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국익과 공익을 위해서는 사유재산권도 어느 수준 양보해야 한다.”(‘구룡마을 토지주에게 드리는 공개서한’·11월13일)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최대 무허가 판자촌인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을 두고 나온 주장이다. 당연한 의견이다. 그러나 영세 거주민의 주거권 보장이 공공·민간 토지주의 재산권 보호 논리에 늘 밀리곤 했던 과거 재개발사업의 전례를 떠올려보면 매우 소신 있는 주장처럼 비친다. 이 발언의 주인공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새누리당)이다. 그의 소신은 얼마나 순수할까.
박 시장 검찰 고발과 국정조사 추진
구룡마을과 관련한 강남구의 행보는 지난 1월부터 두드러졌다. 강남구는 서울시에 구룡마을 재개발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했다. 개발 방식을 ‘수용+환지 혼용 방식’에서 ‘100% 수용 방식’으로 바꿔달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수용은 시행사인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토지주의 땅을 일괄적으로 사들인 뒤 보상금을 주는 방식인 반면, 환지는 토지주에게 보상금 대신 개발구역의 땅을 일부 주는 방식이다. 건의 수위는 높아졌다. 강남구는 구룡마을 재개발 시행 방식 변경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3월), 서울시에 방식 변경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공개 질의서를 전달했으며(4월·6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비슷한 취지로 공개 편지를 보냈다(9월). 참다못한 서울시가 감사원에 “개발 과정 전반에 의혹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살펴달라”며 감사 청구를 하자(10월), 강남구도 감사원 감사 청구로 맞대응했다(11월).
강남구는 개발 방식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로 공영개발 원칙을 들고 있다. 강남구 주택과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구룡마을은 강남구라 택지를 조성하면 지가가 엄청나게 오르게 된다. 현재 인근 땅값이 평(3.3m2)당 3천만~4천만원 정도다. (민영 방식인) 환지를 통해 이런 땅을 토지주에게 주는 것은 특혜다.” 이런 불법 특혜 의혹의 중심에는 박원순 시장이 있다고 강남구는 주장한다.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인 2011년 4월 공영개발을 공식화했던 서울시가 박 시장이 취임한 뒤 돌연 민영개발로 돌아섰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는 황당하다는 태도다. 환지 역시 도시개발법이 정한 공영개발 방식의 하나인데다, 애초에 서울시가 100% 수용 방식으로 구룡마을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없었다는 반박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 관계자는 “혼용 방식은 토지주와 SH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 건설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거주민의 임대 비용이 40~50%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강남구가 서울시와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본다. 한 부동산 관련 연구소 전문가의 말이다. “서울시의 주장에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런데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이 유력해 보이는 박 시장을 물고 늘어지려고 강남구나 정치권이 구룡마을 문제를 과도하게 부각하는 것 같다.” 이러한 분석은 새누리당이 구룡마을 문제를 ‘박원순 시장 구룡마을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박 시장에 대한 검찰 고발과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한 현재 상황과도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포이동 재건마을에선 정반대의 행태강남구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해석할 수만은 없는 다른 이유도 있다. 강남구가 구룡마을 인근 포이동 재건마을 판자촌 재개발과 관련해선 정반대의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강남구는 거주민이 무단으로 시유지를 점유했다는 이유로 2011년 이들이 거주하던 가건물을 강제 철거하고 그 비용까지 물렸다. 성승현 토지+자유연구소 연구원의 지적이다. “강남구는 재건마을 판자촌 거주민들이 시유지에 무단으로 살고 있다며 거주민들을 내쫓으려 해왔다. 그러면서 구룡마을의 경우에는 공공을 위해 토지주의 재산권을 양보하라고 한다. 이중적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박종준 전 경호처장 긴급체포 없이 귀가…경찰, 구속영장 검토
“김건희가 박찬욱에게, 날 주인공으로 영화 한편 어때요 했다더라”
중립인 척 최상목의 ‘여야 합의’…“특검도 수사도 하지 말잔 소리”
경호처 2·3인자가 김건희 라인…‘윤석열 요새’는 건재
“임시공휴일 27일 아닌 31일로” 정원오 구청장 제안에 누리꾼 갑론을박
연봉 지키려는 류희림, 직원과 대치…경찰 불러 4시간만에 ‘탈출’
“최전방 6명 제압하면 무너진다”…윤석열 체포 ‘장기전’ 시작
권성동, 비상계엄 한달 지나서야 “느닷없는 사건, 혼란 드려 죄송”
최상목의 윤석열 체포 ‘지연 작전’…‘특검 합의’ 내세워 국힘 편들기
“빨갱이 댓글 밀어내자”…윤석열 지지 2만명, 좌표 찍고 ‘여론조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