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계정과 글은 내 개인정보일까, 아닐까? 내 트위터 계정과 글을 다른 업체에서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까, 없을까?’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던 쟁점이, 뜻밖의 사건에서 불거져나왔다.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사건 재판에서 검찰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변호인단이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정치 개입 의혹이 불거진 뒤 문제가 된 트위터 글을 삭제하고 서비스에서 탈퇴하는 등 ‘흔적’을 지웠다. 검찰은 “트위터 활동을 전담한 안보5팀 명단과 계정 정보를 국정원에 요청했으나, 국정원이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은 온라인에 게시된 글을 수집해 대중의 관심사나 여론을 파악하는 ‘빅데이터 업체’에 눈을 돌렸다. 이용자들이 삭제한 트위터 계정과 글을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들 업체로부터 트위터 계정과 글을 임의 제출받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국정원 직원에 대한 전자우편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사용 트위터 계정이 밝혀지자,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빅데이터 업체로부터 추가로 데이터를 확보했다. 원 전 원장의 변호인단은 “트위터 계정과 글은 개인정보이며, 빅데이터 업체가 개인의 동의 없이 이러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위법하므로 공소장에 게재된 트위터 글 121만 건도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은 정보인권 분야에 관심을 기울여온 김보라미 변호사, 이은우 변호사,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응휘 오픈넷 이사장의 도움을 얻어 쟁점을 조목조목 따져봤다. 결론은 이렇다. 빅데이터 업체들이 트위터 계정과 글을 수집·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미흡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트위터 글 121만 건을 국정원의 대선·정치 개입 사건의 실체를 밝힐 법정 증거로 사용하지 못하게 할 만한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지난 12월6일 정보인권단체인 진보네트워크센터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내놓으면서 “인터넷 공론장을 훼손시킨 원 전 원장이 개인정보 보호를 역설하는 상황이 어처구니없다”고 밝혔다.
1. 트위터 계정과 글도 개인정보인가?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개인정보는 사진처럼 바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정보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트위터 계정과 글만으로 해당 계정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하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해 개인 식별이 가능하다면 개인정보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의 인터넷은 ‘신상털기’가 수월한 환경이다. “트위터는 실명 확인을 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 이용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신상을 감추지 않으며, 여러 서비스에서 같은 아이디나 전자우편 주소를 사용하는 편이다. 더구나 우리에겐 전 국민 식별이 가능한 주민등록번호까지 있다.”(전응휘)
2. 빅데이터 업체가 트위터 계정과 글을 수집한 건 위법한가?검찰에 데이터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 트위터 계정과 글을 모았을까. 트위터가 열어둔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이용자들이 스스로 공개한 계정과 글을 가져왔다. 검색엔진이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을 수집해, 웹사이트에서 보여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기업뿐 아니라 일반 누리꾼 역시 타인의 트위터 계정과 글을 캡처해 수집할 수 있다. 트위터의 개인정보 취급 방침에는 이런 경고 메시지가 있다. “계정과 글은 다수의 검색엔진을 통해 검색이 가능하고 광범위한 사용자와 서비스에 즉시 전달된다. 정보나 콘텐츠를 공유하는 경우, 신중해야 한다.” 트위터에 글을 쓰는 순간, 내 글이 수많은 업체로 이동할 수 있음을 미리 고지한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공개된 트위터 계정과 글을 모으는(아카이빙) 활동이 위법하다고 보긴 어렵다.
3. 그렇다면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해 판매하는 건 위법한가?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트위터 계정과 글을 수집한 뒤, 익명 처리해 트렌드 분석 등에 활용한 경우엔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용자 정보를 식별해 ‘ 기자들의 트위터 활동’ 같은 데이터를 추출해 판매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이은우)
[%%IMAGE2%%]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빅데이터’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 이용이 더욱 빈번해지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폭증하는 디지털 흔적을 분석해 사회의 움직임을 예측하거나 질 높은 공공서비스 개발, 기업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선 논의가 부족한 상태다. 특히 정보 저장 및 보존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의 정보 통제권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트위터 이용자들의 경우 약관을 통해 빅데이터 업체 등이 내 글을 수집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집된 내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현재로선 트위터에 쓴 글을 지워도, 검색엔진이나 이를 수집한 업체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글이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이 원한다고 해서 모든 글을 삭제하게 해주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본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글을 마구잡이로 삭제하려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의 보관 기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보관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빅데이터 업체들은 데이터를 무기한 보유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4. 빅데이터 업체가 데이터를 검찰에 넘긴 것은 위법한가?수사기관이 포털 업체 등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임의로 가져가는 것에 대해선 위헌 논란이 계속돼왔다. 바람직하진 않지만, 현행법상 이러한 수사 방식을 위법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동안 우리 법원에서는 수사기관이 전기통신사업자(ISP)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자료들을 증거로 인정해왔다.”(김보라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3항은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사업자가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포털 등 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이 요청할 경우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이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 할 강제성을 띤 조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