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는 사람들과 의논해서,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고 그냥 ‘봉하마을 이야기’로 하자. (중략) 여기는 농사를 짓고 있으니까, 이 와중에도 시작했던 일을 그대로 살려나가려는 사람들의 분투하는 모습들이 나가줘야 한다. 농민들의 이야기다.”(, 학고재 펴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로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지금의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을 닫을까 고민하면서도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친환경 농업을 향한 애착은 놓지 않았다. 2008년 약 7만9천m²(2만4천 평)로 시작한 친환경 오리농업은 올해 약 165만3천m²(50만 평)로 늘어났다. 봉하마을 주변 마을도 친환경 작목반에 들어, 4개 마을 180농가가 함께 일한다. 봉하마을 앞 들판은 올해부터 유기농 인증도 받게 됐다.
“노 대통령 뿌린 씨앗 잘 커”
노 전 대통령을 대신해 봉하마을에서 이런 성과를 이끌고 있는 이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을 지낸 김정호 영농법인 봉하마을 대표다. 김 대표는 “쌀시장이 완전 개방되더라도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친환경 농사를 짓고, 고품질로 가공하고, 브랜드로 제값 받고 팔 수 있으면 우리 농촌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재임 때부터 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며 “노 대통령이 쌀농사를 주로 하는 농민의 살길이 뭔지 봉하마을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 보임으로써 농민들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 노 대통령이 뿌린 씨앗이 잘 크고 있다”고 말했다.
가공상품도 많이 나왔다. 봉하마을에서 생산한 친환경 쌀로 만든 막걸리, 현미찹쌀 누룽지, 누룽지 튀밥, 떡 등이 나왔고 노 전 대통령 2주기를 기해 봉하쌀엿, 쌀 조청, 연잎찰밥 등도 선보인다.
추모객들은 ‘노무현 이후의 삶’을 ‘노무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한다. 시기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평일엔 3천~4천 명, 주말엔 5천~1만 명이 방문하는 등 서거 이후 2년간 누적 방문객이 400만 명에 이른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노 대통령은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는 가까운 이웃 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현실이 팍팍할수록 생각나고, 애잔함·미안함·아쉬움에 현 정부 들어 역사가 퇴행하는 걸 목격하며 그리움이 더해져 봉하마을은 언젠가 가봐야 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5월1일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고유제와 추모전시회 개막식이 열린 데 이어, 2주기인 5월23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표 참조). 하이라이트는 5월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추모문화제와 같은 날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방송인 김제동씨의 토크콘서트 ‘김제동의 노하우(Knowhow)’다.
서울광장, 봉하마을 이원 중계
이날 서울광장에선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노 전 대통령 저서와 관련 도서 전시회, 사인회, 책 나눔 행사, 판화 프린팅, 사진전 등 시민참여 행사가 열린다. 봉하마을의 연잎찰밥도 맛볼 수 있다. 오후 4시부터는 안희정 충남지사, 김두관 경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출연하는 ‘관객과 명사들이 함께하는 시사토크’가 진행된다. 저녁 7시엔 지난해에 이어 추모공연 ‘Power To The People 2011’(시민에게 권력을)이 열리는데, 가수 조관우·이상은·우리나라 등이 출연한다. 오후 4시에 시작하는 ‘김제동의 노하우’에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하는데, 서울광장과 서로 연결해 양쪽에서 20분가량 이원 중계도 한다. 공연은 모두 무료다.
2주기 추도식은 봉하마을 대통령묘역 옆에서 5월23일 오후 2시 문성근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의 사회로 열린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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