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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퇴행 ‘이명박근혜’

등록 2012-07-11 15:54 수정 2020-05-03 04:26
홍성태 상지대 교수

또다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5년 전인 2007년 초부터 12월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신드롬’이라고 부를 정도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 경선은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쪽은 2008년 4월 총선에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천학살’을 감행하며 권력을 독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쪽은 박 전 위원장을 축출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명박 대통령 쪽의 문제가 커지며 박 전 위원장의 힘은 계속 커졌다. 마침내 2012년 1월 박 전 위원장은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맡아 한나라당을 장악하고 이명박 대통령 쪽과 선을 긋기 위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으며, 2012년 4월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쪽에 대한 공천학살을 감행하고 새누리당을 제1당으로 만들어 새누리당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예비후보가 되었다.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확고

새누리당 내에서 박 전 위원장의 독주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될 것은 분명하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등을 다 합해도 지지도 면에서 박 전 위원장과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언제나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불변의 30% 유권자들을 넘어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 안에서도 확고해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은 전체 보수세력은 물론 상당수 중도세력의 통합 후보로서 확고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런 박 전 위원장에 대해 개혁진보 쪽에서는 강력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반민주 독재화와 총체적 후진화를 강행해 이 나라를 ‘5공’으로 되돌려놓으려 했다면, 박근혜 정권은 그것을 더욱 악화시켜 이 나라를 ‘3공’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흔히 ‘공주’로 불린다. 이것은 무소불위의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이라는 데서 비롯된 부정적인 호칭이다. 그런데 사실 서로 깊이 연관돼 있지만 확실히 구분되는 두 가지 ‘공주’ 호칭이 박 전 위원장에게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유신공주’이고, 다른 하나는 ‘수첩공주’다. 전자는 박정희의 독재와 박 전 위원장의 연관을 나타내는 것이고, 후자는 현재의 독자적 정치인 박 전 위원장의 능력을 나타내는 것이다. 전자를 강조한 비판에 대해 보수세력은 ‘연좌제’라는 식의 반박을 한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어머니 육영수의 암살(1974년 8월15일) 때부터 아버지 박정희의 암살(1979년 10월26일) 때까지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하며 ‘유신독재’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유신독재의 반민주성에 비춰본다면, 박 전 위원장은 정치를 하지 않는 게 옳다. 그런데 수첩공주의 문제도 여기에 뒤지지 않는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7일 국회에서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7일 국회에서 지역구 불출마 선언을 한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수첩공주의 문제, 즉 독자적 정치인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크게 성향과 정책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성향은 지도자의 자질과 직결된 주관적 특징으로서 대단히 중요하다. 박 전 위원장의 성향은 이미 많이 지적되었듯 무엇보다 반민주적 오만과 독선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런 성향은 기자들의 당연한 질문에 대해 “지금 저하고 싸우시는 거예요?” “한국말 모르세요?” “병 걸리셨어요?” 등의 막말을 던진 것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 때문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전 위원장에게 ‘발끈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 보여주었듯 오만과 독선에 빠진 자는 결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포용과 소통은 지도자의 근본적인 자질이며, 21세기 네트워크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이 점에서 박 전 위원장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 면에서 드러난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더욱 명확하다. 박 전 위원장이 가장 강력히 나섰던 것은 사학법 개정의 저지였다. 한국의 사학은 공적 기관이지만 사적 재산처럼 다뤄져 온갖 비리와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어렵게 사학법을 개정했으나 박 전 위원장이 최선을 다해 사학법 개정을 무산시켜버렸다. 박 전 위원장은 반값 등록금, 의무교육 확대 등과 양립할 수 없다. 박 전 위원장은 경제와 고용 면에서도 이명박 대통령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친재벌과 반노동의 노선에 있고, 망국적인 4대강 죽이기에도 찬성했다. 박 전 위원장이 복지를 높이 외치는 것은 언뜻 다행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것은 복지국가의 요구에 대한 현혹적인 답변일 뿐이다. 친재벌·반노동·반생태에 입각해 복지의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극구 옹호한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의 문제인 오만과 독선은 ‘유신공주’에서 비롯된 ‘수첩공주’의 문제다.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근혜식 복지는 현혹적인 답변일 뿐

사실 ‘수첩공주’ 박 전 위원장의 문제는 ‘유신공주’ 박 전 위원장의 문제와 뗄 수 없이 연결돼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박정희의 친일과 독재를 극구 옹호한다. 그러므로 박 전 위원장은 반민족적이고 반민주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두드러진 성향의 문제인 오만과 독선은 유신공주에서 비롯된 수첩공주의 문제다. 정책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정희는 단순히 폭력적 억압만 행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이른바 ‘박정희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것은 노동과 자연에 대한 이중의 착취에 근거한 사회체계로서, 그 구조적 핵심은 착취적인 재벌체제와 파괴적인 토건국가로 요약할 수 있다. 박 전 위원장은 선진적인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후진적인 ‘박정희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 나라를 확실히 더욱더 퇴행시켜 정말 ‘이명박근혜’를 이루게 될 것이다.

과거와의 연계에서나 현재의 정책에서나 박 전 위원장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4월 총선에서 비자격자를 대거 공천한 것, 공개토론과 국민경선을 극력 거부하는 것, 매국적인 한-일 군사협정 비밀 체결 시도에 대해 뻔한 말로 얼버무린 것 등에서 박 전 위원장의 오만과 독선, 무능이 잘 드러났다. 이런 정치인을 열렬히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다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박 전 위원장이 진정한 선진화를 추진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박 전 위원장이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국민에게 공표하고 약속해야 할 것이다. 자신도 주역이었던 악독한 유신독재에 대한 반성, 이 땅의 불의한 현실을 대표하는 전두환의 처벌, 후진적인 재벌체제와 토건국가의 해소, 노동과 자연을 존중하는 복지국가의 추구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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