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산 붕괴와 함께 시작되는 비극… 온실가스가 일으키는 재앙을 미리 점쳐본다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현재 대서양에서 북극을 거처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북극권 서북항로는 1년에 11개월 동안이나 거대한 빙산들에 막혀 있다. 겨우 통과가 허용되는 한 달 동안에도 쇄빙장비를 갖추지 않은 선박들은 들어설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동안 많은 탐험대가 연중 내내 뚫리는 바닷길을 찾으려고 했지만 굶주림과 괴혈병 등으로 인해 더러는 얼음더미에 갇히고 말았다. 그런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권 서북항로가 열려 기존 항로(1만2600해리)보다 4700해리가량 단축된 7900해리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이 꿈꿨던 바닷길, 해상 무역로가 기후 변화 여파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는 셈이다.
서남극 빙상 붕괴되면 해수면 5m 상승
지금 극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예견케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판독하면 북극해 빙산이 10년 주기로 3~4%씩 줄다가 21세기에 들어서는 8% 비율로 빠르게 녹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제로 캐나다 라발대학 워윅 빈센트 교수 연구팀은 2005년 8월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캐나다 최북단 엘스미어섬에서 떨어져나간 66㎢나 되는 거대한 빙하가 북극해를 표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빈센트 교수는 “당시 균열의 충격은 지진계에 감지될 정도였으며 엘스미어섬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지구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거대한 빙하가 표류하는 것은 캐나다의 지도를 바꾸고 북극해 서북항로를 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거대 빙하가 움직이면서 자원의 보고인 극지의 생물자원이나 원유 탐사 같은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은 드러난 피해일 뿐이다. 해류의 혼란이나 기록적인 폭염, 생태계 교란 등에 따른 묵시론적인 재앙까지 염려해야 한다. 어쩌면 인류가 해수면의 상승을 피해 내륙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미 홍수와 가뭄, 전염병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심지어 탄소량 증가로 인해 옻나무의 독성이 심해지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사실 남반구의 얼음은 지구 시스템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구가 마지막 빙하기에서 벗어난 1만2천여 년 전 엄청난 규모의 북반구 빙산들이 북대서양으로 떠내려왔다. 이 얼음이 차츰 녹아내려 해수면의 높이를 해마다 1m 이상 상승시켰다. 이와 달리 지구상에 있는 고체 상태의 물 가운데 90%를 지닌 남반구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 남반구의 결빙은 300만㎦에 이르는 담수를 간직하고 있어 서남극의 빙상이 붕괴되기만 해도 해수면이 5m가량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남플로리다 반도의 3분의 1이 희생 지역에 포함되어 수세기 안에 사라진다는 말이다.
이미 서남극의 빙상이 전체적인 붕괴 과정에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구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양분지를 메우고 있는 빙상이 불안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 빙상의 가장자리가 쉽게 압력을 받고 물의 자연 부력 효과에 의해 빙산이 퇴적층으로부터 들여 올려진다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이 서남극 빙벽이 후퇴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정호성 박사팀은 세종기지 주변의 메리언 소만에 관한 관측 자료를 활용해 1956년부터 45년 동안 빙벽이 1052m 밀려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지역의 고온 환경이 지속되면서 빙벽 후퇴를 가속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극지의 변화는 지구 온난화의 극적인 증거로 꼽힌다. 남극 북서쪽 웨들해 라슨B 빙붕이 갈라지면서 서쪽 반도에서 떨어져나온 수천 개의 빙하가 해안을 표류하고 있다. 이렇게 제멋대로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가 남극 대륙을 서늘하게 하고 있지만 1950년대 이래 남극의 기온은 2.5도가 상승했다. 이런 남극의 기상 변화는 오존층에 생긴 구멍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극적으로 오존이 줄어들면서 성층권에 변화가 생겨 대륙의 내부 기온은 내려가고 끝부분은 따뜻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극은 오존 고갈과 함께 지구 온난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변화의 기운에 저항하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바다 산성화에 위협받는 해양생물들
지구는 태양에서 온 자외선의 일부를 우주로 보내지 않고 지구 대기 중에 가둬야 한다. 그래야만 생태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건강하게 유지된다. 수증기나 이산화탄소, 메탄 등 온실가스가 태양으로부터 유입된 에너지를 계속 품고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갈수록 지구를 뒤덮는 온실가스가 온도계의 수은주를 밀어올리면서 파멸의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만 해도 379ppm(2005년)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만일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지금처럼 해마다 2~3ppm씩 오르도록 방치한다면 2050년이면 500pp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 인해 지구 생태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극지의 빙하가 완전히 녹는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다 해도 열대지역에서 증발된 많은 해수가 극지방으로 운반되어 눈으로 내린다 해도 내륙의 얼음이 녹거나 붕괴되는 현상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남극의 경우 해안의 빙하 흐름이라는 자연적인 컨베이어 벨트에 의해 해안으로 실려 내려온 견고한 얼음이 떨어져나오면서 해수면에 영향을 줄 게 틀림없다. 이보다 먼저 수자원을 빙산수에 의존하는 남미의 수십억 인구가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수자원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히말라야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바다는 산성화로 인해 산호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이 심각한 위협에 놓여 있다. 바다는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약 3분의 1을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알칼리성이 약해지면서 바닷물의 수소 이온 농도지수가 8.1pH의 약알칼리성으로 산업혁명기에 견줘 0.1pH가량 떨어졌다. 