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극과 극의 두 인물, 홍정욱 후보와 노회찬 후보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홍정욱(38) 한나라당 후보(서울 노원병·사진 왼쪽)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열리던 3월25일엔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넓은 사무실이었지만, 정몽준 최고위원과 원희룡 의원 등 유명 인사들과 1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북새통이었다.
홍 후보는 아버지(영화배우 남궁원)와 쏙 빼닮은 표정으로 “제가 당선되면 1년에 100시간씩 투자해서 노원의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겠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어를 직접 가르친다는 뜻이라고 했다. 40~50대 여성 지지자들이 “홍정욱”을 연호했다. 그는 “노원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아이들의 세계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노원의 아이들에게 줄 꿈은 ‘아메리칸드림’일 것이다.
그는 성공한 조기유학 1세대로 꼽힌다. 중3 때 제2의 케네디를 꿈꾸며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 귀국해서는 경제신문이 주축이 된 헤럴드미디어 그룹을 인수해 30대에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몽준 최고위원의 조카사위이기도 하다. ‘귀족’ 이미지는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홍 후보는 “나는 서민도 아니고 귀족도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대신 “성취가이며 경영자”라고 했다. 그는 “경영자의 의무와 사명은 집단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며 “경영자의 위치에서 노원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첨병’이라 할 경제신문을 운영하던 홍 후보는 결국 ‘자본’의 상징일 수밖에 없다. 홍 후보는 지난해 말부터 노원병에서 터를 닦던 노회찬(사진 오른쪽) 진보신당 후보의 대항마로 3월17일 ‘전략공천’됐다.
노회찬 후보는 딱 좋은 상대를 만난 셈이다. ‘불판갈이론’으로 17대 국회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노 후보는, 조기유학과 대비하자면, ‘조기운동파’ 출신이다. 고등학교(부산고) 때부터 유신 반대 운동을 했다. 고려대를 졸업한 뒤 스스로 용접공이 되어 노동현장에 뛰어들었다. ‘행복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난 17대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최초로 원내에 진출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노회찬 후보는 “미국에서 회사 운영하다 실패해 한국에 와서 친지들의 도움으로 회사 하나 인수한 것으로 경제 전문가라고 한다면 대한민국에는 수백만 명의 경제전문가가 있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신 자신은 “서민전문가”라고 했다.

서로 다른 삶만큼이나 공약도 다르다. 이날 노 후보는 내리는 비를 피해가며 보좌관 1명과 노원 10단지 일대 상가를 모두 돌았다. 그의 입에서는 ‘뉴타운 계획 전면 재수정’ ‘전·월세 세입자 보호’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 공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의 말들이 나왔다. ‘창동기지를 이전해 뉴타운을 개발하고, 경전철을 유치하겠다’는 홍 후보의 공약과는 정반대다.
20대와 40~50대 여성층에서는 홍 후보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의 자서전 과 그가 출연한 아침 프로그램 덕분이다. 대학생 김덕수(27)씨는 “학창 시절 을 보며 꿈을 키웠다”며 “그 주인공이 우리 지역구 후보가 돼서 반갑다”고 말했다. 그러나 30대와 50~60대 남성층에서는 노 후보의 지지도가 더 높았다. 직장인 이지혜(34)씨는 “홍 후보는 동작갑에서 나온다고 하더니 갑자기 우리 지역에 나와 어리둥절했다”며 “서민들이 많이 사는 이곳 대표는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형·임대아파트와 영세상가 밀집지인 노원병에서 펼쳐지는 ‘조기운동파’와 ‘조기유학파’의 대결. 자본과 노동의 대결. 좌파와 우파의 스타 대결. 노원의 꿈은 아메리칸 드림일까, 서민의 행복일까. 좌우간 주민들은 자신의 삶과 더 밀착된 후보를 고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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