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거주하는 이아무개씨는 2012년 어느 일요일 출근을 했다. 집에서 일터까지는 버스를 타고 1시간쯤 걸린다. 회사에서 통근버스를 제공하지만 주말엔 이용할 수 없다. 이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다. 이날 그는 퇴근길에 승용차에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이렇게 다친 경우, 업무상 재해일까 아닐까?
근로복지공단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씨는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지난 8월 법원 역시 그의 부상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산재보상보험법상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 재판부는 “자전거를 타고 퇴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퇴근 중 재해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라는 교통수단을 선택했으니,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씨가 통근버스를 타고 가다 다쳤다면 산재로 인정된다. 직업이 공무원이나 교직원, 군인이었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공무원연금법이나 군인연금법 등에선 출퇴근을 하다 다치거나 사망하면 이를 공무상 부상 또는 사망으로 인정해준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출퇴근 산재 요건을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에 대해 합헌이라고 판결한다. 재판관 9명 중 다수인 5명이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의견을 냈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에 1명이 부족했다. 박한철·이정미·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현행법은 사업장 규모나 재정 여건의 부족 또는 사업주 결정으로 출퇴근 차량이나 교통수단을 지원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을 단순 위헌으로 선고할 경우, 출퇴근 재해의 법적 근거마저 상실되는 사태를 우려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법 개정을 촉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2014년이 거의 저물어가는 11월 현재까지 법은 바뀌지 않았다. 헌재의 판결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인정 기준을 완화한다. 개인 소유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나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이나 경로를 선택할 수 없었다면 산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대중교통이 다니지 않는 새벽에 출퇴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 이씨의 경우처럼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유성규 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자의로 이동 중이 아니라 업무를 위해 이동 중이었다는 연관관계가 확인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것이 산재보험 법리에 타당하다”고 말했다. 1964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급여조약 및 동 권고에서 출퇴근 재해를 산재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독일·프랑스뿐 아니라 캄보디아 등 동남아 국가에서도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고 있다.
한편 출퇴근 거리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까? 유성규 노무사는 “자발적 선택이 아닌 회사 이전 등으로 통근이 곤란해진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통상 왕복 3시간 정도를 출퇴근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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