지금의 이산화탄소 증가 흐름을 이어간다면 21세기 말에는 7.8pH에 이르러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플랑크톤의 껍질이나 산호의 골격이 녹게 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500ppm만 되어도 남극해의 일부 지역에선 탄산칼슘이 녹고, 780ppm이 되면 남극해 전체와 북태평양 일부 지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런 예측에 따라 국제과학연맹과 세계기상기구는 올해를 ‘국제 극지의 해’(IPY·International Polar Year·2007~2008년)로 정해 지난 3월1일부터 ‘남극 운석에 관한 한-미 공동연구’ 등 18개 IP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연구소 줄리언 거트 박사팀의 사전 연구는 남극 바닷속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들에 따르면 라슨A와 라슨B 빙하의 해저에서 다리가 15개 달린 불가사리와 산호, 성게 등이 발견되는 등 생물다양성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심지어 크릴새우가 번성해 밍크고래가 발견되기도 했다.
비단 남극의 해양에서만 지구 온난화의 징후가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서남극 지역의 기온 상승은 육상 식물의 생육지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남극권에서 기후가 온화해 자연환경 변화에 가장 민감한 킹조지섬의 세종기지 주변에서도 식생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종기지에서 하계 연구대원으로 활동한 극지연구소 김지희 박사는 “1990년대까지 발견할 수 없었던 남극좀새풀과 남극개미자리 등이 세종곶 일대에 새로이 정착해 개체군 크기를 해마다 넓혀가고 있다”면서 “기지 주변의 자외선 강도가 갈수록 강해져 피부에 기미가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곤충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
한때 덴마크 오루스대학 통계정치학부 비욘 롬보그 교수의 (The Skeptical Environmentalist)라는 책이 관심을 끌었다. ‘세계 실태 파악’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서 롬보그 교수는 환경에 관련된 데이터를 재분석해 지구 온난화에 관한 ‘우울한 예언’에 반대하면서 “모두 괜찮아질 것이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에 따르면 데이터 손실, 불완전한 이론, 비선형 상호작용이 서로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에서는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회의적 환경론자’가 최적의 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회의적 환경론자의 주장은 관련 연구자들의 ‘자기 방어’로 위세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미국 스탠퍼드대학 생물학부 스티븐 슈나이더 교수는 “롬보그 본인이 환경 문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고 고백한 것이 그가 했던 말 가운데 가장 진실된 것이었다”라며 “‘수십 년이 지나면 개량된 태양에너지 기기를 비롯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 기술로 인해 화석연료가 시장에서 사라지기에 이산화탄소 방출 시나리오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대체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가능성일 뿐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비판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자연과학에 대한 불균형에 사로잡힌 분석 결과로 대중을 현혹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지금 시점에서 지구 온난화의 실체에 관한 논쟁은 종지부를 찍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기후변화 정부간 위원회’(IPCC)가 지난 2월 발표한 2007년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기후 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발생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 권원태 실장은 “IPCC 4차 평가 보고서는 3차 때의 기후평가 모델 7개보다 3배 이상 많은 23개 모델을 사용해 21세기의 기후 변화가 20세기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체적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평균 0.6도 올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무시하기엔 자연의 상처가 너무 크다. 북극의 해빙 면적이 근래에 10년당 2.7%, 그리고 여름이 7.4%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먹이경쟁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보다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 구실을 하는 곤충들의 자리가 좁아지면서 사라지는 생물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식물 화분 매개나 토양 분해 등에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곤충들이 줄어들면 전세계 작물 생산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작물의 3분의 1이 야생 곤충들의 화분 매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리케인과 지진 급증
만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대량소비 사회가 이어진다면 21세기 말 지구 온도는 최대 6.4도나 올라가고, 해수면은 59cm가량 높아진다는 게 IPCC 보고서의 예측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상황이 전체 생태계의 위기로 현실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줄어든 빙하 여파로 10년 동안 17%나 줄어든 북극곰은 심각한 위협에 놓이고, 추운 겨울을 나지 못하는 스칸디나비아의 붉은 사슴은 ‘약골’이 되는 등 야생동물이 기후 변화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 조건이 바뀌면서 생태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기후가 1.5~2.5도 오르는 것만으로 생물종의 20~30%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몸살은 인간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허리케인만 해도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1975~89년과 1990~2004년에 걸친 15년 동안의 허리케인 수를 확인한 결과, 서태평양에서는 85개에서 116개로, 인도양은 24개에서 50개로, 동태평양은 16개에서 25개로 각각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너무나 뜨거운 지구로 인해 대기가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하는 지진도 예삿일이 아니다. 인도네시아 북부와 일본 홋카이도 동남해 등의 지진은 발생하기만 하면 리히터 규모 6.0을 가볍게 넘는다. 