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습관이 다시 나왔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출마한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3월28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이석기 후보를 비롯해 통합진보당 총선 후보와 지도부 인사 중 과거 북한의 지하조직원으로 활동한 인사가 최소 5명 이상 있다’고 말했다.”(<조선일보> 2012년 3월29일치). 보수언론의 ‘색깔론’이다.
방어막이 된 ‘조·중·동 프레임’
괴물과 싸워온 자도 괴물의 오래된 습관에 물든다. (기자) “당권파 핵심이 아니라는 말인가? (이석기 당선인 답변) “조·중·동이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과거 사건(민족민주혁명당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건 팩트다. 과거를 현재형처럼 만들어내는 것이 조·중·동의 프레임이다.” 당권파에 속한 김미희 당선인은 지난 5월16일 기자회견에 앞서 기자들에게 “다들 양심이 있을 거다. 하지만 속해 있는 언론사 입장 때문에 양심을 발휘 못하는 것 이해한다. …누가 우리의 국회 진출을 가장 싫어하겠나.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다”라고 말했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의 정치부 기자들이 양심을 속이며 당권파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고 있다는 취지다. 이들 민족해방(NL) 계열 당권파의 인식 속에서 자신들을 향한 진보언론의 비판은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행위이거나, 양심을 어긴 행위 둘 가운데 하나다. 말하자면 ‘역색깔론’이다.
NL 계열은 민중민주(PD) 계열에 비해 서민의 삶 문제보다 통일과 미국 문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기 거부한다. NL 계열인 최기영(45) 통합진보당 정책기획실장은 분당 전 민주노동당의 간부로 2007년 ‘일심회’ 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는 같은 당 소속 동료 활동가들의 정보를 북한 정권에 몰래 제공했다. 그런데도 지금 통합진보당 간부다. 이런 행동들이 종북주의 논란이 나오는 빌미가 됐다. 그럼에도 현 상황의 본질은 이념 문제가 아니라 당 운영의 민주주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보수언론의 색깔론은 논점을 뒤섞는다. 색깔론 안에서 ‘종북=비민주’가 된다. 보수언론은 당권파의 걷는 태도를 문제 삼다 갑자기 걷는 방향이 문제라고 논점을 뒤바꾼다. 돈과 사람이 모여 선거에 뛰어드는 모든 공당에서 계파의 대립과 갈등은 벌어진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충격은 그것이 진보정당 안에서, 전혀 진보정당답지 않은 방식으로 벌어졌다는 데서 나온다.
다시, 문제의 본질은 패권주의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한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는 “어떤 조직이건 적절한 힘의 균형이 내부 인자들 사이에 있어야 하는데 그 자체가 깨진 게 잘못”이라고 밝혔다. 갈등의 본질은 진보정당의 민주적 운영 질서 찾기라는 취지다.
역색깔론은 똑같은 방식으로 논점을 뒤섞는다. 종북주의 논란 말고 진보정당의 낡은 정파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NL 계열 당권파의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까지 조·중·동 프레임에 갇힌 행위가 된다. 역색깔론은 거울에 반사돼 좌우만 바뀐 색깔론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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