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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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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병원에서 죽을수 있겄나”

진주의료원 폐원 1년, 강제퇴원 환자 전수조사
대학병원 통원치료 하던 지명씨는 죽고 집으로 돌아간 박씨는 재활치료 못해 추가 발병
등록 2014-03-06 18:11 수정 2020-05-03 04:27
진주의료원은 2013년 5월29일 폐업 신고 뒤부터 병원 건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출입구마다 쇠사슬을 감아 자물쇠를 채웠고, 의료원 부지 전체는 펜스를 둘러 가뒀다.

진주의료원은 2013년 5월29일 폐업 신고 뒤부터 병원 건물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출입구마다 쇠사슬을 감아 자물쇠를 채웠고, 의료원 부지 전체는 펜스를 둘러 가뒀다.

‘진주의료원 사태’가 1년을 맞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폐원 방침 발표(2013년 2월26일) 이후 진주의료원은 한국 사회에 공공의료원의 필요성을 뚜렷이 각인시키고 자신은 스러졌다. 홍 지사에게 ‘적자의 원흉’이던 공공의료원은 누군가에겐 가족도 외면한 이들을 껴안아주는 ‘우리의 병원’이었다. 지난 1년은 그 사실을 아프게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은 진주의료원이 1년 만에 어떻게 공중분해됐는지를 추적했다. 의료원의 피와 살을 이루던 환자·직원·건물·의료장비·환자기록이 어디로 사라졌고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를 살폈다. 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함께 ‘폐원 1년 뒤 환자들의 현재’를 전수조사(2014년 2월10~16일)했다. 지난 두 차례(2013년 5월과 9월 노조 조사)의 전수조사 결과와 묶어 1년 동안 환자들이 겪어온 변화와 추이를 재구성했다. ‘환자들의 경로’가 공공의료원의 부재와 어떤 인과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질문했다. 의료진과 직원들이 어떻게 떠나갔고 어떻게 버텨왔는지를 들었고, 경남도가 ‘무상양도’한 의료장비들이 어디로 흩어졌는지 ‘반출의 길’을 좇았다.
1년 만에 찢어지고 해체된 공공의료원의 흔적을 밟아가면서 은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의료원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는 가녀린 존재들과 공공의료가 버려지면 함께 버림받을 수밖에 없는 애달픈 숨결들을.
지난해 폐원 논쟁 당시 홍 지사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심판받겠다”고 했다. 때가 오고 있다. 의료원 재개원은 경남도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6·4 지방선거는 결과에 따라 진주의료원 회생의 불씨가 될 수도, 나락 없는 절망의 재확인이 될 수도 있다. 진주의료원이, 다시, 기로에 섰다. _편집자

‘진주의료원 사태’ 이후 지구는 365차례의 자전과 1바퀴의 공전을 완성했다.

203명. 2013년 2월26일(폐원 방침 발표)을 기준해 경상남도가 파악한 환자 수다. 현재까지 40명(의료원 사망 13명+퇴원 뒤 사망 27명)이 숨졌다고 도는 집계(2014년 2월21일)했다. 입원 환자는 16개 병원에서 치료 중인 52명이라고 밝혔다. 39명이 6개 노인요양병원에, 11명이 7개 요양원에 입원 중이라고 했다. 급성기 환자는 2개 병원에 2명뿐이었다. 퇴원한 111명은 ‘완쾌자’로 분류됐다.

통계적 사실은 진실을 말하기도 하고 진실을 감추기도 한다. 경남도의 통계는 환자 203명의 사망·생존과 입·퇴원 사실만을 말한다. 그들의 사망 ‘과정’과 진료 ‘내용’과 입·퇴원 ‘전후’에 대해 통계는 할 말이 없다. 환자들이 겪은 1년간의 진실은 통계 사실 바깥에 있다.

과 보건의료노조의 세 번째 전수조사(2014년 2월10~16일)는 강제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도청의 압박으로 원치 않게 병원을 떠난 환자·보호자 30명이 조사에 응했다. 자발적으로 퇴원한 환자와 조사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환자는 제외했다. 세 차례의 조사 대상(1차 42명·2차 40명 조사 결과는 지난해 5월15일·10월2일 발표)에 한 번이라도 포함된 환자는 58명이었다.

통계가 말하지 않는 폐원 1년의 구체와 세부를 환자 58명이 겪은 1년(표 ‘진주의료원 폐원 뒤 1년간 환자 상태 변화 추이’ 참조)이 말해줬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연료로 태우며 완성됐다.

“지명이가 죽었다꼬?”

이종부(80·남·가명·심장협심증 및 전립선염)씨의 언어가 걸음을 멈췄다. “지명이, 경학이, 한동이…”를 읊던 중이었다. “항꾼에(같이) 입원해 있던 동무들” 이름을 부르다가 그가 되물었다.

