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참여정부에서 외교통상부 장관과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을 지냈고, 18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연평도 사태가 터진 뒤, 11월25일 오후 과의 인터뷰에서 송 의원은 정부의 안보 무능을 집중적으로 꼬집었다. 아울러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해법은 군사적 대응이 아니라 대화와 외교적 노력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연평도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나.
=군사적·정치적 대응 모두 미흡했다. 서해 연평해전 등을 거친 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다시 도발한다면 해안포가 주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렇다면 우리 군은 당연히 해안포를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를 배치했어야 한다. 북한 포대를 정확히 타격할 수 없는 K9 자주포로 응사할 것이 아니라 정밀타격 무기를 활용했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북한이 알도록 해서 사전에 도발을 억제했어야 하는데, 이런 군사적 대응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 번복도 논란을 빚고 있다.=국군 통수권자의 안보 역량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 현안만큼은 군 통수권자의 내부적 지시와 대외적 메시지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는 확전이 되지 않도록 대응하라고 지시하되, 대외적으로는 단호히 응징하라고 언급해야 한다. 그런 메시지를 통해 북쪽에 우리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고, 국민의 정서적 분노도 가라앉힐 수 있다. 내부용과 대외용 발언조차 구분을 못하니 국민은 도대체 (정부를) 믿을 수 없고, 현장에서 충돌하기만 하면 패퇴하는 불상사가 빚어지고 있다.
-민주정권 10년간에도 남북 교전은 있었다.=그때는 말은 자제하면서도 (교전이 벌어지면) 즉각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게 했다. 국가 안보란 ‘우리의 계획은 이렇다 저렇다’가 아니라 결과로 말하는 것이다.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했느냐,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라고 비판하지만, 국민은 보호했다.
-연평도 사태를 패퇴로 규정한다면 책임의 문제가 따를 텐데.=문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인터뷰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 경질 시점 직전에 이뤄졌다). 천안함 사건이나 이번 사태 모두 마찬가지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는 이처럼 안보에 균열이 생기면 총선을 실시한다. 2004년 3월 마드리드 열차 테러가 터진 뒤 스페인은 곧바로 총선을 실시해 정권을 바꿨다. 우리 국민 가운데 지금 정부가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남북 긴장은 휴전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고, 국방 태세는 오히려 악화됐다. 충돌만 빚어지면 패퇴하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국방부 장관은 물론 외교·통일부 장관과 국정원장 등 안보 라인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때 책임진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안보 정책 전체를 바꾸는 걸 전제로 한다. 정책을 바꾸지 않고 사람만 교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시한 교전규칙 전면 보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정부가 어느 정도 준비를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휴전선에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삐라를 뿌린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정작 발표해놓고 북한이 대북 확성기를 조준 격파하겠다고 하니까 슬며시 뒤로 빠졌다. 이게 도대체 뭔가. 말과 행동이 다르니 국민은 정부를 못 믿고, 북한도 (우리 정부를) 우습게 생각한다. 정부가 말하는 걸 우선 북한이 믿게 해줘야 한다. 우리가 준비 태세를 확실히 갖추고 시그널을 보내야 억지력이 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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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1992년에 채택한 불가침합의서를 보면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 불가침 구역은 해상 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 이렇게 돼 있다. 그런데 그 뒤 별도의 합의가 되지 않고 있으니, 북한은 (우리의 서해 북방한계선과 다른) 해상군사분계선을 그어 북한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반도 전체의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이라는 틀 속에서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이를 위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 서해평화협력지대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우리가 관할하는 수역의 절반과 북한이 관할하는 수역의 절반을 평화협력지대로 설정해 공동 어로 등을 허용하자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먼 이야기로 들린다.=현 정부가 전 정부에서 이뤄진 모든 남북 간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일단 남북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화를 하지 않으면서 안정과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가장 비싼 외교가 가장 싼 전쟁보다 낫다. 남북 대화도 외교의 일종으로 본다면 거기에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그 비용이 아무리 비싸도 전쟁보다는 싸다. 지금 한반도에는 외교가 없다. 외교가 실패하면 남는 것은 전쟁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지금은 평화를 말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당장 포격을 받은 상황에서 외교를 말하고 대화를 강조하면 많은 사람이 무슨 소리냐고 하는데, 흥분과 감정으로 국가를 이끌어갈 수는 없다. 먼지가 가라앉은 뒤를 생각해야 한다. 강력한 국방 태세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한 달 뒤에도 한나라당이 군사적 응징만을 외칠 수 있겠는가.
-당장 예정된 것은 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이다.=군사훈련은 어느 나라든 하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에게 미리 통보함으로써 정세의 안정화를 꾀한 뒤 훈련하는 것이 기본이다. 연평도 사태에 대한 대응의 하나로 미국 항공모함을 서해의 좁은 바다에 띄운다는 것인데, 그걸로 정세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이 과거부터 반발해왔고, 그런다고 북한에 실효성 있는 위협을 줄 수도 없다. 북한이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미군의 막강한 항공모함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연평도를 포격했나. 북한이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집단이었으면 한반도에서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도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남짓 남았다. 현 정부에는 송 의원의 지적처럼 남북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남북 간에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하기에는 이명박 정부가 너무 나가버렸다. 그렇더라도, 설령 남북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하는 정략적 회담이라도, 대화는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우리가 잃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연평도에 불이 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이 많이 놀랐다. 서울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집단 아닌가. 우리 약점이 바로 화려하지만 유리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리집에 살며 돌팔매질을 하고 다니는 것은 안 된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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