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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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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2주 넘는 긴 휴가를 쓰는 나라

한 해 24일 이상 휴가를 법으로 보장하는 독일… 1년 6주 휴가를 쓰는 그뤼너가 브라질·남아공 등을 여행한 이유
등록 2011-07-28 17:14 수정 2020-05-03 04:26
» 그뤼너가 2010년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모습.

» 그뤼너가 2010년 스코틀랜드를 방문했을 때 모습.

독일인들은 주로 2~3주 동안 여름휴가를 보낸다. 그 밖에도 휴일이 낀 긴 주말에 가까운 다른 도시를 관광한다. 여름 말고도 다른 계절에 긴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함부르크의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에서 법률고문으로 일하는 하랄트 그뤼너(38)는 장거리 여행을 즐긴다. 미혼의 싱글남인 그는 지난해 여름휴가 땐 스코틀랜드, 지지난해엔 브라질, 3년 전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여행했다. 짧은 휴가를 내서 독일의 발트해, 북해, 런던, 부다페스트, 베를린으로 놀러가기도 한다. 올 여름휴가 땐 도쿄에서 출발해 일본 이곳저곳을 돌아볼 계획이다. 물론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때문에 여행 지역의 안전성에 대해 잘 알아봤다. 다른 독일인들도 여름휴가 때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이웃나라로 여행을 가거나 다른 도시의 별장 등에서 많이 보낸다.

휴가비도 지급한다

그뤼너는 휴가 중 업무를 대행해줄 사람이 없다. 그래서 휴가 가기 전에 해야 할 업무를 미리 해놓고, 다녀와서 밀린 일을 한다. 그래도 동료 한 명이 사소한 일을 맡아주고 중요한 일이 생기면 연락해준다. 물론 직급의 중요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누군가가 2~3주간 휴가 중이라도 어떻게든 회사 일은 굴러간다. 휴가비는 개개인의 임금계약서에 달려 있다. 어떤 이는 휴가비를 받고 어떤 이는 받지 못한다. 회사마다 다르기도 하다. 그뤼너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휴가비를 지급한다.

휴가 때 드는 비용은 여행의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장거리 여행을 하면 예년의 여행비보다 비행기 티켓값이 더 비쌀 때도 있다. 가령 유럽 안에서 자동차로 하는 여행의 전체 경비가 장거리 여행 때의 비행기 티켓값보다 훨씬 저렴하다. 물론 여행마다 다르겠지만 그뤼너가 3주간 여행에서 쓰는 비용은 평균 2천유로(약 300만원) 정도다. 여행은 혼자 할 때도 있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휴가 중 여행하면서 마음에 들지 않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어떤 곳이든 모두 나름대로 좋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니발, 스코틀랜드의 안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돌고래 등 모두 인상 깊었다. 특히 여행책자에 없는 것들이 더 기억에 남았다. 그는 매년 여름에 될 수 있으면 3주의 휴가를 내서 제대로 된 여행을 하려고 한다. 여행 중엔 호텔에 묵으며 클럽이나 바에 가는 것을 즐긴다.

독일에서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 기간은 1년에 24일이다. 근무연수가 늘면 휴가 기간도 조금 더 길어진다. 보통 노동계약서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또 독일 노동법은 피고용인이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최소 2주간 긴 휴가를 낼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휴가에 관한 조항 적용은 각 회사의 재량에 달렸다. 대부분은 아이들의 방학에 맞춰 휴가 기간을 정한다. 그래서 독일의 학교들은 교통체증을 고려해 동시에 방학하지 않고 주마다 방학 기간이 다르다.

2013년, 4개월 세계 여행 계획

그뤼너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만 그에겐 휴가도 중요하다. 그는 1년에 다른 사람보다 많은 6주간의 휴가를 쓸 수 있어서 휴가 기간에 매우 만족한다. 그렇지만 내후년에는 4개월간 휴직하고 세계 각국을 여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휴가 중 빈집의 화초나 우편물은 이웃이 봐준다. 이웃이 휴가를 가면 그도 그 일을 맡아 한다. 한국의 여름휴가 일주일은 그에겐 너무 짧다. 다른 대륙으로 여행할 경우 일주일은 시차에 적응하기에도 너무 짧은 기간이다.
베를린(독일)=한주연 통신원




# 독일 1년 평균 노동시간 #
1430시간(2008년·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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