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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중국

한반도 군사 충돌 피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 한·미의 태도 보며 입장 정할 듯
등록 2010-06-04 15:09 수정 2020-05-03 04:26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과 특수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태도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제적 대응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한-미 공조에 참여하면 북한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이러한 판단에 따라 남한과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유엔 등 국제무대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중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에 외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중국의 선택에 어떤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가?

중국에 한반도에서의 군사 충돌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5월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에 한반도에서의 군사 충돌은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다. 5월28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한에도 “성의 있게 대응하라” 주문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북-중 관계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것이다. 더욱이 양국의 혈맹관계에서 중국의 선택에 대한 열쇠를 찾으려 한다면 핵심에서 더 멀리 벗어나는 것이다. 중국의 태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북-중 관계 자체가 아니라 중국의 국가이익에 대한 고려다.

천안함 사건은 여러모로 중국에 바람직한 사태는 아니다. 중국이 이를 이용해 동북아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당장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 만약 한반도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한다면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한반도의 군사분쟁에 직접 개입해야 하는 정치·군사적 부담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원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은 전쟁에 개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60년 전 한국전쟁의 역사적 경험도 있다. 이러한 우려로 중국은 객관적 증거에 근거해 사건의 책임을 따지되, 이것이 한반도의 안정을 해치는 것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관련국들의 자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입장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남한이나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에도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선언에 대한 반응이었다. 자매지인 는 5월14일치 사설 ‘조선은 핵 철선 위에서 춤추지 마라’에서 핵융합에 성공했다는 북의 주장은 핵카드를 사용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같은 신문은 5월26일치에서 “북한은 외부 세계의 의혹에 성의 있게 대응하라”는 제목의 사설도 실었다. 이 때문에 중국이 천안함 사건에서 북한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글의 초점도 북한 개입설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남한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해야지 “전면전” 운운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맞춰져 있었다. 즉,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는 게 중국의 핵심적 국가이익이고 이 원칙을 북한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적용시키고 있는 것이다.

합조단 증거, 확신 줄 수 있나

지난 5월20일 남한 정부가 천안함 사건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중국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미국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중국은 어느 한편의 손을 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5월28일 현재까지 중국 정부는 남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분명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중국에 대한 남한과 미국의 불만을 야기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중국의 태도가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했다. 남한과 미국은 중국이 최소한 유엔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길 기대하는 것이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을 때 중국이 유엔 결의안을 지지한 적도 있기에 이러한 기대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남한 정부의 조사결과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도 힘들다.

다만 이번 천안함 사건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던 때와는 차이가 있다. 북한 정부가 천안함 사건과 자신의 관련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등을 계기로 천안함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중국에 직접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을 무시하고 남한과 미국의 손을 들어준다면 북-중 관계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고 한반도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2009년 4월5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동의한 것이 북한의 굴복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2차 핵실험으로 이어진 기억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북에 대한 영향력은 더 커져

따라서 중국이 남한과 미국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남한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갖고 북한의 반발을 논리적으로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할 때 가능할 것이다. 관건은 현재 남한 정부가 제시한 근거들이 중국에 이러한 확신을 줄 수 있는가에 있다. 이러한 확신을 갖지 못한 중국을 지나치게 밀어붙일 경우, 중국은 오히려 반발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남한과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특히 서해상에서 대규모 연합 군사훈련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서는 것에 경계심을 표명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진퇴양난에 처한 중국에 현재 상황이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선 중국은 현재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북한과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앞으로 천안함 사건의 파장이 진정되고 대화 국면으로 전환을 모색할 때 중국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도 중국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다. 사실 중국에 북한은 그리 편한 상대는 아니다. 북한은 줄곧 주체사상을 앞세워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노력해왔고, 중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 전략적 선택을 반복해왔다. 심지어 미국에 중국을 견제하려면 자신을 활용하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천안함 사건 이후 상황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가능성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대치 국면이 빨리 마무리되어야 현실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 열쇠는 중국보다는 남한과 미국이 쥐고 있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의 처리에서 더 적극적인 중국의 협조를 원한다면 남한과 미국은 ‘포스트 천안함 사건’ 국면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반대로 남한과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 압박 수단으로만 활용한다면 중국은 더욱 신중한 태도를 견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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