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옛 ‘적준’)이 15년 만(‘다원 철거범죄 1차 보고서’ 이후)에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강제퇴거’는 심판대에 오르지 못했다. 검찰은 다원그룹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수사하지만, 다원이 저지른 폭력으로 집과 일터를 빼앗긴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아직 적절한 이름을 얻지 못했다. 누군가의 재산을 가로채거나 빼돌린 것은 범죄인데, 살던 집에서 사람을 쫓아내는 것은 아직 범죄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법이 보호하는 업무다.
<font size="3">집 부수기가 공익, 용역 맞서면 업무방해</font>
흔히 사람들은 강제퇴거라고 할 때 용역깡패들이 무기를 들고 주민들에게 달려드는 모습을 연상한다. 그러나 그 장면만 보면 우리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용역업체 직원에 맞서는 주민들이 오히려 업무방해죄로 기소되는 현실은 그 장면에 숨은 비밀이기도 하다. 소유권자가 개발사업을 하기로 정하면 지자체는 인가를 내준다. 어떤 의견 수렴 과정이 있었는지와 상관없이 그 개발사업은 법이 정한 ‘공익사업’이 된다. ‘공익’을 입증할 책임은 누구에게도 없다. 법이 정한 절차를 명시적으로 어기지만 않았다면, 조합이나 조합과 계약한 모든 업체의 업무는 법이 보호하는 업무가 된다. 사람이 살던 집을 부수는 것은 ‘공익’을 위해 보호돼야 할 업무가 되고, 재정착대책도 없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 주민은 ‘생떼’를 쓰는 사람이 돼버린다. 오랫동안 거주하거나 장사하며 동네를 가꿔온 주민들이 군말 않고 나가는 것이 ‘공익’이란다.
살던 집에서, 일하던 가게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조직적 폭력을 감수해야 했다. 철거용역 업체들의 ‘이주관리 업무’가 그것이다. 영업방해, 오물 투척, 폭행, 협박, 성희롱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주민들이 떠나도록 강요한다. 오랜 시간 괴롭힘을 견디며 주민들은 자신을 지키려면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폭력을 이겨내고서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라면, 그것은 여전히 권리가 아닌 것이다.
반면 소유권은 마치 그곳을 점유하고 있던 사람들을 쫓아낼 권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건물을 소유했다고 사람의 삶까지 소유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장소에 대한 권리는 소유 여부만을 기준으로 부여된다. 다원이 본업인 철거업뿐만 아니라 시행과 건설에까지 손을 뻗으며 재개발 시장을 파고든 것은 다원만의 능력이 아니다. 어떤 철거업체라도 개발사업 과정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보증하고 있었다. 강제퇴거를 막겠다는 의지를 입법·행정·사법부가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적준’은 또 다른 이름으로 언제든지 우리 앞에 등장할 것이다. 다원그룹에 대한 수사가 중요한 이유가 그것이다. 다원은 다원만이 아니다. 어떤 업체든 재개발시장에 개입해서 인권침해의 대가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를 캐묻기 위해 다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font size="3">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더 미뤄선 안 돼</font>15년 동안 부족했던 것은 수사 의지만이 아니다. 무엇을 수사하고 사법 처리해야 할지를 인식하는 틀 자체에 인권이 없었다. 다원 수사는 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 다원그룹이 개입한 재개발 구역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현재까지 문제가 보고된 개발사업 구역에 대한 특별 실태조사도 필요하다. 이미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해 어떤 권리 회복 절차와 내용을 보장할지도 모색해야 한다. 강제퇴거금지법 제정은 한국 사회에서 강제퇴거가 사라지도록 하자는 선언이 될 것이다. 누군가 계속 삶의 자리를 잃고 미래를 빼앗기는 상황을 막기 위한 행동이, 더는 미뤄져서는 안 된다.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시영, 아들 업고 해발 4천미터 히말라야 등반
국민 58%가 “윤석열 퇴진”…탄핵·하야·개헌, 타당성과 가능성
‘윤 정권 퇴진 집회’ 경찰·시민 충돌…“연행자 석방하라” [영상]
“자존심 무너져, 나라 망해가”…야당 ‘김건희 특검’ 집회도 [영상]
금성호 침몰 40여시간만에…한국인 실종자 주검 1구 발견
멀티골에 도움까지 이강인 원맨쇼…평점 9.9
숭례문 일대 메운 시민들 “윤석열 퇴진하라” [포토]
‘머스크 딸’이지만…제나 윌슨 “미국에 내 미래 없다”
금성호, 고등어 너무 많이 잡았나…해경 “평소보다 3∼5배 추정”
4년 전 트럼프와 달리…바이든, 백악관에 트럼프 초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