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리더가 있지만, 리더십을 가진 리더는 많지 않다. 리더십은 “개인이 모종의 임무를 달성할 때 타인의 지지와 지원을 얻어낼 수 있게 하는 일련의 사회적 영향력”(마틴 체머스)으로 정의된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의 정의를 빌려 조금 더 쉽게 표현하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는 능력”이다. 리더 개인의 성격 특성, 처한 상황, 리더의 행동, 비전과 가치, 카리스마, 지능 등이 복합적으로 리더십을 만든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려는 용인술
리더십 분석에 활용할 사례는 박근혜 후보가 가장 많다. 이미 2004년 한나라당의 리더로 위기의 당을 구해냈다. 이후 여러 차례 리더십이 검증대에 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4·11 총선 결과가 증명한다. 일단 시대의 화두는 ‘소통’인 것 같다. 박근혜 후보조차 자신이 추구하는 리더십으로 꼽을 정도다. 박 후보는 홈페이지에서 “공개와 공유, 소통과 협력을 정부 운영의 핵심 원리로 삼겠다”고 밝혔다. 수락 연설에서는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인의 참모습은 말보다 행동과 선택에서 드러난다. 박근혜 리더십의 강점으로 원칙을 밀어붙이는 고집이 꼽힌다. 박 후보 스스로 ‘원칙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2007년 경선 결과에 승복한 모습,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킨 일화 등이 근거로 거론된다. 당내 반대를 물리치고 4·11 총선 당시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중용했다. ‘김용민 막말 논란’ 등에서 전혀 지도력을 보이지 못했던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와 비교됐다.
강점과 단점은 같은 동전의 앞·뒷면일 때가 많다. 장점으로 꼽히는 고집은 때로 ‘불통의 리더십’이라고 비판받는다. 최근 불거진 역사관 논쟁이 그렇다. 측근들의 합리적 조언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다. 마키아벨리는 군주의 리더십 수단으로 부하에게 사랑받기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를 조언했다. 굳이 따지자면, 박 후보의 용인술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에 가까워 보인다. 박 후보는 곁을 잘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10·26 뒤 공화당 정치인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받은 배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중단 없이 곁을 지키는 2인자가 없다. 2004년 총선 때 박근혜 후보와 함께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배신감과 용인술의 연관성을 지적했다. 그는 박 후보 리더십의 ‘비민주적 측면’을 우려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런 측면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내건다. 박 후보에 비해 둘 다 리더십을 분석할 사례가 많지 않다. 정치인이 아니었거나(안철수), 리더가 아닌 참모(문재인)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지난 9월16일 수락 연설 때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공감과 연대의 리더십”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에서는 “저의 권력 의지는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권력으로 개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하게 가꾸면서 국민들에게 되돌려드리기 위한 의지”라고 썼다. 이상적 리더십 스타일에서 안철수 후보와 다르지 않다. 문 후보 캠프에서 안 후보 쪽에서 문 후보의 비전과 가치에 영향받은 것 아니냐고 여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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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아니었거나 참모였던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리더로서 판단하고 행동한 역사가 없다. 부하와 측근을 대하는 근무 스타일로 정치인 문재인의 리더십을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문 후보를 기억하는 전 청와대 행정관은 ‘소통의 리더십’을 특징으로 꼽았다. 비서실장 시절 문 후보는 발언권을 가진 회의 참석자뿐 아니라 직급이 낮은 행정관 등 단순 배석자들의 의견도 자주 경청했다는 것이다. 아랫사람에게 예의를 지켜 행동하는 인간적 매력도 자주 거론된다.
문 후보는 ‘권력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문 후보는 “정치인 문재인은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서겠다”()고 표나게 강조했다. 소통하되 자신만의 원칙은 분명히 지켜나가는 고집이 있다는 취지다. 문 후보 캠프의 한 인사도 “부산 선거 당시 자기 원칙이 매우 확고했다”고 말했다. 당시 참모들은 노래에 맞춰 선거운동원이 춤을 추고 후보가 연설하는 기존 선거운동 방식을 건의했다. 문 후보는 “이렇게 해서 소통이 되겠느냐. 못하겠다”고 반대했다. 유권자와 묻고 답하는 대화형 선거운동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그 인사는 전했다. 참여정부 시절 근무했던 전 행정관도 일화를 소개했다. 비서실 회의 안건으로 국가 사업과 관련한 토지보상 문제가 올라왔다. 관료들은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법령에 근거가 없다며 반대했다. 문 후보는 추석 명절 때 관련 법령을 모두 공부한 뒤 관료들을 설득해 차관회의를 근거로 애초 계획대로 보상 문제를 추진했다. 그러나 4·11 총선 패배, ‘대한민국 남자 문재인’ 슬로건 폐기 사례 등 문 후보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 대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안철수 후보는 출마 연설에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고, “대한민국은 이미 현명한 국민들과 많은 전문가들이 요소요소에서 각자가 역할을 하는 커다란 시스템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속에 이미 답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시절 안철수 후보의 측근들도 이런 ‘수평적 리더십’을 여러 일화로 증언한다. 안랩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지낸 박근우씨는 에서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쓴 것, CEO인데 운전기사를 두지 않고 직접 운전한 면모, 직원에게 주식을 나눠준 일화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월 펴낸 에서 우유부단해 보인다는 인상비평을 반박했다. 1997년 미국 대기업이 안철수연구소를 1천만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의했을 때 그 자리에서 거절한 일, 코스닥 거품이 빠진 뒤 등록한 일화, 세무 담당자가 합법적 ‘절세’를 제안하자 거절한 일화 등은 안 후보의 ‘원칙의 리더십’ 근거로 삼을 만하다.
CEO가 해보지 않은 일
그럼에도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기업 안에서 CEO에게 진정한 반대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의 세상에 선의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인은 반대자를 때로 설득하고 때로 투쟁해 굴복시켜야 한다. 반대자는 국회에도 있고 나라 바깥에도 있다. CEO 안철수가 해보지 않은 일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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