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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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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바쳐 채식을 할 것…”

불투명한 코펜하겐 의정서 대신 정부·기업에 경고하는 ‘개인의정서’를
등록 2009-12-17 15:58 수정 2020-05-03 04:25

“당장 매우 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우리는 끝장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탄소를 감축하지 못할 경우, 지구는 대량 멸종, 생태계 붕괴,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을 직면하게 된다.”
‘온난화 연구의 대부’로 불리는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제임스 핸슨의 경고다. 그는 지난해 미국 ‘에너지 독립과 지구온난화에 대한 하원 특별조사위’에 증인으로 출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환경운동가들이 내건 피켓에 이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육식 대신 채식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도 선명하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강력하고 정치적이다. REUTERS/ CRISTIAN CHARISIUS

덴마크 코펜하겐에 모인 환경운동가들이 내건 피켓에 이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담겨 있다. 특히 육식 대신 채식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도 선명하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강력하고 정치적이다. REUTERS/ CRISTIAN CHARISIUS

채식은 취향이 아닌 생존

이견들이 있다. 하지만 환경은 한번 변화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비가역성이 짙다.

‘매우 다른 조처’는 오롯이 정부만의 몫일 리 없다. 청와대와 백악관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온 나라 여염집도 마찬가지다. 물론 개인 차원의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축 운동은 다양하게 펼쳐져왔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근래의 ‘350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실상 국내에선 시민단체와 학계의 주도에 머물며, 참여폭이 크지 않다. 여전히 에너지 과잉 소비 국가를 자임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공헌으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의 라젠드라 파차우리 의장은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도 개인도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기업이 제 역할을 다해서가 아니라, 시기가 급박하기에 개인의 책임 또한 요구받는 시점인 것이다.

개인의 몫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이 육식 제한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습성으로 기후변화를 초래했고, 이 때문에 제 욕망을 다스리고 불편을 감수해야 자신도 지구도 살릴 수 있는 ‘온난화 사회’의 여러 특성을 관통한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세계 교통수단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전체 대비 13.5%)보다 많다. 18%를 차지한다. 특히 가축들의 방귀·트림 등 소화기관을 통해 나오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 강하다. 뿐만 아니라 가축 사육에 필요한 농지·곡물·물 등으로 다방면에서 에너지를 소진한다. 누군가의 식욕으로 어딘가의 산간초목이 불타고, 누군가는 목이 마르고, 굶주린다.

유엔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 ‘축산업의 긴 그림자’를 보면, 전세계 육류 생산은 2000년 전후 2억2900만t에서 2050년 4억6500만t으로 갑절 넘게 증가할 전망이다. 1kg의 육류를 생산할 때 36.4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전세계 3분의 2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육류 사육과 운송 등에 쓰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차우리 IPCC 의장은 “고기는 강력한 탄소 집약품”이라고 잘라 말한다.

영국 의학저널 은 최근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정책의 공중 보건 혜택’이란 보고서를 실었다. “축산동물의 수를 30% 감축하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감소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9개 국가 과학자 55명이 1년 동안 연구한 결과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미국과 영국의 보건부도 공식 지지를 보냈다.

육식 절제는 국가·개인 간 이데올로기를 떠나, 자신의 건강 증진을 꾀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대한 수세적 대응은 물론, 자연과의 공생으로 적극적 행복을 추구하자는 ‘친환경’의 대의이기도 하다. 파차우리 의장도 한국 방문 연설에서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고기를 적게 먹는 것은 자신과 지구를 모두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사적인 대응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온실가스 감축의 대안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채식은 더 이상 취향이나 선택이 아닌, 생존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자동차에 휴가를, 모니터에 휴식을…

일상생활과의 접점으로 치자면, 주거·교통 부문에서의 대안도 폭넓게 필요하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22.5%는 건물 분야가 차지한다. 20%가량이 교통이다. 비중이 절대적이다. 영국의 환경단체 ‘지구의 벗’ 등에서 내건 ‘지구를 살리는 50가지 방법’을 보면, 주거·교통 생활 부문에서 찾는 대안이 35개가 된다.

