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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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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억으로 정수장학회 ‘박정희 사진집’ 발간한다

등록 2012-10-09 16:49 수정 2020-05-03 04:26

MBC가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 액수를 대폭 증액했고, 정수장학회는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을 미화하는 사업 등에 지원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줄곧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를 향한 일종의 로비 창구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배당금 3천만원, 기부금 20억원

논란의 주인공은 MBC 김재철 사장이다. 사태의 전말을 파악하려면 먼저 정수장학회와 MBC의 독특한 지분 구조를 짚어야 한다. 정수장학회는 MBC 주식 30%(6만 주)와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다. MBC의 나머지 주식 70%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소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C는 배당금 명목으로 매년 3천만원을 정수장학회에 지급한다. 문제는 MBC가 기부금 명목으로 정수장학회에 제공하는 돈이다. 이 기부금의 규모는 매년 20억원에 이른다.

1992년 3억5천만원이던 기부금은 매년 10~20%씩 올랐고, 정치권에서 기부금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른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20억원으로 고정됐다. 그런데 배재정 민주통합당 의원을 통해 이 입수한 정수장학회 결산 자료와 예산안, 이사회 회의록 등을 종합하면 MBC는 2011년 기부금을 21억5천만원으로 이례적으로 증액한 것으로 돼 있다. 예년보다 1억5천만원이 늘어난 액수다. 정수장학회의 기부금 수입 현황에 따르면 이 돈은 2011년 6월30일과 9월30일 각각 10억7500만원씩 나눠 정수장학회에 지급된다. 기부금 증액이 MBC 이사회에서 결정된 시점은 2011년 5월4일이었다. 방문진이 김재철 사장의 연임을 확정한 것은 같은 해 2월16일의 일이다. 김 사장이 연임에 극적으로 성공한 얼마 뒤 정수장학회에 대한 기부금을 이례적으로 증액한 것이다.

2011년 증액된 1억5천만원의 기부금은 어떤 용도로 쓰였을까. 같은 해 9월21일 열린 정수장학회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그 내역이 상세히 드러난다. 이사회 회의록에 명시된 최필립 이사장의 말이다. “내년 재단 창립 50주년을 맞이하여 설립자이신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중에 출판사 기파랑에서 박 대통령의 일생을 조명할 수 있는 사진집을 출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1억5천만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1억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에 김덕순 이사는 “박정희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설립자의 업적을 알리는 좋은 기회도 될 듯합니다”라고 화답한다. 이 안건은 별다른 논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통과된다. 출판사가 정수장학회에 요청했다는 1억5천만원은 앞서 MBC가 증액한 기부금 1억5천만원과 정확히 같은 액수다. 다만 정수장학회는 이를 모두 출판사에 지원하지 않고 1억원으로 지원금을 한정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집 출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출판사 ‘기파랑’의 대표는 박근혜 후보의 멘토로 잘 알려진 안병훈 전 부사장이다.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안병훈씨는 강창희 국회의장, 김용환·최병렬·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 현경대 전 의원과 함께 이른바 ‘7인회’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출판사는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한 라는 제목의 책을 최근 발간하는 등 극우·보수 성향 학자와 논객의 책을 다수 출간해왔다. 2008년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펴낸 도 이 출판사에서 나왔다. 당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뉴라이트 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근혜 후보는 축사에서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것을 바로잡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힘을 실은 바 있다.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권력의 메커니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김재철 MBC 사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권력의 메커니즘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박근혜 후보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 김재철 MBC 사장(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장학회에 ‘선양사업을 지원’하는 규정

정수장학회의 지원을 받아 발간할 예정인 사진집 제목은 가칭 다. 정수장학회는 지원금 중 절반인 5천만원을 출판사에 이미 지급했다. 기파랑 관계자는 “나머지 5천만원은 책이 나온 이후 지원받기로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작업 과정에 따라 발간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11월 중에 발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학사업을 본령으로 삼아야 할 정수장학회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출판사업을 지원하는 근거는 뭘까. 정수장학회는 정관을 통해 장학회의 설립 목적을 “사회 일반의 이익에 공여하기 위하여 공익 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라 장학사업·학술·교육·문화진흥사업·도의앙양사업 등을 수행하여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관은 이를 위해 장학금 지급, 학술연구비 지원 등 정상적인 장학회의 활동 외에도 “학술·교육·문화와 국가 사회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의 업적 연구 및 선양사업 장려금 지원”을 명시했다. 최필립 이사장도 이사회에서 “우리 장학회 규정에도 선양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안건 승인을 선언한다. 결국 ‘박정희 사진집’ 출간 지원은 내부 정관에 따른 정상적인 사업일 뿐이라는 게 장학회 쪽의 견해다.