“지명이가 죽었어?”

진주의료원에서 같이 살던 동무였다. 말을 잃은 채 누워만 있는 ‘지명이’와는 한마디 대화도 섞지 못했다. 오랜 세월을 눈으로만 만났던 동무가 떠났다.

의료원 동무 “지명이, 경학이, 한동이…”

종부씨의 ‘의료원살이’는 22년이었다. ‘살았다’는 뜻은 은유도 직유도 아닌 말 그대로 ‘살았다’였다. 의료원에서 함께 살았던 친구들을 그는 숱하게 앞세워 보냈다.

“지명이, 경학이, 한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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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명(68·남·가명·외상성 지주막하 출혈)씨를 이영빈 간호사는 ㄱ대학병원에서 처음 봤다. 11년 전의 일이다. 그는 간호학과 실습생이었다. 그를 앞에 두고 지명씨는 침대에 누워 눈만 껌뻑거렸다. 3년 뒤 진주의료원 간호사가 됐을 때 지명씨는 의료원 환자가 돼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종부씨와 ‘경학이·한동이’, 지명씨는 의료원에서 오랜 동무로 살았다. 이 간호사와는 ‘의료원 식구’가 됐다. 2013년 5월29일 진주의료원은 폐원했다. 지명씨는 진주 시내 모든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당했다(2013년 4월30일~5월7일 1차 조사). 끝까지 의료원을 지키던 이 간호사는 해고됐다. 그가 말했다.

“기약 없이 입원해야 하는 환자들이 있다. 일반 병원들은 2주~2개월이 지나면 퇴원을 요구한다. 입원 2주 뒤면 보험급여가 삭감되는데다 장기입원 환자들을 계속 데리고 있으면 득 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사 김수진(가명)씨도 같은 말을 했다. “현재 의료체계에서 보면 문지명씨는 집에서 지내라고 강요받는 환자다.” 그는 의료원에서 지명씨의 담당 의사였다.

지명씨를 받아준 병원은 경남 사천시에 있는 ㅅ병원이었다. ㅅ병원은 노인요양병원이다. 재개원한 병원이어서 병상이 많이 비어 있었다. 환자 유치를 위해 진주의료원에서 내몰린 사람들을 대거 입원시켰다. 간호부장이 퇴원 환자와 보호자를 찾아다니며 병원을 홍보했다. 한 환자 간병인이 귀띔했다.

“사천 사람들은 진주의료원이 폐원하면서 ㅅ병원이 대박 났다고들 한다.”

지명씨의 보호자는 거주지인 진주에서 사천까지 오가며 병간호를 했다. “병원비가 한 달에 30만~40만원 더 나온다”며 10년 이상 기댈 수 있었던 의료원을 그리워했다(2013년 9월9~23일 2차 조사). 지난해 말 지명씨에게 뇌출혈이 찾아왔다. 폐렴도 겹쳤다. ㅅ병원은 그를 ㄱ대학병원으로 보냈다. ㅅ병원은 급성기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으로 전원시키거나 통원치료를 받게 했다. 지명씨는 ㄱ대학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지난 1월11일의 일이었고(3차 조사), 한파주의보가 땅과 하늘을 지배한 날이었다. 흐르고 흐르다 진주의료원에서야 멈출 수 있었던 그는, 의료원 폐업 뒤 다시 흐르고 흐르다 미끄러운 세상과 작별했다. 3차 조사에서 확인된 지명씨의 사망 경위는 1년간 강제퇴원 환자들이 겪은 ‘고난들’의 표본이다.

‘최후 퇴원자’에게 하루 46만원씩 손해배상

‘무의탁 환자’ 종부씨는 진주의료원이 ‘집’이었다. ‘할망구’가 살아 있을 때(10여 년 전 사망)도 병간호를 하며 ‘할망구 병실’에서 같이 살았다. “여자 병실에서 같이 산 남자 환자는 나 혼자뿐”이라며 그는 쓰게 웃었다. 갈 곳 없는 그는 의료원을 퇴원한 뒤에도 병원을 떠나지 못했다. 빈 병실이나 휴게실에서 잠을 잤다. 병원 밥을 얻어먹으며 끼니를 넘겼다. 병원 안에서 입·퇴원을 반복했고, 병원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그렇게 그는 살아왔다. ‘집’이 없어진 뒤 ‘이사’한 ㅅ요양병원에서 그가 동무들의 이름을 불렀다.

“한동이, 경학이, 지명이….”


