결국 한국 사회의 방향을 결정지을 유권자층을 형성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제20대 총선과 한국 정치는 얼마나 매력적이었을까? 이들이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데 왜 투표율은 절반?

청년 독립미디어 의 ‘첫 투표자 취재팀’은 생애 첫 투표자들의 국회의원선거(총선) 관련 인식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성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만 19살 유권자’들의 인식이 우리 정치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는 지난 3월21~27일 7일간 진행됐다. 설문조사는 이 총선을 앞두고 띄운 ‘모비딕 프로젝트 페이스북’에서 이뤄졌다. 설문 대상자는 제20대 총선일을 기준으로 만 19살(1996년 4월14일~1997년 4월13일 출생자)인 유권자로 한정했다. 응답자 수는 총 182명이었다. 표본 수집 환경, 표본 수에서 일정 부분 한계가 있지만 만 19살 유권자 인식의 일면을 살피는 데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응답자들은 생애 첫 투표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고 정치에 대한 관심도 적지 않았지만, 정확한 선거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정치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고 응답했고, 자신처럼 정치에 대해 제한된 정보를 가진 친구들과 주로 선거 이야기를 나눈다고 답했다. 만 19살 유권자의 절반가량만 실제 투표에 임하는 현실에는 이런 요인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들에게 첫 투표를 맞는 기분이 어떤지, 투표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제20대 총선이 생애 첫 투표라는 사실에 얼마나 설레나’란 물음에 ‘설레지 않는다’는 응답은 13%에 불과했다. 설렘의 정도가 ‘보통 이상’(‘매우 설렌다’ ‘다소 설렌다’ 응답 포함)이라는 응답은 86.3%에 달했다. 첫 투표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총선 투표에 참여할 의향에 대해서도 86.8%가 ‘투표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투표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이들(182명 중 158명)만 대상으로 투표하려는 이유를 묻자, ‘국민의 권리’(69%)라는 항목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25.3%)란 답은 그 뒤를 이었다.

복지에 관심, 정치에도 관심

하지만 첫 투표에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던 응답자들에게 총선과 정치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묻자 첫 투표에 대한 기대감과는 다소 다른 응답 결과가 나왔다.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향이 포착된 것이다.

‘총선은 누구를 선출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약 86%가 정답(국회의원)을 맞혔지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의 차이를 아는가’라는 물음에는 34.6%가 ‘모른다’고 답했다.

총선에서 ‘1인 2표’(1표는 소속 지역구 후보에게, 다른 1표는 지지 정당에 투표)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도 꽤 많았다. ‘총선에서 1인당 몇 표를 행사하는가’를 묻는 질문의 정답자(1인 2표)는 36.8%에 그쳤다. 1표를 찍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응답자(41.2%)가 가장 많았으며, ‘잘 모른다’를 택한 이들(17.6%)도 있었다. 현재 자신이 속한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을 모른다는 이(65.4%)도 많았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4년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아는 응답자는 79.7%(182명 중 142명)였다.

정치와 선거에 대해 제한적이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가진 이들이 선거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은 주변 친구(47.8%)였다. 하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는 친구들의 47.2%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 편이라고 답했다.

국내 정치문화와 국회의원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대다수가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정치문화가 ‘건전하다’고 답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건전하지 않다’는 응답률이 86.3%나 차지했다. 국회의원의 호감도와 신뢰도의 정도를 ‘1(매우 부정)~5(매우 긍정)’까지 5단계로 나눠 질문했는데, 두 항목 모두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호감도의 경우 부정적 구간(1~2)을 택한 응답이 67.5%였고, 신뢰도의 경우 ‘1~2구간’의 응답률이 84%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현재 정치권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로 ‘사회 양극화’(21.4%)보다 ‘정치 개혁’(50.5%)을 더 많이 꼽았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국회의원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도 조사했다. ‘선거 공약’(40.7%)을 중요한 잣대로 가장 많이 꼽았고, 도덕성(30.8%)과 과거 이력(12.1%)을 합친 ‘후보자 자질’을 고른 비율도 43%나 됐다. 이들에게 소속 정당(14.3%)은 후보를 고르는 데 의미 있는 판단 근거였지만, 출신 지역(0.5%·응답자 1명)은 중요한 기준이 되지 못했다.

가장 관심 있는 총선 공약과 관련해선 ‘복지’(45.1%) 분야가 응답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경제’(18.1%)와 ‘교육’(16.5%)도 주요 관심 공약 분야로 선택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만 19살 유권자들이 교육보다 복지 분야 공약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총 182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가 생애 첫 투표자의 성향을 그대로 대변한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정치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낮지는 않았다. 물론 ‘정치에 관심이 없다’(33.5%)는 응답이 적지 않았지만, ‘관심이 있다’(29.1%)거나 ‘(관심 정도가) 보통’(37.4%)이라는 응답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조사만을 놓고 보면, 생애 첫 투표권을 가진 이들 대부분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단정짓긴 어렵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80% 전후가 첫 투표에 비교적 높은 기대를 보이는 등 투표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데도 역대 투표 결과를 보면 ‘만 19살 투표자’들의 실제 투표율이 50% 전후를 맴도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 투표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정치와 선거 정보도 빈약한 상태였다.

이런 차이는 왜 발생하는 걸까?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서복경 연구교수는 오히려 “(한국 현실에서) 50%라도 투표하러 가는 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투표 의지’는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지만 정치나 선거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 빈약해 투표율이 저조해진다”고 분석했다.

‘대학에 가서 알아봐’ 하는 사회

이제 막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이 ‘정치적 격리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서복경 연구교수는 “투표권이 없는 미성년자는 정당에 가입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19살이 되기 전인 청소년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부모들도 (현행 교육제도 때문에) ‘궁금한 건 대학 가서 알아봐. 지금 궁금해하지 마’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영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인지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가 ‘향후 정치 활동(정당 가입 또는 관련 단체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누르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소영·조유라·김수빈·김인경 기자

※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