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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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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경영, 미흡하거나 침묵하거나

삼성전자 등 45개 기업 ‘2010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단독 분석…

인권 존중 관련 270개 답변 가운데 ‘미흡’ 43.7%, ‘부정확’ 24.1%, ‘미기재’ 18.9%, ‘만족’ 13.3% 순
등록 2011-02-09 14:23 수정 2020-05-03 04:26

삼성SDI는 2003년 3월 최대 거래업체 가운데 하나인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로부터 예상치 못한 요구를 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보고서를 달라는 것이었다. 삼성SDI는 부랴부랴 전담팀을 만들었다. 그해 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기업의 보고서가 나온 셈이다. 같은 해 현대차, 한화석유화학 등도 보고서를 냈다.
이렇게 2003년 3곳에서 시작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지난해 한국타이어, 현대모비스, STX 등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총 79곳으로 늘었다. 그만큼 기업의 사회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경영이 기업의 생존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 최광림 전략조정실장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려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내는 곳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등 45개 주요 기업들이 발간한 ‘2010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 대한항공 등 45개 주요 기업들이 발간한 ‘2010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인권 영역 중시하는 국제 평가기준

하지만 여전히 훨씬 더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100대 기업(2009년 매출액 기준) 가운데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낸 곳은 44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출 30대 기업에서는 우리은행, 삼성생명, SK네트웍스, 현대중공업, 기업은행, LG디스플레이, 한국씨티은행, 외환은행, 삼성중공업, 교보생명, 대우조선해양, 대한생명 등이 여전히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삼성SDI와 현대차는 여덟 차례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기업의 사회책임에 관심이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이 삼성전자, 포스코 등 45개 기업의 ‘2010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미흡한 점이 많았다.

100대 기업(2009년 매출액 기준) 가운데
지난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낸 곳은
44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번 분석은 국민대 노한균 교수(경영학)가 최근 한국인권재단에 제출한 41개 기업에 대한 ‘지속가능보고서 인권항목 분석’을 참조해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지속가능경영 보고 가이드라인’에 나오는 인권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GRI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연구센터로, GRI 가이드라인은 △경제적 성과 △환경 △사회적 성과(노동·인권·사회·고객)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총 79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은 대부분 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GRI 누리집에는 58개국 2500여 개 기업이 보고서를 등록했다.

가이드라인에서 인권 영역은 사회적 성과 분야에서 노동 영역과 따로 떼어 평가된다. 한겨레경제연구소 김진경 선임연구원은 “인권 영역이 결사의 자유, 차별 금지, 강제노동 등 많은 부분에서 노동과 관련됐음에도 노동 영역과 분리한 것은 인권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권 영역은 여섯 가지 핵심 항목과 세 가지 부가 항목 등 총 아홉 가지 항목을 통해 평가한다.

이 인권 영역의 핵심 항목별로 45개 기업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요건을 모두 만족시킨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SK에너지가 6개 핵심 항목 중 4개에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다. 이어 삼성SDI·한국수력원자력·한국수자원공사 등 3곳이 핵심 항목 3개를 만족했다.

차별 묻는 항목에 엉뚱하게 이직 건수 기재
» 국내 45개 기업 2010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GRI 인권 항목 보고 기준 준수 실태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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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별로 살펴보면, HR(Human Rights)1은 ‘주요 투자협약 가운데 인권 보호 조항이 포함되거나 인권 심사를 통과한 협약의 건수 및 비율’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서 초점은 해당 협약의 건수 및 비율을 ‘공개’하라는 데 맞춰져 있다. 즉 해당 협약이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그 실태를 공개하는 자체가 의미 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삼성SDI, 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LG전자, SK에너지 등 5개 기업은 “인권 심사를 실시한 투자협약이 없다”고 밝혔지만 HR1의 요건을 만족시켰다. 또 SK텔레콤과 호남석유화학 등 2곳은 “투자협약시 각종 리스크 검토 과정에서 인권침해 가능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수치를 드러내지 않아 HR1의 일부만 충족한 셈이다. 이보다 많은 기업(18곳)은 “본점 건물에 빗물 재활용 저장장치 설치”(대구은행), “고객 중심의 콜센터 운영”(동부화재), “내부통제와 윤리경영”(삼성증권), “공정한 협력업체 선정”(서울메트로) 등 정작 HR1과 관련 없는 답변을 담고 있었다. 또 기아차,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한항공, 아모레퍼시픽, 아시아나항공, 한국동서발전, 한국자산관리공사, 현대건설, GS칼텍스, KT, LG생활건강, 삼성전자, 포스코 등 가장 많은 20개 기업이 이 항목에 대해 보고조차 없었다.

