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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피하려는 꼼수”

현대차 노사관계 전문가 박태주 교수 “대화로 해결했다고 좋은 선례 아니야”… 사회적 압박 필요한 때
등록 2014-08-27 13:51 수정 2020-05-03 04:27
김명진 기자

김명진 기자

“전략은 없고 땜질만 남았다.”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방식에 대한 박태주 고용노동연수원 교수의 평가는 냉정했다. 박 교수는 2006~2012년 현대차 노사전문위원회와 노사자문위원회 대표 등을 맡아, 현대차 노사관계를 가장 내밀하게 알고 있는 연구자다. 지난 6월 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박 교수를 지난 8월13일과 21일 두 차례 만났다.

세계적 기업 현대차? 당당하지 못한 처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현대차 노사 합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회사가 사내하청 노동자들과의 갈등을 대화로 풀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선례가 되는 건 아니다. ‘정의’가 살아 있는지로 평가할 문제다. 왜 문제가 발생했나? 회사가 법을 안 지켜서다. 대법원(2010년 최병승 판결)은 물론이고 중앙노동위원회(2013년)도 현대차의 불법을 인정했다. 그런데 합의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불법파견을 인정 못하겠다는 거다.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특별채용’이다. 그것도 1심 판결을 코앞에 두고 합의가 나왔다. 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세계적 기업이라는 몸집에 걸맞지 않게 당당하지 못하다.

-현대차는 왜 이런 방식의 해결을 택했을까.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내부 노동시장을 어떻게 짤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내일모레 판결이 나오니까 ‘땜질’하자는 식이다. 앞으로 비정규직 활용 기준이나 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불법파견 논란을 일으킨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가 설사 해결된다 하더라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촉탁직이란 또 다른 불씨가 자라게 될 거다. 세계적 대기업이 어떻게 이런 임시방편적 접근을 하는지 놀랍다.

주간연속2교대제, 통상임금, 비정규직 등 최근 현대차가 직면한 문제들로 인해, 현대차는 그렇지 않아도 부족하다는 유연성이 앞으로 더 부족해질 거다. 자동차산업에서 경쟁력의 핵심은 유연성이다. 그런데도 회사는 여전히 어떻게 하면 인건비를 줄일지로만 접근한다.

-다른 외국 자동차업체들에 견줘보면 어떤가.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노동시간 계좌제’ 등을 통해 노동시간의 유연성을 확보해왔다. 파견직의 정규직화도 진작 진행했다. 일본의 도요타는 다기능 숙련노동자를 전환배치하는 방식으로 기능적 유연성을 구축해왔다. 지금은 숙련의 시대다. 볼트 조이는 건 서너 시간만 배우면 누구나 하지만, 품질에 이상이 생겼을 때 현장에서 잡아내는 능력은 숙련도에 따라 달라진다. 도요타와 달리, 현대차에 조그만 사고가 나도 라인이 중단되는 이유다. 지금 같은 저숙련 체제로는 현대차가 고부가가치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없다.

면죄부 거두고, 법 지키면 풀릴 문제

-여전히 꼬여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 악화된 건, 불법을 저지른 현대차와 이를 방치해왔던 정부의 합작품이다. 회사는 최소한 법을 지켜야 한다. 대법원 판례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으로 이미 불법파견이 인정된 사람들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면 된다. 또 지금까지 최병승 판결이 개인에 대한 것이니, 나머지에 대해서도 법적 판단을 받아보자고 주장했다면 일관된 입장을 지켜라. 판결을 미루는 꼼수 부리지 말고.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불법파견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2012년 최병승 판결이 확정된 다음에도 노동부는 현대차를 특별근로감독 하지 않았다. 정부가 법을 지키지 않는 현대차에 면죄부를 준 거다.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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