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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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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좇은 ‘탐욕의 운항’

‘안전’조차 비용으로 여기고 승무원 절반 이상을 계약직으로 채운 청해진해운
MB 규제 완화에 ‘해피아’와의 공생도 탐욕에 공조
등록 2014-05-01 16:32 수정 2020-05-03 04:27
지난 4월23일 검찰과 해경 등은 전국 여객터미널 선박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인천연안부두에 있는 한 카페리선에서 구명벌(구명뗏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터뜨려보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지난 4월23일 검찰과 해경 등은 전국 여객터미널 선박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다. 인천연안부두에 있는 한 카페리선에서 구명벌(구명뗏목)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터뜨려보는 모습.사진공동취재단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태”(박근혜 대통령)를 저지른 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만이 아니었다. 탐욕에 가득 찬 청해진해운은 노후한 선박을 뜯어고쳐 객실을 늘린 것도 모자라, 최대 적재량보다 2~3배 많은 화물을 ‘대충’ 실었다. 선박 안전을 점검·관리·감독해야 할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 해경, 해양수산부 등은 이를 방조하거나 혹은 공모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연안여객·화물사업을 먹이사슬 삼아 얽혀 있는 자본과 관료 동맹은 모두 잠재적 살인자나 다름없었다.

‘탐욕’이 어떻게 세월호를 침몰시켰는지 하나하나 되짚어보자. 청해진해운은 2012년 일본에서 중고 선박을 사들였다. 1994년 일본 하야시카네조선에서 건조된 뒤, 도쿄~오키나와 등지를 18년 동안 오갔던 여객선이다. 선박 구입대금은 116억원이 들었고, 개·보수에 30억원이 추가됐다. 산업은행이 이 가운데 68.5%인 100억원을 대출해줬다. 국내 여객선사는 대부분 일본이나 노르웨이 등에서 중고 선박을 들여온다. 국내 조선소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여객선 건조를 하지 않는데다, 영세한 여객선사들이 새 배를 주문할 자금도 부족한 탓이다.

“낡은 여객선에 100억원을 대출해주다니”

청해진해운은 선박을 목포 ㅅ조선소에 맡겨 증개축했다. 부산에 있는 설계업체가 그린 도면을 선박 검사 대행기관인 한국선급이 심의해 승인해줬다. 배 뒤편 통로를 막아서 객실을 만드는 등 2개 층이던 객실은 3개 층으로 늘어났다. 배에 태울 수 있는 인원도 840명에서 956명으로 증가했다. 선박 총톤수는 6586t에서 6825t으로 239t(3.6%) 늘었다. 위쪽이 묵직해지면서 배의 무게중심은 0.5m 높아졌다. 한국선급에서 선박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전문가 ㅇ씨는 “세월호가 갑자기 40~60도 기울었다는 건 (선박이 기울었다가 원상회복하는 능력인) 복원력이 전혀 없었다는 거다. 선주가 욕심을 부려서 위에 철판을 얹어 무게중심이 위쪽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선급은 증축공사가 끝나기 직전인 2013년 1월 선박 복원성을 검사했다. 화물 최대 적재량을 절반 이상 줄이고, (선박 좌우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하단에 싣는) 평형수는 2배 늘려야 복원성이 유지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선급은 이런 ‘조건’을 지키라며 배를 바다로 내보냈다.


세월호 같은 ‘늙은 배’가 운항을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이명박 정부의 힘이 컸다.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여객선 선박 연령 제한이 20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 규제 완화의 배후엔 한국해운조합이 있다.


‘세월호’라고 명명한 이 선박은 2013년 3월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됐다.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을 때 세월호는 20살 먹은 배였다. 청해진해운이 2003년부터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해온 또 다른 여객선 ‘오하마나호’(6322t)는 1989년 건조된, 더 낡은 배다. “보통 원양 항로에서는 곡물 벌크선은 15년, 철강 등을 싣는 화물선은 20년을 쓴다. 선령이 20년을 넘으면 못 쓰고, 국내 금융기관들도 20년 이내 화물선에 대해서만 대출해준다. 그런데 낡은 여객선에 산업은행이 100억원이나 대출해줬다는 건 의아하다.” 화물선을 운항하는 ㅇ해운 김아무개 이사의 말이다.