“요양병원 입원의 기본 기준은 65살 이상에 노인성 질환이 있어야 한다. 65살 미만에 침상 생활을 하는데 급성기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환자들은 어떡하나. 그런 환자들을 의료원이 적자를 감수하고 입원시켜온 거다.” -전 진주의료원 의사


정한동(75·남·가명·2013년 7월22일 퇴원)씨는 진주의료원의 마지막 퇴원환자 3명 중 한 명이었다. 그는 2010년 12월 교통사고를 당해 뇌 손상으로 치매가 왔다. ㄱ대학병원에서 6개월 치료 뒤 2011년 5월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다. 현재 ㅅ요양병원에 있는 그는 경남도로부터 6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퇴원 거부로 손해를 끼쳤다며 1인당 하루 46만원씩)을 당한 상태다. ‘최후의 퇴원자’ 송○○(84·여·치매·2013년 7월25일 퇴원)씨에겐 1천만원의 소송이 걸려 있다. 경남도의회가 의료원 해산 조례개정안을 다루던 지난해 7월23일 공무원 5명이 그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다 비난을 받았다. 2명에 대한 3차 변론이 오는 3월13일 예정돼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2월1일 사망한 정○○(91·여·가막성 대장염·2013년 6월13일 퇴원)씨에 대한 소송만 취하했다. 종부씨가 다시 읊었다.

“경학이, 지명이, 한동이….”

강경학(61·남·가명·뇌혈종 및 사지마비)씨도 10년 이상 의료원에 의탁했다. 호흡을 멈출 때까지 머무를 수 있다는 믿음으로 그의 가족은 의료원 옆으로 집을 옮겼다. 그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고, 지명씨처럼 눈으로만 말했다. 그도 폐원 뒤 입원 거부를 겪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적자’를 내세워 의료원을 폐원했을 때 그의 보호자는 미안해했다. “의료원 적자의 주범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1차 조사). 권력자의 언어는 환자들의 마음에 설명할 수 없는 부채감을 안겼다. 보호자는 말을 아꼈고, 병원의 눈치를 살폈다. 병원에서 병원으로 밀려다니며 병원을 갈구했던 그들은 ㅅ요양병원에서도 퇴원당할까봐 걱정했다. ‘나가라는 말’이 나갈 곳 없는 그들에겐 가장 푸른 비수가 되고 있었다(3차 조사).

급성기 병원에서 장기입원을 거부당한 환자들은 대부분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 있었다. ‘2개 병원에 2명’. 경남도가 밝힌 급성기 환자와 그들이 입원한 병원 수는 환자들의 자발적 선택이 만든 통계가 아니었다. 환자들이 몸과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둔 상흔을 통계는 간단히 생략했다. 2명에 포함되지 않은 몇 명의 환자들이 2개 병원에 포함되지 않은 몇 개의 병원으로부터 외면당했는지 통계는 알려주지 않았다. 전수조사 대상인 58명 중에선 8명의 환자가 원하는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거나 조기 퇴원을 당했다고 답했다. 진주의료원 출신의 한 의사는 말했다.

“일반 병원에서 입원시키지 않는 환자들은 요양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요양병원 입원의 기본 기준은 65살 이상에 노인성 질환이 있어야 한다. 65살 미만에 침상 생활을 하는데 급성기 병원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환자들은 어떡하나. 그런 환자들을 의료원이 적자를 감수하고 입원시켜온 거다.”

급성·요양 모호한데 급성기 환자만 지원

경남도는 폐원 당시 약속한 의료원 퇴원 환자의 진료비 추가 부담을 급성기 환자에게만 지원했다. 지난해 19명에게 지원한 진료비 총액이 814만9630원이라고 경남도는 밝혔다. “지원 대상 환자가 전원 퇴원한 상태여서 올해는 지원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처음부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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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의 한 해직 간호사는 “요양병원에 있는 환자들을 모두 요양환자로 보기 때문에 생긴 오류”라고 했다. 급성기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간 급성기 환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왕○○ 할머니는 급성기 환자였지만 병원들이 안 받아줘서 ㅁ요양병원으로 전원되자마자 돌아가셨다”며 경남도의 진료비 지원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왕○○(80·여)씨와 최○○(61·여)씨는 “전원이 위험하다”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의 경고에도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각각 2일과 8일 만에 사망했다. 폐원을 반대하는 쪽과 경남도는 사인을 놓고 공방했다.

‘급성’과 ‘요양’이란 환자 구분이 진료비 지원을 줄이려는 경남도의 편의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있다. 현실에서 환자는 급성과 요양을 구분 없이 오간다. 요양병원·요양원이 응급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입원환자들을 급성기 병원으로 입원 혹은 통원치료를 시키는 사례가 빈번했다. 지명씨를 포함해 조사 대상자 중에만 5명이 해당됐다.

