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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들썩이는 그들의 엉덩이

등록 2007-04-27 00:00 수정 2020-05-03 04:24

언론인들의 정계 진출은 개인 능력 때문인가 ‘그 이상의 효과’ 때문인가

▣ 류정민 정치팀장

여의도 정가에 ‘선거 바람’이 불면 정치인 마음만 싱숭생숭해지는 게 아니다. 정당에서 ‘러브콜’을 받은 언론인들의 엉덩이도 들썩거리기 마련이다. 기자실에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어제의 동료가 취재원(정치인)이 돼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17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을 출입하던 30대 젊은 기자가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해 화제가 됐다.

, ‘빅3’ 캠프에 속속 합류

대통령 선거는 경우가 또 다르다. 언론인들은 후보보다는 대선 후보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17대 대선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력 대선 후보의 선거 캠프들은 언론인 영입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주요 언론사의 요직에 있던 언론인들이 선거 캠프에 속속 합류했다.

특히 출신 인사들이 이명박·박근혜·손학규 등 여론조사 지지율 ‘빅3’ 캠프에 잇따라 합류해 관심을 모았다. 이명박 캠프에는 신재민 전 편집장이 참여했고, 박근혜 캠프는 안병훈 전 부사장을 영입해 총괄본부장 역할을 맡겼다. 손학규 캠프에는 조용택 전 편집 부국장이 공보특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이연홍 전 정치부장은 박근혜 캠프에서 뛰고 있고, 기자를 지낸 강승규 전 서울시 공보관은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

언론사 간부들의 잇따른 정계 진출은 남은 이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때도 있다. 언론의 생명인 공정성을 의심받고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경영기획실은 지난 1월 해명자료를 내어 “의 독자적인 판단과 방침에 따라 신문 제작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 기자 출신의 정계 진출에 대한 정치적 확대 해석을 차단한 것이다.

한편엔 언론인의 정계 진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정치 메커니즘을 잘 아는 언론인들이 정계에 진출해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언론인은 고급 정보를 얻고자 노력하고, 정치인은 언론을 활용하고자 노력하기 마련이다. 정치인과 언론인이 서로 가깝게 지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이 지난해 5월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 130명에게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언론인도 정계에 진출할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이 전체의 76.9%에 달했다. 그러나 본인이 기회가 된다면 정계에 진출할 것인지를 물어본 결과, 6.2%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정계 진출을 원론적으로 찬성하면서도,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정당에선 ‘바람막이’ 구실 기대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언론인은 정치인, 법조인 등과 더불어 국회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직업군이다. 전체 재적 의원 293명 중 언론계 출신은 34명에 이른다. 청와대에 합류한 언론인들도 적지 않다. 이병완 전 경제부장은 참여정부에서 홍보수석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정계 진출을 경계하는 이유는 뒷거래와 유착이라는 부끄러운 과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YS 장학생’ 논란이 대표적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야당 시절부터 술자리, 돈봉투 등을 통해 우호적 성향의 기자들을 관리했다. 그들은 ‘YS 장학생’으로 불리며 정치적 고비마다 김 전 대통령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대선에서 승리했고, 이들은 언론사 내부 승진이나 정·관계 진출 등을 보장받았다.

언론인과 정치인의 관계 설정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런데도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금품 향응 제공으로 물의를 빚기도 하고 성 접대 논란으로 번질 때도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의원이던 시절 비서관을 지낸 김유찬씨는 지난 2월26일 성 접대 폭로로 여의도 정가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10여 년 전 당시) 40여 명의 친MB 계열 기자들에게 촌지와 향응, 성 접대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선거 캠프는 “전국구 초선이던 MB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던 기자들도 없었고, (MB가) 기자들을 관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쪽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사실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언론인들이 성 접대 당사자로 지목되는 현실은 한국 정치의 우울한 자화상을 반영하고 있다. 정치인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당사자가 정치권력과 ‘달콤한 동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 것도 부담스런 부분이다.

언론인의 잇따른 정계 진출은 정치적 감각과 분석력, 폭넓은 대인관계 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언론인 출신을 받아들이는 숨은 배경은 개인 능력 이상의 ‘플러스 알파’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언론을 상대로 한 각종 로비와 민원의 창구에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리는 대부분 은밀하게 이뤄지지만 뜻하지 않게 공개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2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편집국 간부와 한나라당 지도부가 참석한 현장에는 정치부장을 지낸 이경재 의원도 동행했다. 성추행과는 별개로, 와 한나라당의 이날 만남은 ‘정언유착’ 논란을 불러왔다.

정당에서는 언론인 출신 영입 인사들을 대변인실이나 공보팀 등 기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부서에 배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들을 향한 날선 보도를 막아주는 ‘바람막이’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거기엔 최소한 친정 언론사로부터 악의적 보도는 나오지 않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러나 언론계 출신 정치인들은 현직에 있는 선후배들과 편안하게 만나는 경우는 있지만, ‘전관예우’는 꿈꾸지 못한다고 말한다. 기자 출신인 최구식 의원은 “농담 삼아 언론계에는 ‘역전관예우’가 있다고 얘기한다. 개인적으로 (후배들에게) 고맙게 생각하지만 전관예우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과거 인연 모른 체하기 어렵다”

문화방송 기자 출신의 노웅래 의원은 “언론계 후배로서 선배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믿고 (보도 자제를 요청하며) 얘기했을 때,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캠프에 합류한 다른 이들 역시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명박 캠프에 합류한 신재민 전 편집장은 “친정에 애정을 가질지는 모르지만 그곳 출신이기 때문에 도움을 얻는 것은 없다. (비정상적인 도움은) 사회의 정상적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언론계 출신 인사들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취재 현장에서 뛰고 있는 기자들의 반응은 또 달랐다. 국회를 출입하는 언론사의 한 중견 기자는 “언론계 선후배로 생활하다 정계로 들어갈 경우,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인연을 모른 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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