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농협 예금계장이었던 박동운씨는 31살이던 1981년 3월 영문도 모른 채 서울 남산 지하실로 끌려갔다. 두 달 넘도록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죽음보다 징그러운 고문을 겪은 끝에 간첩이 됐다. 이른바 ‘2차 진도간첩단 사건’이다. 박씨가 남파 간첩인 아버지를 따라 두 차례나 북한에 다녀오는 등 24년간 고정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죄목이었다.
안기부 발표대로라면 박씨는 12살 때부터 간첩 활동을 한 셈이다. 실제로는 항일운동을 하던 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행방불명돼 박씨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박씨는 16년을, 어머니·동생·삼촌은 2~6년간 감옥살이했다.
박동운씨 등은 2009년 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진실 규명을 받고 재심을 청구해 그해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20년 이상 피고인 가족이 당한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가 함께 부끄러워해야 할 과거의 일”이라고 말했다. 2010년 9월 형사보상 결정을 받고 8개월 뒤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1·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은 지난 1월 “형사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손해배상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소멸시효’는 일정 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인해 소멸한다(민법 제766조, 국가재정법 제96조). 그런데 대법원은 “2013년 12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6개월’이 지나면 소멸한다”고 갑자기 선언해버렸다. 박동운씨가 소송을 낸 지 2년7개월 지난 시점에 날아든 청천벽력이었다. 박동운씨의 국가배상 소송은 결국 지난 9월22일 패소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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