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옇다 못해 누런 하늘을 카메라가 훑는다. ‘2014년 봄, 서울’이란 자막이 뜨면서 “아이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 집 안에서 살기를 꿈꿨던 미세먼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환하게 웃고 있는 젊은 엄마와 아이의 모습 클로즈업. 베란다 창을 열자 ‘미세먼지’를 형상화한 귀여운 털실뭉치가 집 안으로 침입한다. “미세먼지가 부릅니다.” 린의 (My Destiny). 해맑은 웃음을 흩뿌리며 집 안을 뛰어다니는 아이를 미세먼지가 뒤쫓는다. 1분40초 남짓한 뮤직비디오 영상의 마지막 장면. 공기청정기와 진공청소기 등 5가지 종류의 가전제품을 비추며 흐르는 자막. “미세먼지의 사랑은 위험합니다. 지켜주세요. 삼성의 베이비케어 가전으로.” 지난 3월27일 공개한 삼성전자의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4월10일 기준으로 조회 수 98만 건을 돌파했다.
연일 판매량 경신 중
삼성전자가 ‘베이비케어’ 가전제품 마케팅을 위해 제작한 뮤직비디오 〈마이 데스티니〉의 마지막 장면.삼성전자 제공
요즘 가전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키워드는 미세먼지다. 삼성전자는 3월 말에 출시한 ‘김연아 스페셜 에어컨(Q9000)’ TV 광고에서도 “예고 없이 불어오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필터가 장착됐다고 자랑한다. LG전자도 초미세먼지 필터를 탑재한 휘센 에어컨 모델을 내놨고, 코웨이는 4단계 필터시스템을 탑재한 자연가습 공기청정기를 밀고 있다. 미세먼지나 황사로 인해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데다 집 안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 미세먼지 농도가 실외보다 높아지는 탓에 공기청정, 특히 미세먼지를 잡아주는 기능이 강조되는 것이다.
외출할 때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마스크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어야 하는 황사 마스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천으로 된 일반 마스크와 달리 여러 겹의 부직포로 제작돼 미세먼지가 달라붙게 하고, 형태도 접이형·컵형으로 얼굴에 밀착되는 게 특징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황사 마스크는 필터 기능이 손상되기 때문에 세탁하면 안 된다. 수건·휴지 등을 끼워넣은 채 감싸도 밀착도가 떨어져 효과가 없다.
다는 증거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2008년 제품 출시 이후 올해 최대 판매량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인 테마주에서 벗어나”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아예 관련 테마주를 별도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21일 ‘중국 미세먼지, 강 건너 불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어, 미세먼지용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용 필터 생산업체 등을 주목해야 할 중소형주로 꼽았다. “황사·미세먼지 관련주는 봄철 계절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점차 커지면서 일시적인 테마주에서 벗어나 관련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구윤서 아주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실내 미세먼지 제거는 공기청정기를 돌리거나 물을 자주 뿌려주는 걸로 가능하고, 마스크도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미세먼지 감소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크게 플러스 효과가 없다는 게 관련 상품의 한계다”라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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