박○○(46·여·전신성 홍반 루푸스)씨는 최근 3년간 유목민처럼 병원을 떠돌았다. 병원마다 2개월 이상 머물지 못했다. ㄱ대학병원과 ㅎ병원, ㅂ병원을 전전하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다. 강제퇴원 뒤 옮긴 ㅅ요양병원에선 좁은 물리치료실 때문에 고생했다(1차 조사). 의료원 재개원을 열망(2차 조사)하던 그는 요로감염에 걸려 세 차례 ㄱ대학병원을 다녀왔다.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도 ㄱ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았다(3차 조사).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걱정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필요하다”고 보호자는 말했다.

2월20일 ㅅ요양병원에서 박○○(87·여·치매)씨는 계속 잠만 잤다. 진주의료원과 달리 병원 공간이 좁아 운동을 하지 못했다(1차 조사). “몸이 생기를 잃어간다”며 “의료원이 그립다”고 눈물을 글썽였다(2차 조사). 최근 그는 폐렴에 걸려 ㄱ대학병원에 3주 동안 입원했다(3차 조사). 간병인은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ㅅ병원에선 간단한 폐렴 치료도 안 돼 환자도 보호자도 너무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이날 환자의 옆 침상은 비어 있었다.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는 남편 윤○○(88·혈관성 파킨슨병)씨도 최근 넘어져 대퇴부 뼈가 부러졌다. ㅅ병원에선 수술이 안 돼 ㄱ대학병원에 가고 없었다.

완쾌자 늘어가는 이상한 통계

경남도 쪽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했다. ‘요양’으로 분류된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급성’은 경남도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신대호 복지보건국장은 “그런 경우가 있던가” 되물었다. 그는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망할 때까지 진료비를 지원해야 하냐”고 했다. 한 요양병원 전문의는 말했다.

“진료 기능이 취약한 요양병원이나 진료 기능이 거의 없는 요양원은 의료장비가 부족해 환자에게 예기치 않은 일이 생기면 대응하기 어렵다. 병원을 이리저리 옮기는 과정에서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진주의료원은 요양병동 환자들에게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급성기 병동에서 진료가 가능했다.

경남도는 ‘완쾌자’ 수를 111명으로 집계했다. 사망하거나 입원 중인 경우를 뺀 모든 환자는 완치됐다고 봤다. 통계의 횡포다.

박○○(54·여)씨는 ‘111명’에 속한다. 그는 양측하지마비·당뇨 환자다. 진주의료원 강제퇴원 때 경남도는 그에게 ㅇ요양병원 입원을 권했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라며 집으로 퇴원했다. 1차 전수조사 때 그는 몸 상태가 악화돼 ㄱ대학병원에 진료 예약을 한 상태였다. 2차 조사 땐 “재활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척수공동증’이 추가 발병(수술 예정)했다”고 했다. ㄱ대학병원과 ㅇ요양병원 및 ㄱ병원에 입원한 뒤 장기입원이 힘들어 집에 돌아와 있었다. 의료원을 훨씬 웃도는 입원비도 부담이었다. 3차 조사 땐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진주의료원 폐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남도의 사망자 집계와 ‘완쾌자’ 통계도 계속 수를 더할 것이다. 자연사하는 사람과 완치되는 사람만 늘어나는 이상한 통계 속에선 폐원과 폐원에 따른 환자들의 고통은 우연의 관계일 뿐이다. 공공의료원만이 돌볼 수 있는 환자들이 분명 있다. 경남도의 통계가 말하지 않는 ‘폐원 1년의 진실’은 그 환자들이 살아낸 ‘이야기’ 속에서라야 읽어낼 수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공공의료원의 부재는 그들의 삶과 죽음에 직결했다.

2월19일 서호경(67·남·가명·알코올성 간질환)씨가 진주의료원을 마주 보고 섰다. 펜스를 쳐서 출입이 통제된 의료원의 낯이 그에겐 늘 설었다. 폐원 뒤 그는 ‘의료원 아니면 입원 안 한다’는 고집으로 병을 키웠다. 장기입원을 허락지 않는 병원들을 오가며 입·퇴원을 반복했다.

다섯 자 떼겠다고 쓴 세금이 40억원

진주의료원은 정처 없는 환자들의 거처였다. 호경씨처럼 가족 없는 환자들이 의료원에 깃들여 숨을 쉬었다. ‘간성혼수’가 발작해 환각 속에서 죽은 사람과 멱살잡이를 할 때마다 의료원 간호사들이 그를 안심시키며 곁을 지켰다. ‘진·주·의·료·원’ 다섯 글자가 떼어지며 남긴 흔적이 건물 상단에서 흐릿했다. 그 다섯 자를 떼겠다고 경남도가 쓴 세금이 40억원(2013년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제출 자료)이 넘었다. 그가 주머니 속 버스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의료원 재개원을 기다리며 통원용 카드를 충전하고 오는 길이었다.

“내가 이 병원에서 죽을 수 있겄나. 여기서 죽으믄 아무리 정 없는 자석들도 찾아 안 오겄나….”

진주·창원=글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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