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빨간 넥타이를 매는 이유가 있다. 빨간색이 정의와 열정, 순수를 상징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정치권에서 ‘정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인물이다. 얼마 전 개설한 그의 트위터 대문에는 ‘JP! JUSTICE & PASSION’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정의와 열정이란 뜻이다. 한나라당 7·14 전당대회에서 그가 내세운 구호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였다.
민주당 전당대회도 정의가 화두홍 최고위원이 정의를 언급하는 데에는 나름의 철학적 배경이 있다. 가진 사람이 양보해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정의다. 한나라당이 전당대회 직후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서민정책특별위원회도 그의 작품이다. 서민정책특위는 앞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대학 등록금, 재래시장 대책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홍 최고위원은 서민정책특위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소속 보수 정치인이라는 본질에는 변함이 없지만, 적어도 당내에서 정의의 이름으로 서민 대책과 개혁을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그다. 7월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그는 “경제성장의 효과가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이 나라가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이 된다. 대기업과 대금융권에만 돈이 집중되는 경제·금융 구조로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는 천정배 의원이 있다. 홍 최고위원이 검사 출신이라면 천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법무부의 영문 이름은 ‘Ministry of Justice’다. 10월3일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천 의원은 출마 선언과 함께 ‘정의로운 복지국가’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특권 세력의 지나친 탐욕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겁니다. 재벌이나 수구 언론,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의 기득권을 깨뜨려야 합니다. 그래야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복지국가가 그가 바라는 궁극적 지향이라면 정의는 방법론이다. 정치적 민주화에 이은 시장의 민주화, 둘 다 그가 생각하는 정의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뛰어든 또 다른 당권 주자, 김효석 의원도 정의를 말하고 있다. 8월8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한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공허한 진보 논쟁이 아니라 ‘기회, 정의, 따뜻한 공동체’라는 진보적 가치를 가지고 생활정치 현장에 뛰어드는 생활정치 혁명”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신임 총리도 정의 언급정의를 말하는 목소리는 비슷하지만 정의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여야가 조금씩 다르다. 천정배 의원은 이명박 정권 2년6개월을 ‘탐욕의 시대’ ‘불의의 시대’로 규정하고 있다. 촛불시민 탄압 등 공안정국 조성과 ‘강부자’ ‘고소영’ 인사로 대표되는 권력 독점,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 등으로 심해지는 부의 편중이 한국 사회의 정의를 해치고 있다는 인식이다. 정의 하나로 이명박 정권의 모든 문제를 정조준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여권 인사가 말하는 정의는 이런 공세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정의, 혹은 반성적 차원의 정의로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재벌 소유 금융사가 일수놀이 하듯 이자를 받는 것은 사회정의상 맞지 않는다”며 재벌을 질타한 것이나,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내정 직후 “가진 것 많고 잘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과 권력을 누린다면 이 사회가 분노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고 정의가 꿈틀대는 대한민국이 미래의 소중한 가치와 좌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명박 정부 2년6개월을 ‘불의의 시대’로 보는 시각에 ‘정의’의 이름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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