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진상조사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찬성과 반대에 모두 기표했지만 유효처리된 사례 등 다수의 부정이 확인됐다. 통합진보당 제공.
5월3일 통합진보당이 당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진상조사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유령당원’의 실체의 일단이 드러났다. 당내 특정 세력이 비례대표 경선에서 자파 후보를 당선시키려고 실제 당원이 아니거나, 당원이더라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을 대리해 투표하는 고의적·조직적 부정을 저질렀다는 의미다.
선거인명부에 서명한 뒤 볼펜으로 이를 삭제한 사례. 통합진보당 제공
‘뭉치표’, 서명 없는 투표용지
‘유령들’의 투표는 전체 투표의 85%에 이르는 온라인투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한 아이피(IP)에서 47차례 투표가 이뤄진 경우도 발견됐다. IP는 한 대의 인터넷 회선에 부여되는 일종의 고유 번호다. 어떤 IP에서는 3시간25분 동안 70대 10명을 포함해 40대 이상 여성 21명이 투표한 일도 있었다. 한 사람이 투표한 뒤 몇 초 만에 투표가 반복되는 식의 패턴도 계속 나타났다. 모두 정상적인 투표로 판단할 수 없는 사례다. 진상조사단은 특정 IP에서 집중적으로 투표한 65명과 전화로 접촉해 실제 투표에 참여했는지 조사했다. 이들은 모두 당원으로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이 중 7명은 “당원이 아니다”라고 답했고, 그중 6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원도 아닌 이들의 명의로 누군가 대리 투표를 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나머지 1명은 “당원이 아니지만 투표에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실제 통합진보당 당원들을 포함하면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12명이나 됐다.
현장투표에서도 ‘유령’의 흔적은 곳곳에 나타난다. 모두 12곳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여러 장이 분리되지 않은 채로 발견됐다. 2표에서 6표까지 접착제로 붙어 있는 ‘뭉치표’가 발견된 것이다. 조사단은 “정상적으로 투표했을 경우에는 절대 붙어 있을 수 없는 투표용지가 발견됐다”며 “이는 누군가 대리투표를 했다는 것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선거인 명부에 선거인 본인의 서명은 없고, 투표 관리자의 서명만 있는 경우나 선거인의 서명이 명부의 이름과 현저하게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다. 예를 들어 ‘최병섭’이라는 선거인 이름에 서명은 ‘명신’으로 돼 있었다는 것이다. 여러 선거인의 명부에 동일한 필체로 서명한 경우, 선거인 명부에 서명이 삭제된 것도 여러 건 발견됐다. 이 밖에 당연히 무효로 처리됐어야 할 표가 대거 유효 처리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복수의 후보를 찍거나, 공식적인 기표 용구가 아닌 볼펜 등으로 ‘○’ 혹은 ‘V’라고 표기한 경우 등이다.
1차 조사만도 이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1차 조사 결과 밝혀진 사례 외에도 비슷한 유형의 부정이 얼마큼 광범위한 규모로 이뤄졌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당원 수는 7만2천 명에 달한다. 지역별로 20% 정도의 당원들이 전화번호나 주소가 바뀌어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명부상으로만 존재하는 당원들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악용될 수도 있다는 걸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이야기다. 얼마나 더 많은 유령이 통합진보당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것일까.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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