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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선자금 겨냥 할까?

홍준표 경남지사 구속영장 청구 수순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완구·홍문종 등과의 연결고리 찾기는 오리무중
등록 2015-05-12 18:15 수정 2020-05-03 04:28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제 막 불꽃놀이를 시작하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은 5월8일 홍준표 경남지사를 소환 조사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 8인방 가운데 첫 소환자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직후인 지난 4월12일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뒤 한 달여 만의 성과이기도 하다. 수사팀은 홍 지사를 상대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한테 전달받은 1억원의 실체를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수사, 첫단추는 뀄지만

수사팀은 앞서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홍 지사한테 1억원을 건넨 ‘전달자’ 윤 전 부사장을 4차례 소환해 돈을 전달한 경위 등을 상세히 재구성해놓은 상태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측근들이 윤 전 부사장을 접촉해 진술을 회유한 정황이 녹음된 파일도 입수했다. 수사팀은 녹음 파일에 터잡아 홍 지사한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와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의 교사’ 등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수순으로 읽힌다. 검찰이 구성한 사건 프레임에서, 홍 지사가 빠져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형국이다.

그러나 화려한 불꽃놀이는 생각보다 짧게 끝날 것으로 보인다. 첫 단추는 잘 꿰냈지만 후속 수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당초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 등록을 마친 2013년 4월4일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한테 3천만원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수사팀은 성 회장의 측근과 이 전 총리의 당시 선거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문제의 ‘4월4일’ 돈을 주고받은 정황을 찾지 못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같은 해 4월7일 충남 서산에 있는 선영을 방문했다는 일정을 파악하고, 그날 이 전 총리를 만나 돈을 전달했는지 추가로 동선을 분석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수사 초기부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언제 어디에서 금품을 받았는지 ‘크라임신’조차 특정하지 못한 것이다.

‘비타500’으로 알려진 금품 전달 수단도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 회장이 이 전 총리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할 때 동행한 운전사와 수행비서 등은 최근 검찰에서 “봉투로 전달됐는지, 음료수 상자로 전달됐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소·시기에 이어 범행 수단까지 사건 프레임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수사팀은 대신 이 전 총리 쪽 인사들이 진술 회유 등에 나선 정황을 파악하고, ‘증거인멸’을 키워드로 그를 옭아매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을 통해 연결되는 대선자금 수사는 가물가물하게 보일 지경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홍문종 2억’ ‘부산시장 2억’ 11글자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수사 단서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전달자’가 금품 제공 정황을 진술하고 있는 홍 전 지사와, 성 전 회장이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라고 범위를 좁혀준 이 전 총리와는 수사 여건 자체가 다르다는 게 수사팀의 고민이다.

“새누리당 대선캠프에 2억 전달” 진술 확보

불리한 수사 여건을 뚫고 나갈 실마리는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최근 한아무개 전 경남기업 재무담당 부사장한테 “2012년 대선 직전 성 전 회장 지시로 회장실에서 당시 새누리당 캠프 관계자 김아무개씨한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당시 대선자금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은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수사팀이 김씨를 통해 대선자금 수사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선자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은 수사팀의 의지만으로 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현웅 법조팀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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