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박승환·정태윤 등 ‘운하 전도사’들 악전고투…심상정 지지율 급상승도 대운하 효과?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이번 총선은 경부운하 심판 총선입니다. 유권자들이 경부운하 강행 세력을 심판할 것입니다.”
3월26일 오후 4시,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주화물터미널 예정 부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서울 은평을·왼쪽 두 번째)와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고양 덕양갑·왼쪽)가 최성 민주당 후보(고양 덕양을·오른쪽), 고진화 의원(불출마·오른쪽 두 번째) 등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섰다. 경부운하의 출발지인 이 곳에서 경부운하를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자, 경부운하 이슈를 고양까지 끌어올리려는 포석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회견 직후인 3월27일, 여론조사에서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은 22.5%로 나타났다. 3월19일 여론조사(14.3%)와 3월25일 여론조사(15%)보다 7% 이상 솟았다. 진보신당에서는 이를 ‘대운하 효과’로 본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충북 충주
한나라당에 대운하는 ‘발목지뢰’가 됐다.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가 자신을 3번이나 당선시켜준 은평에서 문국현 후보에 밀리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대운하=이명박’이라면, ‘대운하≒이재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대운하 태스크포스 상임고문을 자처했던 이재오 후보다. 지금의 추락은 그 결과다.
‘대운하 총책’을 자임하며 대운하 정책을 총괄했던 박승환 후보(부산 금정)의 사정도 여의치 않다. 3월19일 SBS·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선 무소속 김세연 후보에게 지지율 28.2% 대 39.2%로 크게 밀렸다가, 최근에야 백중우세로 돌아섰다. 21~22일 여론조사에선 29.7%(박승환) 대 26.3%(김세연)로 나왔다.
대운하의 요충으로, 한나라당에서 가장 큰 경제적 효과를 볼 지역으로 꼽았던 충북 충주는 아예 대운하를 버렸다. 3월26일 여론조사 결과 이시종 민주당 후보가 지지율 51.2%로, 윤진식 한나라당 후보(19.7%)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윤 후보는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대운하를 다뤘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부위원장 출신이다.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한나라당 후보는 누구든 깃발만 꽂으면 된다’던 분위기가 석 달 만에 이렇게 싸늘하게 바뀐 것이다.
한나라당 탈당 뒤 ‘대운하 저지’를 최대 총선 공약으로 삼겠다고 했던 김무성 의원(부산 남구을·무소속)의 지역구에도 대운하 전선이 펼쳐져 있다. 김 후보와 맞서는 정태윤 후보는 공교롭게도 ‘대운하 전도사’ 이재오 후보의 핵심 측근이다. 김무성 후보는 21~22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8.8% 대 19.3%로, 22일 한국방송 여론조사에서 48.7% 대 19.2%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면…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대운하를 공약에서 뺐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운하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로 보인다. 주호영 한나라당 대구 수성을 후보는 3월27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대구∼부산 간 운하는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그는 “운하를 반대해왔던 의원들조차도 (부산에서) 대구까지는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가진 분들이 많다”며 “당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논의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에서)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보완 작업 중이며 한두 달 뒤 다시 선보일 것”이라며, 사견을 전제로 “부산~구미 구간은 우선 대운하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운하 쟁점 지역’에서의 선거 결과는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선택으로도 볼 수 있다. 간접적인 저항이 통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직접적인 저항에 나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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