세월호나 오하마나호처럼 ‘늙은 배’가 운항을 계속할 수 있었던 데는 이명박 정부의 힘이 컸다.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여객선 선박 연령 제한이 20년(최대 25년)에서 최대 30년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다. 이 규제 완화의 배후에는 한국해운조합이라는 단체가 있다. 1962년 설립된 한국해운조합은 2100여 개 선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이익단체다. 이 단체는 2006년 서울대 해양시스템공학연구소에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현행 여객선 선령 제한의 적정선 판단 및 개선방안 연구’) 등을 통해 선령 제한 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연안여객선 중개업을 하는 ㅇ사의 ㅈ과장은 “국내 연안여객은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항로다. 새 배나 선령이 낮은 배만 들여오라고 하면 국내에서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선사가 없다. 선령만 탓하는 건 시장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해운사들의 이익단체가 스스로 안전을 검사

맞다. 선령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낡은 배를 운항할 길을 터주는 대신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형식적인 약속일 뿐이었다. 지난 2월10일 한국선급 목포지부는 세월호에 대해 제1종 중간검사를 했다. 선박안전법상 여객선은 5년마다 정기검사를, 1년마다 중간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시 검사에선 조타기, 구명벌(구명뗏목), 배의 좌우 균형을 맞춰주는 스태빌라이저 등 200여 개 항목을 점검했다. 조타기를 비롯한 설비 고장이 잦았다는 세월호 전직 선원들의 증언이 나오지만, 검사기관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갑판 양쪽에 설치돼 있던 25인승 구명벌 46척 중 침몰 사고 당시에 제대로 펼쳐진 건 단 1척이었다. 2월25일 인천해경과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방해양항만청 등 5개 관계기관이 실시한 특별점검에서도 핵심 구명장비의 오작동 가능성은 걸러지지 않았다. 구명벌 등 개별 장비는 정부가 지정한 정비업체가 작동 가능한 상태로 만들고, 한국선급 등은 서류 검사로만 살피도록 검사 규정이 돼 있는 탓이다. 겉핥기식 안전점검은 ‘낡은 배’가 어느 순간 흉기로 돌변할 위험을 한층 높였다.

이쯤에서 짚어봐야 할 대목이 하나 있다. 한국선급과 한국해운조합, 해수부, 해경 사이의 끈끈한 공생 관계다. 한국선급은 1960년 해운사들이 출자해 설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제3자의 위치에서 보험 대상 선박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만든 단체였다. 하지만 선박 검사 기술력이 쌓이면서, 정부를 대행해 선박 검사 업무를 맡는 공신력을 확보했다. 국제선급연합회(IACS)의 12개 정회원 가운데 하나로, 한국뿐만 아니라 65개국의 선박 검사를 대행한다. 일반 내항선이나 소형 어선의 검사는 준정부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맡는다. 그런데 이들 기관엔 항상 ‘낙하산’ 인사가 내려간다. 한국선급 역대 대표이사 10명 중 8명이 해수부(옛 항만청 포함) 출신이고, 선박안전기술공단의 현재 이사장 역시 국토해양부 출신이다. 한국해운조합은 이익단체인데도 불구하고 ‘해피아’(해수부 마피아)의 집결지로 자리잡았다.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은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주성호 현 이사장은 옛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이고, 경영본부장과 안전본부장은 해경 출신이다. 여객선 안전운항 관리 및 선박 안전관리는 한국해운조합 사업의 일부다. 자본과 관료집단 사이에 ‘악어와 악어새’ 같은 공생 관계가 수십 년째 이어져내려온 셈이다.