주행 중 차창을 닫으면 배기가스 배출이 준다, 밤새 컴퓨터 스크린을 꺼뒀을 때 절약되는 에너지로 6번의 저녁식사가 가능하다, 처럼 알아도 안 하는 게 반이다. 자동차보다 기차, 기차보다 장거리 버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승객당)이 적으니 자동차에도 휴가를 주자, 처럼 알아도 하기 어려운 게 또 반이다. 영국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자동차(평균 1.5명 탑승)로 갈 경우 승객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6.6kg으로 장거리 버스(40명 탑승)의 8.5배인 걸로 측정된다.

하고 싶어도 불가능한 경우 또한 존재한다. 지난해 서울환경연합의 조사를 보면,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는 에너지 소비로 가구당 연간 8.2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5층 이하 저층 주택의 2.9t에 견줘 3배가 높다.

영국의 저탄소 주택단지 ‘베드제드’를 가보면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기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아예 경보가 울린다. 대형 냉장고 등은 엄두를 낼 수 없다. 가전제품 수가 자연스레 줄 수밖에 없다.

토대부터 다르니, 한국 시민이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더 높은 의지가 필요하다. 더 많은 불편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 절반이 자전거로 10km를 출퇴근해야, 한 해 약 3천만 배럴의 석유(약 2조6600억원·두바이유 기준) 수입을 줄일 수 있다. 자전거 도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온난화의 위험성은 1938년 영국에서 처음 제기됐다. 딱 50년 뒤 미국 상원의회에 제임스 핸슨이 출석해 “지구의 지속적 기온 상승이 진행될 거라고 99%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온난화가 세계적 논쟁거리로 폭발한 계기다.

17년 전 한 소년은 “되살릴 수 있는 방법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망가뜨리기만 하는 일을 이젠 제발 그만두세요”라고 외친다. 1992년 지구정상회담(리우 회의)에 어린이 대표로 참여한 12살 세반 스즈키. 내년이면 그의 나이, 서른이다.

1800년대 280ppm이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9년 10~11월 384~387ppm으로 측정된다. 20세기 들어 매년 2ppm이 오른다. 1906년부터 2005년 사이 지구표면 온도는 0.74℃ 상승한다. 북극의 빙하가 40%가량 사라진다. 영국 면적의 5배다.

소년의 외침은 쉬지 않고 뜨거워진 지구의 신음에 묻힌 것인가. 2005년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15만 명이 온난화로 인한 기후 재앙으로 숨지고, 551만 명이 질병에 걸린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그 사상자 안에 ‘어린 스즈키들’이 얼마나 포함돼 있을지 알 수 없다.

기후변화에 국가의 선은 없으니

국제사회가 실질적 공동 대응을 약속한 건 교토의정서(2005년 발효)가 유일하다. 그조차도 미국이 탈퇴하면서 불구가 됐다. 무능력하고 비겁한 정부들만 바라보고 있기엔 해수면이 너무 높다. 불투명한 코펜하겐 의정서 대신 ‘개인 의정서’를 그려보는 까닭이다. 그 말머리는 이렇게 쓰일지 모른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비극일 뿐만 아니라 생존의 토대를 위협한다. 우리는 ‘친환경’조차 상술로 일삼는 기업을 경계하고, 기득권 논리만을 가치로 삼아 공생의 합의를 주저하는 정부에 경고한다. 이에 1961년 최초의 유인우주선에 오른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국가를 가르는 선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 말을 되새기고자 한다….”

개인별로 맞는 행동규정은 녹색연합 홈페이지(www.greenkorea.org)의 ‘녹색생활백서’를 참고할 수 있겠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참고 문헌 및 도움말: (그린피스 등이 마련한 대안 의정서) (미디어윌·2007) <co2>(홍익출판사·2008) (현암사·2005), (미국 위성방송), 지구온난화비상대책위(온라인 환경단체), 녹색연합 이유진 국장·손형진 활동가</c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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