뜨거운 대기가 땅속으로 파고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지구를 지키는 구실을 하던 온실가스가 임계점을 지나 지구를 파괴하는 온실로 돌변하는 상황이다.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로 기후가 변화되는 속도는 태양에 의한 기온 증가보다 13배가량 높다는 게 IPCC 보고서의 판단이다. 지구를 파괴하는 온실에 갇히지 않도록 하는 게 인류가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는 것은 환경론자의 주장만은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가 전쟁만큼이나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 사무총장은 “인류 모두가 온난화의 공범으로서 국제 사회가 통일성 있는 체제로 대응하는 환경기술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유엔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금 세계의 에너지 경제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뒷세대는 기회의 창을 열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미 기회의 창에 못을 박고 있는지도 모른다. 1990년대에는 연평균 6.4GtC(탄소 10억t)이던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5년까지 5년 동안 7.2GtC로 증가한 게 단적인 예다. 여기에서 세계 인구의 5%가 거주하는 미국은 지구 탄소 배출량의 25%를 내뿜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에서 7% 줄이는 데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불확실성을 내세워 지구 환경 파괴의 주범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세기 동안 인류는 해마다 더 빨리 지표면 아래의 탄소를 대기로 이동시켰다. 세계의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산업은 해마다 약 70억t의 탄소를 채굴하거나 뽑아내고 있다. 대부분의 화석연료는 연료로 소모되면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앞으로 50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2056년에 이르러 한 해에 140억t의 탄소를 배출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560ppm을 넘어선다. 이산화탄소 1ppm이 탄소 21억t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1조2천억t의 탄소가 지구를 파괴적인 온실로 만들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대체 무엇으로 지구 온난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오는 2012년 교토의정서의 효력이 만료되고 새로운 협약이 발효될 전망이다. 아무리 새로운 협약으로 고단위 처방을 마련해 ‘저탄소 정책’을 권해도 국가별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경제 성장을 계속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 30년에 걸쳐 재화와 서비스의 세계 총생산량은 해마다 평균 3% 가까이 성장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1.5% 수치로 보조를 맞췄다. 앞으로 50년 뒤에 지금 수준의 탄소 배출량을 유지하려면 경제성장 속도로 배출량을 떨어뜨려야 한다. ‘오일프리’에 ‘+알파’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가능한 처방, 에너지 효율 개선
일단의 연구자들은 태양전지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류가 광전기의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리라고 단정하는 것은 ‘로또 당첨을 확신하는 것’보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래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을 개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세계 전기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주거용이나 상업용 건물에 새로운 동력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탈석유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5%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자동차 엔진 혁신, 크기 축소, 대체 연료 등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됐을 때 자동차의 미래를 거론할 수 있다.
지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택 가능한 처방은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다. 당장 추가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단열재 사용을 주저한다면 지구 온난화의 공범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산업계의 저탄소 조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계야생기금의 지구 온난화 프로그램 디렉터인 한스 베롤메는 이렇게 밝혔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에너지 효율 제품의 경쟁력을 인정하지 않던 기업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산업적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고객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는 속임수도 있지만 대체로 효과적인 제품이 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적은 탄소로 더 많은 이익을 얻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거대 화학회사로 출발한 듀폰은 생산을 30%가량 높이면서도 에너지 사용을 7% 줄이는 데 성공하며 생명공학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이익 실현이라는 가치가 확산되면서 IBM이나 브리티시텔레콤, 제너럴일렉트릭 등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면서 적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에너지 시스템을 실현하는 연구를 지원하기도 한다. 탄소를 다량 함유한 석탄에서 더 적은 탄소(석유와 천연가스 등)로, 다시 탄소를 함유하지 않은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지구 온난화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100년 뒤의 기후를 예측하는 게 쓸데없는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회의적 환경론자여서가 아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최대한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10~20년 뒤의 지구에 대재앙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지에서 시작된 온난화의 여파가 적도를 지나 대양과 대륙으로 파고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기후와 에너지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를 기대하기보다는 저탄소를 위한 일상의 실천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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