화물에서 짭짤한 수익 남기면서 적재는 허술

다시 세월호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침몰 사고 전날인 4월15일 밤, 인천항에 정박한 세월호에 화물차와 컨테이너 등이 선적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월호 증개축 때 한국선급이 선박 복원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시한 적정 화물량은 987t이었다. 그러나 세월호는 3배나 많은 화물 3608t을 실었다. 차량도 적재 한도보다 30대 많은 180대나 태웠다. 출항 전에 여객·화물 정원 등은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가 운영하는 인천항 운항관리실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청해진해운은 ‘축소 보고’를 했다. 출항 전에는 화물 657t, 차량 150대로 보고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왜 그랬을까?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7억8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적자였다. 회사 부채비율은 400%를 웃돌았다. 운항 수익이 줄어들면 속이 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화물은 가장 짭짤한 수익원이다. 지난 3월 25t 트럭을 몰고 세월호를 탔던 화물차 운전자 박아무개(57)씨는 “인천~제주 25t 트럭 운임비는 84만원이다. 전체 운임비 160만원 가운데서 84만원을 현금으로 선박회사 쪽에 준다”고 말했다. 검찰과 국세청은 청해진해운이 화물 운임료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비상시에 대비한 해상인명안전훈련을 10일마다 모든 선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검찰 수사에서 “소화훈련 3번 정도 받은 것 말고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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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화물을 실으면서도 화물 적재는 허술했다. 세월호 갑판에는 화물 컨테이너를 철사로 강하게 조이는 장치가 없다. 바닥의 고리에 네 모서리를 묶어 고정하고, 밧줄로 컨테이너를 둘렀을 뿐이다. 국제해사기구 규정상 화물을 묶어 고정하는 고박 장치는 여객선이 30도 기울 때까지 지탱해야 한다고 돼 있다. 세월호에 실렸던 컨테이너들은 배가 기울어졌을 때 가장 먼저 바다로 떨어져서 둥둥 떠다녔다. 무거워진 화물 무게만큼 세월호가 출항 때부터 평형수를 일부러 빼버렸을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이 때문에 선박이 균형을 제대로 못 잡았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청해진해운 화물 선적을 맡고 있는 ㅇ통운과 화물 고박 전문업체인 ㅇ공사 등의 과실 여부를 수사 중이다.

“보통 선박 복원성이 가장 나쁘다는 자동차운반선이 차량 5천 대를 싣고 태평양을 건널 때도 아무리 파도가 7~8m씩 친다고 해서 배가 침몰하진 않는다. 세월호의 경우엔 화물 선적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철저한 계산에 의해서 로딩마스터가 화물을 싣지 않았고 고박 장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청해진해운과 화물 최종 점검을 맡는 1항해사, 화물 선적 회사, 점검 책임이 있는 한국해운조합 등이 모두 문제였던 것 같다.” 전남에 있는 한 수리조선업체의 경영고문을 맡고 있는 인사의 분석이다.

교육·연수비 54만원, 광고선전비 2억3천만원

선박 운항 점검·관리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해운조합도 이같은 잘못을 눈감아줬거나, 알아채지 못했다. 한국해운조합은 1993년 일어난 서해훼리호 잔여 보상금 27억원을 종잣돈 삼아 ‘여객선안전재단’을 설립했지만 또 다른 대형 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애초에 해운사들의 이익단체가 스스로 안전을 검사한다는 것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었다.

