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낮추는 기술로 주목… 지하나 해저에 저장에 안전성 미해결 지적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지금 인류는 지구를 상대로 통제할 수 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무차별적으로 방출됐을 때 인류가 어떤 문제에 부닥칠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기권에는 8천억t의 이산화탄소가 축적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로 인해 대기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대양에 녹아들어간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을 산성화하고 있다. 만일 지금의 상태가 지속된다면 2050년 무렵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560ppm(1ppm은 탄소 21억t)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 1조2천억t이나 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출 획기적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산화 마그네슘 이용하는 방안도
누구나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탄소 이외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기는 역부족이다. 과학기술부 프론티어 이산화탄소저감 및 처리기술개발사업단 박상도 단장은 “에너지 효율화나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저탄소 사회를 실현하기는 버거운 현실”이라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기까지 앞으로 50년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금으로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기술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연 혹은 방지하는 기술로 관심을 모으는 게 ‘온실가스 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을 ‘폐기물 저장소’로 삼기 전에 포획해서 지하나 해저에 저장하거나 격리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산화탄소가 자동차에서 배출되기 전에 포획해서 주유소 등지에서 회수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할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다. 요즘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4분의 1이 나오는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를 포획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의 석유회사 스타트오일은 1996년부터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해저 염대수층에 저장하고 있으며, 알제리의 인살라 사막의 천연가스 생산시설에서도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저장하는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이들은 천연가스에 화학적 흡수제를 이용해 과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가압 상태로 만들어 지표면에서 2km 내려간 지역의 소금지대에 주입하는 식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는 폐유정에 이산화탄소를 강한 압력으로 주입해 밑바닥에 남은 원유를 뽑아올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포획에 비용의 문제가 제기된다면 저장에는 안전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으로 탄산염을 형성하는 광물이나 해저에 저장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광물을 이용한 방법은 사문석이나 감람석에 함유된 산화마그네슘이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안정적인 탄산마그네슘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산화마그네슘과 재빨리 화학반응을 하려면 암석을 갈아서 분말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해수 표면으로 침투하도록 유도해 깊은 바다에 가라앉혔을 경우, 바다 속에서 이산화탄소가 이동하면서 어떤 문제를 유발할지 모른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실용화?
어쨌든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양이나 지하에 저장하려는 CCS 기술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유력한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포획기술을 선도하는 일본은 CCS 기술을 교토의정서에 규정된 국가별 탄소 배출 허용치를 넘지 않으면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로 인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환경정의 초록사회국 이진우 팀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근본 처방이 아니라 ‘임시방편’일 뿐이며 이산화탄소 저장에 따르는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며 “자칫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대형 참사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기술적 가능성까지 무시할 순 없는 일이다. 지질학자들은 이산화탄소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지층을 연구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주입되더라도 균열이 최소화될 수 있는 지층을 찾으려는 것이다. 만일 지하 저장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찾는다면 이산화탄소를 최소한 수만 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지금의 기술은 고작 수백 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데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앞으로 수백 년 뒤에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이산화탄소 누출을 완벽하게 막을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이렇듯 논란을 겪고 있는 CCS 기술은 환상적인 미래를 예고하기도 한다. 저장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를 실용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탄과 분자 구조가 비슷한 이산화탄소를 심해에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 지대에 넣으면 메탄가스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이론적 가능성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임계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주입해 장기간 보관하면서 특정 공정으로 순수 이산화탄소를 걸러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말로 지구 온난화라는 재앙을 품은 이산화탄소의 위험을 제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독일 막스프랑크 화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지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뤼첸 박사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지구공학적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학술지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지구 상층부 대기에 황 입자를 뿌려 햇빛과 열을 우주로 되돌려 지구 기후를 냉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표면에서 10~40km 떨어진 성층권에 황산을 실은 로켓을 발사해 일종의 지구 차양막 구실을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대기에 황산을 뿌릴 것인가
이런 노벨상 수상자의 기상천외한 제안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엄청난 양의 황산이 대기에 배출됐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공기 중의 황산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고 산성비를 유발해 동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크뤼첸 박사가 평생 해결하려 했던 오존층도 파괴될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보다는 적은 피해라는 게 크뤼첸 박사의 판단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전자 재조합 식물의 리그닌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삼는다거나, 바다에 철분을 뿌려 플랑크톤이 이산화탄소를 삼키도록 한다는 식으로 과학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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