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정치인이 ‘낙하산 사장’으로 왔다면 이 정도로 좌절감이 크지 않았을 거다. 김재철 사장은 MBC 출신 선배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회사를 망가뜨리고 있으니 말이다.”(MBC 노조의 한 조합원)
편파보도, 진행자 축출… 각종 불공정 사례 셀 수 없어
한국 언론 역사상 김재철 MBC 사장만큼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방송사 사장이 있었을까. 2010년 3월 MB 측근으로 ‘낙하산 사장’이라는 오명 속에 취임한 그는, 당시 쏟아진 우려대로 지난 2년 동안 MBC를 끊임없는 내홍에 빠트렸다. 그는 정부·여당이 민감해할 보도의 사내 통제를 시작으로, 파업 조합원 징계와 대체인력 투입, 파업에서 복귀한 조합원에 대한 대규모 징계 등 ‘회사 조직 유지’와는 거리가 먼 강경 카드를 쉼없이 쏟아내고 있다.
올해 초 MBC 노동조합은 “김 사장 취임 뒤 2년 동안 MBC에서 벌어진 보도 등 각종 불공정 사례가 모두 52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보도 부문에서 벌어진 편파·왜곡 보도 등으로 나타난 보도 불공정 사례가 36건, 시사·교양 불공정 사례는 10건, 라디오 프로그램 불공정 사례는 6건이었다. 노조는 김 사장과 경영진이 2010년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과 삼성노조의 전자우편 삭제 사건,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로비 개입 의혹 등의 보도를 축소 누락시켰고, 라디오 방송 등에서는 방송인 김미화, 시사평론가 김종배, 배우 김여진 등 진보 성향의 진행자를 대거 내쫓았다고 밝혔다. MBC의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pd>의 경우, 2010년 ‘4대강 프로젝트’ 사업 변경에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계자가 개입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장이 시사하지 않는 한 내보낼 수 없다”며 방송 2시간 전에 보류 판정이 나기도 했다.
이에 항의해 김재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올해 초 시작된 노조의 파업은 MBC 역사상 가장 긴 170일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김 사장의 ‘모르쇠 경영’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파업 기간 중 100여 명의 대체인력 선발을 지시했으며, 파업 뒤에는 언론 역사에 남을 징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파업에 참여한 770명 가운데 156명의 조합원을 교육연수, 자회사 등 기존에 맡고 있던 업무와 다른 부서로 전출시켰다. 또 <pd> 작가 6명은 노조 파업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모두 해고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 쪽에서 MBC 사내 게시망에 접속한 직원의 개인 자료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프로그램인 ‘트로이컷’을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조합원 사찰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냐는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최근엔 에서 안철수 후보(무소속)의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했다가, 논문 원저자의 “표절이 아니다”라는 반박과 함께 노조로부터 “안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자는 의도가 과도하게 작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뉴스 시청률 KBS·SBS의 절반 못미쳐
MBC 앵커 출신인 신경민 의원(민주통합당)은 10월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에서 받은 ‘2012년 지상파 3사의 메인 저녁뉴스 시청률 자료’를 공개했다. 그는 “MBC 노조 파업이 끝난 8~9월 시청률이 같은 기간 <kbs>와 <sbs>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며 “<pd> 작가 퇴출, 아니면 말고 식의 안철수 논문 보도 등 MBC가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것에 국민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pd></sbs></kbs></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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