이윤에 눈먼 청해진해운은 회사 직원들도 쥐어짰다. 세월호에 승선한 선박직 선원의 절반 이상은 계약직(비정규직)으로 알려졌다. 승객의 안전을 끝까지 책임져야 했던 이준석 선장은 정년이 지나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촉탁직 신분이었다. 맹골수도 항해 경험이 있는 한 2등 항해사는 “연안여객선을 타는 선원들은 처우가 열악한 편이다. 특히 작은 해운사는 선장을 구하기 어려워서 정년을 넘긴 사람을 촉탁직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외항선에서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고용 형태는 일반적인데, 워낙 선원들 전체 (인력풀이) 적으니 취업이 어렵진 않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은 임금도 박하게 줬다. 이 선장의 월급은 27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인천에서 여객선을 운항하는 한 업체의 임원은 “청해진해운의 급여가 많지 않다는 건 이쪽 업계에선 널리 알려진 얘기다. 만약 270만원을 지급한 게 사실이라면 우리 회사 3등 항해사 월급밖에 되지 않는 액수”라고 말했다. 선원 구인·구직을 중개하는 기관인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가 내놓은 2013년 선원 임금 현황을 보면, 내항여객선 승무원의 평균 월급은 선장 346만원, 1등 항해사 294만원 수준이다. 박윤수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 고용지원부장은 “통계는 전체 해운사의 60~70%가량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는데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임금 현황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해진해운은 철저하게 이윤을 좇아 움직였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야 당연하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차 ‘비용’으로만 치부해버렸다. 이 회사가 작성한 ‘세월호 운항관리규정’을 보면, 비상시에 대비한 해상인명안전훈련 및 대응훈련을 10일마다 모든 선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승무원들은 검찰 수사에서 “소화훈련 3번 정도 받은 것 말고는 교육을 받은 기억이 없다”는 등의 진술을 했다. 실제 지난해 청해진해운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교육 등에 쓰인 연수비가 54만원인 반면 접대비는 6천만원, 광고선전비는 2억3천만원에 달했다. 안전관리나 선원교육은 뒷전이었던 셈이다. “선장이 퇴선 명령을 내리지 않고 일부 선원들이 가장 먼저 탈출한 건 뱃사람에게 필수적인 ‘시맨십’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건 개인의 자질이나 비정규직이라는 조건의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은 선사에 가장 큰 잘못이 있다. 만약 정해진 규정대로 퇴선 명령과 비상훈련을 수십 차례 반복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때 승무원들이 빛났던 건 자동으로 승객을 구하도록 몸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게 지속적인 훈련을 하는 이유다.” 선원들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해상노련) 박상익 해운정책본부장의 지적이다.


청해진해운이 인건비와 교육비 몇 푼을 아끼는 대신 평소 안전교육과 훈련에 더 투자했더라면, 세월호 침몰 직후의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월호 침몰 사고는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다.


청해진해운이 인건비와 교육비 몇 푼을 아끼는 대신 평소 안전교육과 훈련에 더 투자했더라면, 세월호 사고 직후의 상황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세월호 침몰 사고는 탐욕이 불러온 재앙이다. 그 탐욕의 원죄는 누구에게 있는가. 검찰의 칼끝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게 향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피아’를 뿌리뽑으라고 지목했다. 청해진해운 주변은 물론 해운업계 전반과 한국선급, 한국해운조합, 해경, 해수부 등 모든 관련 기관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질 태세다.

“소화기 사다놓을 거면 터뜨려보고”

지난 4월23일 오후 인천연안여객터미널. 검찰과 해양항만청, 소방안전본부, 한국선급 등 해운 관련 유관기관 관계자 수십 명이 나타났다.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전국 여객터미널 선박에 대해 ‘긴급 안전점검’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기자들과 방송 카메라도 불러모았다. 구명벌(구명뗏목)을 바다에 던져 터뜨리는 모습도 ‘친절하게’ 보여줬다. 평소 점검활동 때는 하지 않던 일이다. 그런데 기자들이 사라진 뒤 한 공무원과 해운회사 직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선사 쪽에서 소화기를 다시 사다놓는다는 보장 있으면 터뜨려보고. 내가 돈(새로 사올 소화기 비용)을 줄 수는 없잖아.” 이 자리에 나왔던 해운회사 직원들은 보여주기식 특별점검에 코웃음을 쳤다.

냉혹한 자본의 논리는 생명 구조 작업까지도 좌우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민간 잠수요원들의 수색 작업 투입을 제한했다. 바닷속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건, 세월호 실종자 구조 작업 비용을 부담할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언딘마린언더스트리’뿐이었다. 수백 명이 바닷속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순간에도 ‘돈’이 먼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덩어리’ 규제를 찾아내라며 정부 부처를 닦달했다.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선박 안전과 관련한 규제 여러 건이 완화됐거나, 완화될 예정이다. 지금 누가 누구를 ‘살인마’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단 말인가. 돈의 노예가 되어 추악한 탐욕으로 얽혀 있는 모두가 공범이다.

인천=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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