이어 ‘주요 공급업체 및 계약업체에 대해 인권 심사가 이뤄지는 비율’을 밝히도록 하는 HR2 항목에서는 점수가 더욱 나빴다. 2009년 34개 협력업체에 대해 인권·윤리 등 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힌 유한킴벌리와 인권 심사를 하지 않는다고 밝힌 신한금융그룹 등 단 2곳만 요건을 충족했다. 18개 기업은 “협력회사와의 거래 등에 있어서도 인권 존중의 원칙을 고려하고 있다”(삼성SDI), “협력사를 선정할 때 환경경영 체계를 중요한 선정 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다”(한국타이어), “협력회사 선정시 후보 기업의 윤리경영 활동 등을 고려하고 있다”(현대해상화재보험) 등 일부 기준만을 밝히는 수준이어서 부족함을 보였다. 또 11개 기업은 “청렴계약이행계획서를 제출한 업체에 한해 입찰 및 계약 자격을 부여하고 서명한 업체와 실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웅진씽크빅), “업체 선정 이후에는 재무건전성, 납기준수, 품질경쟁력, 가격경쟁력, 경영능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풀무원) 등 HR2와 관련 없는 내용을 보고했다. 또 대한항공, 현대모비스, 현대차, KT 등 14곳은 아예 언급이 없었다.

HR4는 ‘임직원들이 내부적으로나 행정기관 등에 고발한 차별 사건과 이후 조처’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발생 건수가 없다”고 밝힌 삼성전자, 삼성증권, 풀무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타이어, 현대건설, LS엠트론 등 7곳이 요건을 만족시켰다. 또 “성별과 국적, 종교, 사회적 신분 등에 따른 차별을 두지 않는다”(기아차), “채용, 배치, 평가 보상, 승격 등 인사관리 전반에 대해 차별 없이 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대한항공) 등처럼 원칙만 소개하거나 “남녀 비율은 38:62로 여성 인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아모레퍼시픽), “여성 임직원은 548명으로 총 임직원 수의 8.5%에 해당하며, 전년 대비 193% 증가한 수치다”(현대모비스) 등처럼 여성 인력 고용 현황 같은 일부 내용만 보고한 곳이 21개 기업이었다. HR4와 상관없는 내용을 담은 기업도 있었다. 대림산업은 “직원 이직 건수 및 비율”을 공개하고 동부화재는 “전 직원이 창의성을 발휘하여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창·소·공(창의·소통·공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동떨어진 내용을 담았다. 이같은 경우가 총 11곳이었고, 아시아나항공·현대차 등 6곳은 이 항목에 관해 아예 적지 않았다.

 

그나마 아동노동·강제노동 기준 만족시켜
» 국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표 현황 /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기업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공표 현황 / 매출 100대 기업 가운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은 기업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HR5는 ‘직원들의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에 대한 것이다. 결사 또는 단체교섭의 자유를 행사할 권리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고 평가되는 사업장과 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SK에너지 등 2개 기업은 “권리 침해 소지가 있는 사업장은 없다” “심각하게 침해될 소지가 있는 업무 분야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등으로 보고해 조건을 만족했다. 또 기아차, 대구은행, 대한항공, 신한금융그룹, 삼성SDI, 한국타이어 등 31개 기업은 노조 참여율을 밝히거나 결사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선언만 소개해 부족함을 드러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비노조 정책”으로 노조가 없다는 사실만 밝히고 노사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연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사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업장 실태를 보고하도록 한 HR5의 취지에 맞지 않는 답변이다. 이 밖에 “즐거운 직장생활을 위한 프로그램”(동부화재), “임직원 만족도 조사”(웅진씽크빅) 등 상관없는 내용을 담은 곳이 10개 기업이었으며, 이 항목을 아예 기재하지 않은 곳은 다음커뮤니케이션 1곳뿐이었다.

