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사태 1년’은 진주의료원엔 지독한 역설이다.
폐원 과정의 숱한 논란은 공공의료원에 보호 울타리를 두르는 결정적 계기가 됐으나 현재로선 ‘남 일’과도 같다. 정작 진주의료원 자신은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까닭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인권위 인권침해 결정·복지부 대책·법률 입법…</font></font>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2월26일 의료원 폐원 방침을 밝힌 이래 공공의료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활발했다.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7월13일 의료원 재개원 방안(경남도)과 후속 대책 마련(보건복지부)을 요구하는 보고서를 채택(9월30일 본회의 통과)했다. 7월22일엔 국가인권위원회가 환자 퇴원·전원 강요는 인권침해라고 결정했다. 복지부는 10월31일 ‘지방의료원 육성을 통한 공공의료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 올해 1월21일 입법 예고했다. 공공의료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국회는 지난 1월1일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예산안도 처리했다.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2013년 5월) 등과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2013년 12월)도 지방의료원의 적자를 국가가 지원토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경남도의회 야권 교섭단체인 민주개혁연대는 복지부의 주문에 따라 지난해 10월30일 진주의료원 재개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모두 진주의료원이 만들어낸 ‘공공의료 환경의 진화’다. 그러나 청산 절차까지 끝난 진주의료원은 자신이 이끌어낸 우호적 조건들에서 배제돼 있는 유일한 공공의료원이다. 재개원하지 않는 한 ‘불쏘시개’로서의 운명에 머물 수밖에 없다.
홍 지사와 진주의료원은 이미 공존할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홍 지사는 폐업 절차를 중단하라는 복지부 요구와 ‘1개월 안에 재개원 방안을 보고하라’는 국회 국정조사 결과도 무시했다. 국회의 동행명령까지 거부하며 끝내 진주의료원의 호흡기를 뗐다. 도의회 민주개혁연대의 조례 개정안도 경남도가 재개원에 필요한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아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신대호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과의 통화에서 “비용추계서 제출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도의회에서 다수결로 진주의료원 폐원을 처리했는데 소수 의원들이 재개원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의회 집행부의 의견”이라고 했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홍준표 지사의 운명과 거꾸로</font></font>경남도는 노조 압박도 늦추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신청을 중앙노동위원회가 각하하자마자 단전·단수와 출입문 폐쇄 등을 거론하며 사무실(호스피스병동) 퇴거를 요구했다. 노조는 2월27일 의료원 밖으로 이사했다.
진주의료원의 운명은 6월 지방선거에서 홍 지사의 운명과 정반대로 달리고 있다. 진주의료원 노조는 지방선거를 목표로 재개원 총력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우선 4월에 있을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초점을 맞춰 재개원 필요성을 알리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 2월26일 발족(도민 1500여 명 참여)한 ‘진주의료원 지킴이’도 재개원을 촉구하는 100만 명 서명운동에 나선다.
경남도청 앞에서 175일째(3월3일 기준) 노숙농성 중인 박석용 지부장은 “도지사 후보들은 물론 시·도의원 예비후보들에게 진주의료원 재개원 찬반을 묻고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부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게 노숙농성밖에 없었다”며 그가 덧붙였다. “만일 홍 지사가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면 도청 앞을 떠날 날을 기약할 수 없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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