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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동북아의 폭탄이 될 것인가

군이 추진하는 제주 해군기지, 중국-미·일 잠재적 분쟁지역과 가까워…
미군의 미사일 방어체제와 연동 의혹도
등록 2010-07-30 15:45 수정 2020-05-03 04:26
제주 해군기지는 영토 분쟁이나 미사일 방어체제 논란과 맞물리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5월31일 제주 강정마을 해변에 꽂힌 해군기지 반대 깃발.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제주 해군기지는 영토 분쟁이나 미사일 방어체제 논란과 맞물리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5월31일 제주 강정마을 해변에 꽂힌 해군기지 반대 깃발.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2005년 1월 정부는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4·3 항쟁’이라는 비극의 상흔을 치유하자는 게 배경이 됐다. 제주도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평화지대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역할론이 대두됐다.

‘평화의 섬’이라는 슬로건이 자리잡기도 전에 제주도는 군사기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7월15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주민들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 행정법원은 “국방부가 지난 3월 승인한 계획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font color="#00847C">법원 판결 두고 해석 엇갈려</font>

판결을 두고 찬반 양쪽에서는 해석이 갈린다. 재판부가 지난해 1월에 나온 국방부의 사업 실시계획 승인에 대해서는 도지사와 환경영향평가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한 반면, 올해 3월에 애초 계획을 ‘변경’해 승인한 데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문제가 없고 도지사 협의 및 주민 의견 수렴도 거친 만큼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해군은 “재판부가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입장이다. 제주군사기지 범대위 등 반대하는 쪽에서는 “지난해 1월 해군기지 건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을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앞으로 토지 수용이나 매수 협의 등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며 판결을 반기고 있다.

판결의 해석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우근민 제주지사가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또 다른 차원의 논란도 여전하다. 제주 해군기지의 착공으로 한-중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반대를 천명한 한-미 합동 해상훈련이 동해 일대에서 진행되는 상황은 이런 논의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동 인근 지역에 14.5만 평 규모로 들어설 예정이다. 이 기지는 한국형 이지스함 등을 주축으로 한 20여 척 규모의 제7기동전단의 모항 역할을 하게 된다. 해군 관계자는 “동북아에서 제주도가 지닌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하면 대양해군의 교두보로서 손색이 없다”며 “한반도 남방해역과 해상교통로에 대한 효율적인 감시와 보호활동을 위해 접근이 용이한 제주도 해군기지 추진은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국방부의 숙원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도 남방해역은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이자 수출입 물량의 70%를 담당하는 지역으로,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가 이곳에 대한 상시적 감시와 보호 기능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해군이 강조하는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라도 제주도는 군사기지가 아닌 평화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군이 밝힌 바대로 연근해 작전을 위주로 편성되는 기존 함대와 달리 제주 기지에 배치될 함대는 제주 남쪽에서 인도네시아 말라카해협으로 이어지는 해상수송로를 보호하는 원해작전을 담당하게 되며, 이는 곧바로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은 지난해 11월 “한국 해군의 흥기가 서태평양에 대형 군함이 운집하는 상황을 더욱 엄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2005년에는 “제주도는 전투기로 두 시간 이내에 인구 500만명이 이상의 동북아 18개 도시에 도착할 수 있는 전략요충지다. 이 곳에 대한민국 해군이 전략기동함대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font color="#C21A8D">“중국과의 관계 악화일로” 우려</font>

제주 해군기지가 미-일 양국 해군의 공동작전계획 안에 포함된 중국과의 잠재적 분쟁지역인 난세이제도와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대만해협 등과 근거리에 있다는 점에서도 군사적 우려는 더해진다. 제주 기지가 미 태평양 함대 이지스함의 주요 기항으로 사용된다면 만일의 군사적 충돌시 중국은 제주 기지 자체를 자국에 대한 위해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60% 이상의 군사력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이 흐름은 지속되고 있다”며 “중국은 인도, 동남아시아, 한국, 일본 등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군사적 봉쇄망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으며, 제주 해군기지 또한 그런 관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우리 영토 어디든지 기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 태평양 함대 해상교통로의 길목에 위치한 제주 기지가 유사시에 미 함대의 기항지 구실을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제주 기지가 미군의 핵심적 군사전략 가운데 하나인 미사일 방어와 연동돼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 근거로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될 전단에 한국형 이지스함이 포함된다는 점을 든다. 이지스함은 패트리엇 미사일과 함께 미군이 펴는 미사일 방어 전략의 핵심적 무기체계 중 하나로, 미군의 미사일 방어는 사실상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결국 이 전략에 제주 해군기지가 연루된다는 것은 유사시에 강대국 사이의 군사적 갈등 구조 안에 우리가 편입되는 것을 감수해야 함을 의미한다. 해군은 이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한 해군 관계자는 “현재 우리의 이지스함 체계는 미군의 체계와 다르다”며 “(우리의 체계는) 미사일 디펜스 전략을 공동으로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미국과 연합 방위체제를 이루고 있고, 무기체계의 상호 운용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사일 디펜스만 예외라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가 참가하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대해 중국은 “중국은 외국 군함과 군용기가 황해(서해의 중국명) 및 기타 중국의 근해에 진입해 중국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끼치는 활동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미 훈련 상황에서 제주 해군기지 사업까지 박차를 가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font color="#008ABD">이어도를 둘러싼 긴장관계도 변수</font>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제주 기지는 남방 해상교통로를 지키고 해양자원을 보호하며, 해양과학기지가 위치한 우리 영토인 이어도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계획됐다”며 “중국과의 군사적 긴장 문제는 제주 기지의 애초 목적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이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관계에 대해서는 “이후 일어날 수 있는 군사적 위험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꺼렸다. 제주 기지 반대론자들은 “제주 해군기지와 이어도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은 군사적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라며 “이어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도에는 1930년대 일제가 대중국 전진기지로 삼고자 했던 군사비행장 ‘알뜨르’ 건설 이후 70여 년 동안 각종 군사기지가 들어섰다가 사라졌다. 당시 알뜨르 비행장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700km 정도 떨어진 중국 난징을 폭격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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