가장 많은 기업이 아동노동과 관련한 항목인 HR6을 만족시켰다. 이 항목은 ‘아동노동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사업장과 이를 막기 위한 조처’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선 근로기준법 등 현행법에 따라 아동노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기업인 10개 기업이 HR6 조건을 충족시켰다. “아동노동 금지정책을 위반한 사례는 전세계 사업장에서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삼성SDI), “18살 미만 사원 없음”(유한킴벌리), “전세계 사업장에서 국가별 법규가 제시하는 취업 최저 연령 미만인 자를 채용하지 않고 있다”(현대차). 23개 기업은 아동노동 금지 원칙을 밝혔지만 위반 사례의 유무를 기재하지 않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유엔·국제노동기구(ILO) 등 노동 관련 국제기구의 기준을 준수한다”(LG전자)와 같이 직접적으로 아동노동에 대한 원칙이나 위반 여부 등을 밝히지 않은 곳이 6곳이었다. 이 항목을 기재하지 않은 곳은 아시아나항공, 한국동서발전, KT 등 6곳이었다.

아동노동과 함께 많은 기업이 만족한 항목인 HR7은 강제노동 금지를 다룬다. 이에 대해 “강제노동 발생 위험 사업 분야 없음”(웅진씽크빅), “강제노동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 분야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이러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SK에너지) 등 10개 기업이 강제노동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또 22개 기업은 “강제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한국타이어), “강제노동 금지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LG화학) 등처럼 선언이나 규정만 소개해 ‘미흡’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KB국민은행이 “‘아침은 활기차게, 저녁은 가족과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되고 있는 업무문화 개선 활동”이라고 기록하는 등 9곳이 상관없는 내용을 담았고, SK텔레콤·아시아나항공 등 4개 기업은 관련 항목을 적지 않았다.

나머지 3개 부가 항목은 직원에 대한 인권 교육 현황(HR3), 경비·보안 담당자 가운데 인권 정책 및 관련 절차에 대한 교육을 마친 이들의 비율(HR8), 해외 진출 기업의 원주민 권리 침해 건수와 관련 조처(HR9)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 부가 항목에 대한 평가는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단 의혹
»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와 지속가능경영 전문가가 참석한 ‘G20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연합

»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와 지속가능경영 전문가가 참석한 ‘G20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연합

결국 6개 항목에 대한 45개 기업의 답변(총 270개) 가운데 ‘미흡’이 118개(4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관없는 내용을 담은 ‘부정확’(65개·24.1%), 아예 적지 않은 ‘미기재’(51개·18.9%), ‘만족’(36개·13.3%) 등의 순이었다. 게다가 현행법에서 금지된 아동노동·강제노동 항목을 제외하면 만족하는 항목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실제 준수 여부를 따지면 인권경영의 현주소는 더욱 취약해진다. 상당수 기업이 해당 항목에 대해 단지 “준수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보고 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HR1을 만족시킨 기업은 삼성SDI, 코레일, 한국수자원공사, LG전자, SK에너지 등 5곳이지만, 이 기업들은 모두 “인권 심사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다”거나 “향후 인권 조항을 포함하는 투자계약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등처럼 미비점을 고백한 수준이었다. HR2를 만족시킨 신한금융그룹도 “협력사 평가시 인권 관련 사항을 반영하고 있으나 거래 비율 및 투자 계약에 대한 성과를 수집하는 시스템은 준비 중”이라고 밝혀, 보고 조건을 실질적으로 만족시키기 힘든 상황이다.

게다가 차별 금지(HR4)나 결사·단체교섭의 자유(HR5) 등의 항목에서도 “해당 사례가 없다”고 보고한 기업 가운데 의심을 낳는 경우가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자유로운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민주노총 탈퇴 찬반 투표를 앞두고 회사가 조합원을 회유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증권 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비노조 정책”이라고 노조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또 삼성SDI는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고, 삼성증권도 “유엔글로벌콤팩트 노동표준 분야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결사 및 단체교섭과 관련한 항목을 일부 충족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노조 설립을 막으려고 여러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환경은 환영, 인권은 난색