하지만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박근혜 후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집 출간 사업을 정수장학회가 지원하는 것을 두고는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 지원금은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에서 나왔다. 배재정 의원은 “공영방송사가 대선을 앞둔 시점 여당 대선 후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직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출판물 간행비를 제공한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의 1억5천만원만이 문제가 아니다. MBC는 올해 5월2일 이사회를 열고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27억5천만원으로 높여 책정했다. 예년에 비해 7억5천만원, 전년에 비해서도 6억원이 늘어난 액수다. 이 기부금은 지난 6월과 9월 각각 13억7500만원씩 나눠 정수장학회에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기부금을 이례적으로 대폭 증액한 사유가 불분명하다. MBC 쪽은 배재정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영업이익 증가 등을 고려해 2011년과 2012년도 기부액을 책정했다”고만 밝혔다.

김재철 사장의 견해를 대변하고 있는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2011년의 경우 경영 실적이 굉장히 좋았고, 영업이익도 780억원에 달했다”며 “구조적으로 증액의 사유를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정수장학회 기부금이 20억원으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그 액수가 너무 적은 게 아니냐는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부금 증액이 정수장학회의 요청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MBC 이사진의 자체적인 결정인지에 대해서 그는 “문건이나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후 관계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방송계의 여러 행사 등에서 양쪽(김재철 사장과 최필립 이사장)이 교류하고 만나는 과정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있었고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기부금 증액을 통해 김재철 사장이 박근혜 후보 쪽에 자신의 입지와 관련된 로비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본부장은 “기부금이 100억원 이상 늘어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증액 규모만 봐도 얼토당토않은 주장으로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7억5천만원 증액하고 노조에는…

‘영업이익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증액이라는 해명은 오히려 의문을 낳는다. 7억5천만원의 기부금 증액이 결정된 올해 5월2일은 ‘김재철 퇴진’을 요구해온 MBC 노동조합의 파업이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이후 회사는 노조에 모두 19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김재철 사장 쪽은 ‘2012년 상반기 경영 현황 분석’이라는 자료를 통해 “1월30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파업으로 프로그램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로 인한 광고손실액 및 회사 피해액은 막대한 수준”이라며 “5월까지 광고매출에서만 전년 대비 98억원의 감소를 보이고 있고 6월 말까지 상반기 예측치로는 282억원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에서는 “노조의 파업 때문에 경영상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뒤에서는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대폭 증액한 김재철 사장 쪽 행보는 어지러울 지경이다.

MBC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용마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김재철 사장은 박근혜 후보 쪽에는 인맥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동안 끊임없이 친박에 줄을 대려고 노력해왔다”며 “지난해 늘어난 1억5천만원과 올해의 7억5천만원은 이를 위한 보험금 성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특히 “파업의 손실 명목으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김재철 사장이 정수장학회 기부금을 대폭 확대한 것은 터무니없을 뿐 아니라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당연히 로비를 위한 기부금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증액된 기부금이 모두 장학사업에 쓰인 것도 아니다. 정수장학회의 2011년 결산 자료에 따르면 기부금이 1억5천만원 늘어나는 동안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장학금 증액분은 3천만원도 되지 않았다. MBC 기부금이 전년 대비 6억원 늘어난 2012년 예산안을 봐도 장학금은 1억5460만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신 정치적 용도로 활용될 소지가 적지 않은 지원사업비는 2억5천만원을 더 책정했다. 수입은 대폭 늘어났지만, 정작 장학회 존립의 핵심 이유인 장학금 지원은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통해 박근혜 후보와 연을 맺고자 했던 김재철 사장의 ‘눈물겨운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과 11월 각각 일본 니가타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열린 한류 콘서트에 최 이사장을 대동하고 참석했다. 경비는 모두 MBC가 댄 것으로 알려졌다. MBC 대주주인 김재우 방문진 이사장도 동행했다. MBC 사장이 정수장학회와 방문진 이사장을 ‘모시고’ 외유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수장학회가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를 ‘개인금고’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정수장학회는 기부금과는 별도로 2008년부터 매년 2만달러를 MBC로부터 지원받아 베트남의 비정부기구(NGO)인 ‘국민원조대외조정위원회’(PACCOM)에 장학회 명의로 전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MBC는 2011년부터 2만달러를 추가로 정수장학회에 지원하고 있다. 이 돈 역시 정수장학회 이름으로 ‘베트남교육진흥기금’(VFPE)에 지원된다. 돈은 김재철 사장의 MBC가, 생색은 정수장학회가 내는 셈이다.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수장학회 사무실.  “나와는 무관하다”는 박근혜 후보의 항변에도 정수장학회 문제는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석주 기자

