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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의 절대권력, 이우환의 상승괴력

등록 2007-05-11 00:00 수정 2020-05-03 04:24

경매시장 뜨며 근현대 작가들 재평가될까… 억대 낙찰액 올린 20~30대 작가들도 많아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서울옥션이 창립된 1998년 이래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경매에 출품한 작가들은 250여 명이다. 이 중 세 차례 이상 경매에 부쳐진 작가들은 30명을 조금 넘는다. 지명도 있는 저명 작가에 치중하는 국내 시장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덩치를 키워가는 경매시장이 새 매물을 계속 찾으면서 근현대 작가들이 재평가될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흔히 경매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작가로는 박수근과 이중섭, 김환기 트로이카가 꼽힌다. 3월 케이옥션의 올해 첫 경매에서 25억원을 기록한 박수근의 최고가 작품 외에 김환기의 가 12억5천만원, 이중섭의 가 9억9천만원에 낙찰돼 셋이 나란히 100만달러 클럽에 가입했다고 경매사 쪽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술품 최고 낙찰가에 관한 한 박수근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경매 최고가 낙찰 그림 순위 1~10위에서 박수근의 작품은 8개나 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옥션은 5월22일 경매에 추정가 35억~45억원을 붙여 박수근의 미공개 대작 를 출품할 예정이어서 다시 수위 기록을 깰 가능성이 있다.

박수근이 인기를 독차지하는 이유는 뭘까. 아낙과 아이, 촌로 같은 서민적 소재와 화강암 같은 투박한 화폭의 마티에르(재질감),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평생 성실한 작가의식으로 일관했던 소박한 삶 등이 세대를 초월한 인간적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게다가 이중섭만큼 위작 논란의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점도 고액 가격을 유지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미공개작이 추가로 나오거나 해외 경매에 출품할 경우 고가 신기록이 지속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가격 상승폭에서는 철학적인 점선 시리즈로 유명한 재일작가 이우환씨가 단연 두드러진다. 서울옥션의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을 결산하는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2001~2006년 작품의 가격 상승폭에서는 이씨와 작고작가 이대원이 각각 298%, 219%로 박수근(198%)을 앞질렀다. 그 다음은 천경자 180%, 김환기 160%, 김창열 113%, 오지호 107% 등의 순이었다. 이우환씨는 지금도 미술시장에서 가장 작품을 구하기 힘든 생존작가로 ‘선’ 시리즈에 이은 ‘점’ ‘바람’ 시리즈는 한국·일본 컬렉터들의 구입 열기 속에 갈수록 급상승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씨의 경우 여섯 달 전 100~80호짜리 주홍 화면에 점을 몇 개 그린 근작이 5천만원선이었는데, 최근에는 1억원을 줘도 작품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보고서는 40년대 이후 출생한 중견작가로는 고영훈, 이왈종, 손상기, 강요배, 오치균, 이강소, 이승조, 황주리, 사석원씨 등을 주목하고 있다. 고영훈씨는 지난해 낙찰 총액 면에서 7억8700만원으로 1억원 안팎에서 맴도는 다른 중견작가보다 월등한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서울옥션의 지배주주인 가나아트갤러리 전속작가라는 점 때문에 의도적인 ‘가격 밀어주기’의 덕을 보지 않느냐는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조선시대 화가들의 경우는 현재 심사정이 4억8200만원으로 단연 수위다. 추사 김정희가 2억310만원, 겸재 정선이 1억9300만원, 표암 강세황이 1억4450만원 등이었다. 대화가인 단원 김홍도는 뜻밖에도 1점 낙찰에 낙찰액도 8천만원에 불과했다.

20~30대 작가들 중에도 이미 억대 낙찰액을 올린 이들이 꽤 있다. 서울옥션이 집계한 2004~2006년 20~30대 작가 경매 낙찰 통계를 보면 청바지 옷감들을 이어 풍경 그림을 만드는 최소영씨가 3억902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안성하(1억9천만원), 이환권(1억8314만원), 홍경택(1억7276만원), 유승호(1억5826만원)씨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경매 그림 낙찰가 순위(1~10위)

박수근 5월22일 서울옥션 출품 예정. 추정가 35억~45억원

1. 박수근 올 3월 케이옥션 경매 25억원
2. 박수근 올 3월 서울옥션 경매 20억원
3. 박수근 2004년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 123만9천달러(14억6천여만원)
4. 김환기 올 3월 케이옥션 경매 12억5천만원
5. 박수근 2003년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 112만7500달러(12억4천만원)
6. 박수근 올 3월 케이옥션 경매 10억5천만원
7. 박수근 2006년 12월 케이옥션 경매 10억4천만원
8. 이중섭 올 3월 케이옥션 경매 9억9천만원
9. 박수근 2006년 2월 서울옥션 경매 9억1천만원
10.박수근 2005년 11월 케이옥션 경매 7억1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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