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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생활 가계부를 써보세요

등록 2007-03-23 00:00 수정 2020-05-03 04:24

한 달 동안 사용한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양을 꼼꼼히 기록

▣ 대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지구 온난화라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멈출 방법은 없을까.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다. 박은영 대전충남 녹색연합 대안사회팀 간사는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입된 것이 ‘녹색 생활 가계부’다.

전기사용량에 0.14 곱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

녹색 생활 가계부란 뭘까. 말 그대로 가계부다. 다루는 것이 돈이 아닌 한 가정이 한 달 동안 사용한 에너지와 이산화탄소 양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박 간사는 “전기나 가스 요금은 대부분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내가 한 달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가계부를 작성하면 내가 쓴 에너지 양과 그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을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게 된다.

작성 방법은 간단하다. 가계부를 만들기 앞서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가계부를 작성하는 이유와 작성 방법을 설명한다. 체크하는 항목은 전기·가스·수도·쓰레기 등이다. 성공적인 가계부 작성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삶을 살겠다”는 가족들의 서명을 받는 것도 좋다.

첫 번째 고개는 전기다. 매월 고지서에 찍혀 나오는 사용량을 가계부에 적고 이를 지난해 같은 기간에 사용한 양과 비교해본다. 전보다 적게 썼으면 왜 적게 썼는지, 많이 썼으면 왜 많이 썼는지 이유를 따져본다. 사용량이 늘었다면 사용하지 않은 전자제품 스위치를 켜두었거나 전기로 작동하는 냉난방 기기를 무절제하게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 한 달 동안 사용한 전기소비량(kWh)을 산출했으면 그 수치에 전기배출계수 0.14를 곱한다. 전기소비량에 0.14를 곱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kg)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고개는 가스. 전기와 같은 방법으로 작성한다.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집은 1㎥당 배출계수 0.58을 곱하면 발생한 이산화탄소 양(kg)을 알 수 있다. 프로판가스는 배출계수가 도시가스의 3배인 1.66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사용량이 늘었다면 압력밥솥을 사용하거나 평소 사용하는 가스레인지 불꽃 세기를 한 단계 줄이면 된다. 세 번째 고개는 물. 물 사용량을 줄이려면 받아쓰고, 다시 쓰고, 아껴쓰고, 모아써야 한다. 물 사용량이 전보다 늘고 있다면 부엌에서 설거지통을 쓰고 있는지, 세수할 때 앙치 컵은 사용하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집안에서 사용되는 물의 4분의 1은 변기의 내리는 물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 상수도와 하수도의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는 1㎥당 0.16로 똑같다.

마지막 고개는 쓰레기다. 쓰레기는 크게 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리는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기타 쓰레기로 나뉜다. 일주일마다 집에서 배출한 쓰레기 양이 몇ℓ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물 쓰레기다. 음식물 쓰레기는 물기를 빼고 충분히 말려 내놓아야 한다. 쓰레기는 종류가 저마다 달라 일정한 배출계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산출할 수 없다. 자가용 사용자라면 한 달 동안 사용한 휘발유나 경유 양을 적는다. 휘발유와 경유의 1ℓ당 이산화탄소 배출계수는 각각 2와 3이다.

2005년 처음 도입, 결과에 놀라지 마시라

녹색 생활 가계부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것은 2005년이다. 가계부 작성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대전·충남 녹색연합(042-253-3241)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녹색연합의 기후변화 홈페이지(safeclimate.greenkorea.org/main.php)에 가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계산기가 마련돼 있다. 한 달에 쓴 전기량, 가스량, 출퇴근 때 사용하는 교통수단 등을 입력하면 자신이 한 달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알 수 있다. 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새로 심어야 하는 나무 수도 표시되는데, 결과가 사뭇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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