서울시 중구 정동에 위치한 정수장학회 사무실. “나와는 무관하다”는 박근혜 후보의 항변에도 정수장학회 문제는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석주 기자

말 바꾸고 ‘방패막이’ 자임한 이한구

정수장학회를,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박근혜 후보를 향한 김재철 사장의 구애는 과연 성과를 거두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김재철 사장의 거취 문제는 지난 4·11 총선 직후 국회 개원을 위한 여야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28일 개원 협상을 마무리지으며 “8월 초 구성될 새 방문진 이사회가 방송의 공적 책임과 노사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처리토록 협조한다”고 합의했다. 김 사장과 MBC 사태를 대상으로 한 청문회도 열기로 했다. 박근혜 후보 본인이 “MBC 파업이 징계 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는 의견을 밝힌 것도 그 시점이었다.

정치권과 언론은 이를 사실상 김 사장 퇴진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노조가 170일간의 파업을 끝내고 7월17일 업무에 복귀한 데에도 여야의 개원 합의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여권 내부에서도 “각종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김재철 사장 체제의 MBC를 떠안고 가는 것은 박근혜 후보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터다.

그러나 막상 국회가 열리자 새누리당은 다시 ‘김재철 방패막이’를 자임한다. 총대는 친박 강경파인 이한구 원내대표가 멨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그런 일(김재철 사장 퇴진)은 없을 것”이라며 ”그런 (여야의) 합의는 이뤄진 바 없다”고 말을 바꿨다.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MBC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그리고 8월에는 MBC 사장 임명 권한을 갖고 있는 방문진 이사장에 김재우 전임 이사장이 연임됐다.

정수장학회에 대한 MBC의 전폭적인 지원 확대가 김재철 사장 거취와 관련한 새누리당의 기류 변화에 영향을 끼쳤는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핵심 인사는 “그런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해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은 회사와 노조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다. 파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순 없고, 그렇다고 어느 쪽을 편들고 싶지는 않았다는 게 박 후보의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본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당시부터 현재까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MBC가 저렇게 망가져 있는 것이 대선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김재철 퇴진은 여야 간의 명확한 합의 사항이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제 와서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침묵’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표변의 이유는 김재철 사장의 행보가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김 사장은 MBC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인 <pd>의 상징적 존재인 최승호 PD와 작가 전원을 해고하는 등 <pd> 무력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스 보도의 편향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최근 MBC 가 ‘검증’을 명분으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무차별 의혹 제기에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 이사장 2선 후퇴 거부, 그것으로 끝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와 자신이 ‘무관한 관계’라고 거듭 강조해왔다. 정수장학회는 공익사업을 위한 법인일 뿐이고, 자신은 이미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다. 당내 경선 이후 언론과 한 첫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최필립 이사장의 2선 후퇴 촉구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정수장학회는 여전히 ‘대선 후보 박근혜’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자신의 임기를 대선 이후에도 보장받기를 원하는 한 사람의 불순한 욕망과, 이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활용하려는 다른 여러 사람들의 욕망이 정수장학회라는 한 지점에서 조우했다. 철학자 이수영은 2009년 발간한 에서 들뢰즈·가타리를 인용하며 “권력이란 존재하기보다 작동한다”고 썼다. 당사자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권력의 메커니즘은 박 후보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박 후보와 정수장학회의 관계는, 이수영의 표현을 빌리자면 명사가 아니라 동사다. 존재 여부를 따지기 전에 작동해왔고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나와는 무관하다”는 박 후보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p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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