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군악대장 스토킹 사건 보도 뒤 해당 부대에서 전역한 병사들의 증언 잇따라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전 현역 병사는 아니지만 군복무 시절 박 대위님을 알았던 사람입니다. 힘내세요. 굳건하게, 강인한 의지로 버텨내셔야 합니다. 나름대로 박 대위님의 고충을 많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더없이 박 대위님을 신뢰하는 편입니다.”(아이디 ‘윤’)
“화천에서 같이 근무한 병사로서… 군악대장님이 너무 안타깝네요. 제가 있을 때도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결국 이렇게 되었네요.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부 장교·부사관들의 말도 안 되는 공격을 받는 것을 보면서, 군대처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닫힌 사회는 또라이를 양산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송 소령은 제가 모시고 있던 대장이었는데… 씁쓸하네요.”(아이디 ‘wcompany’)
바나나보트 사건, 모두 웃었다
여군 군악대장 박아무개(27) 대위가 직속 상관한테서 스토킹을 당하고도 되레 항명죄로 강제 전역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는 보도(705·706호 줌인 ‘여군 군악대장 스토킹 사건의 진실’)가 나간 뒤, 해당 부대에서 전역한 병사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인터넷 포털에 실린 기사에 댓글을 달아 박 대위에 대한 안타까운 뜻을 드러내고, 형평성을 잃은 군 당국의 처사를 비판했다.
취재진과 직접 접촉한 전역병들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들은 “(사병이라는 신분상) 송 소령의 스토킹 여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박 대위의 가혹행위와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분명히 밝혔다.
김아무개(24·1월 전역) “가혹행위는 당한 우리가 가혹행위라고 생각해야 가혹행위일 텐데…. (박 대위의 가혹행위 혐의 가운데 하나인) ‘엎드려뻗쳐’는 다른 간부들도 늘상 시키는 것이고, 얼차려는 사실 다른 부사관들이 훨씬 더 심했다. (팬티만 입은 채 강제로 바나나보트를 타게 해 병사들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바나나보트 사건은, 수치심 느낀 병사가 거의 없다. 강제로 시켰다면 한 번만 타고 말았을 텐데, 여러 번 타기도 했다. 당시 찍은 사진을 찾아봐라. 모두 웃고 있다.”
이아무개(22·2월 전역) “어떤 병사가 욕설하는 것을 군악대장님이 자기에게 하는 것으로 알아듣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일은 있다. 하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닥에 꿇은 채 반성문 쓰도록 했다는 것도, 반성문을 쓰라고는 했지만 바닥에 엎드려서 쓰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또 그 병사는 군악대장님한테 짝다리 짚고 고개를 까딱거리며 뭐라 말 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다. 솔직히 나라도 때리고 싶더라. 그리고 (박 대위 직속상관인) 송 소령도 땅바닥에 엎드린 채 반성문을 쓰도록 했는데, 왜 군악대장님만 문제가 되는지 궁금하다. 나야 전역해서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도 없지만, 군악대장님이 너무 억울한 것 같아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부대까지 찾아가 재판에서 이런 내용을 증언했다.”
이아무개(22·4월 전역) “‘엎드려뻗쳐’를 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것으로 처벌하면, 처벌 안 받을 간부가 누가 있나? 나도 성인이고, 누구 편을 들어서가 아니라 군악대장이 확실히 피해자다. 군대가 남성 위주 사회다 보니, 남자 간부는 보호해주고 여군은 여자라고 더 가혹하게 처벌하고…. 사실 많은 일을 알고 있지만, 내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지 않은 것도 있고 왜곡돼 전달될 우려도 있어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기자님도 기사를 쓸 거면 정말 진실을 밝혀내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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