세계적으로 사회책임 경영에서 앞서가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와 비교해봐도 국내 기업들이 낸 보고서의 취약성이 드러난다. 필립스는 보고서에 훨씬 자세하고 솔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전세계 사업장에서 차별 63건, 결사의 자유 침해 0건, 사생활 침해 2건 등 자사의 기업윤리원칙(GBP·General Business Principle) 위반 사례 총 318건이 접수됐다면서, 이는 2008년(360건)과 2007년(389건)에 비해 줄어든 것이라고 밝힌다. 또 신고가 들어온 사건 가운데 75건이 여전히 조사 중이며, 나머지 243건 중 40%가 실제로 위반 사실이 확인돼 조처를 취했다고 밝힌다. 협력업체에 대한 인권 심사 역시 같은 해 전자산업행동규범(EICC) 등을 적용해 858곳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2005년 이후 인권 심사를 거친 협력업체가 2212개에 달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주철기 사무총장은 “국내 기업들의 인권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인권 관련 용어를 쓰기를 주저하는 등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특히 국내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국내외적으로 기업의 공급망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사적 차원의 관리체계가 미흡하다”고 말했다. 한국인권재단 정선애 사무처장 역시 “국내 기업들이 인권경영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관심과 함께 기업 내에 인권 영역을 담당하는 사람이나 부서를 두는 게 필요하다”며 “아울러 직원들의 인권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이나 프로그램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유엔환경계획(UNEP)과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환경에 책임을 지는 경제를 위한 연합’(CERES) 등이 중심이 돼 1997년 설립된 지속가능경영 연구센터다. 1999년 첫 ‘지속가능경영 보고 가이드라인’(G1)을 발표한 이후 보완을 거듭해 2002년 8월에 개정판(G2)을, 2006년 11월에 세 번째 가이드라인(G3)을 발표해 현재까지 적용되고 있다. www.globalreporting.org 참조.
전자산업행동규범(Electronic Industry Code of Conduct) 2004년 HP, IBM 등 글로벌 전자업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로 만든 ‘전자산업시민연대’(Electronics Industry Citizenship Coalition)가 발표한 행동규범. 노동·윤리·환경·안전보건·경영시스템 등 5개 분야에 걸쳐 아동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보장, 차별 금지, 산업안전, 노동자 경영 참여 등을 규정하고 있다. www.eicc.info 참조.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유엔 전 사무총장 코피 아난이 주도해 2000년에 세워진 국제기구로, 기업이 사회책임 경영을 위해 지켜야 할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분야 10가지 원칙을 권장하고 있다. 이 기구에는 2010년 12월 현재 전세계적으로 기업뿐만 아니라 NGO와 학교 등 8천 곳 이상이 가입돼 있다. www.unglobalcompact.org 참조



포스코에 책임경영 요구한 국제 비정부기구
“버마 가스 개발 인권문제 입장 밝혀라”

포스코가 국제 비정부기구(NGO)로부터 버마(미얀마) 가스 개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받을 처지에 놓였다. 미국에 위치한 NGO인 ERI(Earth Rights International)의 폴 도노위츠 사무총장은 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대우인터내셔널이 현재 진행 중인 버마 가스 개발에 대해 포스코의 입장은 무엇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0년 버마 가스 개발권을 따면서 국제 NGO의 관심을 받게 됐다. 과거 가스 개발 과정에서 원주민 강제이주와 강제노동 등 많은 인권침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ERI와 국제시민연대 등 국내외 시민단체들은 가스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버마 군부 독재에 협력하지 말고 인권을 존중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사회책임투자를 하는 연기금들도 대우인터내셔널을 상대로 같은 요구를 해왔다. 2008년 세계 3대 연금 가운데 하나인 노르웨이 연기금 운용사 관계자가, 이듬해에는 네덜란드 연기금을 운용하는 APG자산운용 관계자가 대우인터내셔널 쪽과 만난 바 있다. 이들은 모두 가스 개발 과정에서 인권존중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했고, 이를 어길 경우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는 포스코가 NGO로부터 같은 요청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유는 포스코가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도노위츠 사무총장은 “지난해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을 알고 있다”며 “그동안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안전공사를 상대로 버마 가스 개발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이제 포스코가 대상에 추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8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주식매매 계약을 맺고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정준양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우인터내셔널을 방문해 “회장이 되고 나서 제일 잘한 일은 대우인터내셔널을 한 가족으로 모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NGO의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거나 대우인터내셔널이 버마 가스 개발 과정에서 인권침해 사건을 일으킬 경우 연기금 운용사들의 투자 철회 대상에 포스코도 포함될 수 있다. 노르웨이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현재 포스코에 약 2억4400만달러를, 대우인터내셔널에는 약 259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한편 포스코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인권 항목 답변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의 지속가능경영 보고 가이드라인’ HR1 항목(투자협약시 인권 심사 건수)은 아예 보고하지 않았고, HR5 항목(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침해 여부)에는 “노경협의회는 경영층과 정기·수시 간담회 등을 통해 회사 경영 현황을 공유하고 직원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있다”고만 밝혀 내용이 부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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