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좁다란 계단을 걸어올라 4층 꼭대기에 이르자 복도에서부터 고문서의 향기가 풍겨나는 듯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을 지나 예닐곱 평쯤 될까 싶은 방으로 들어서니 벽과 바닥이 책, 만화, 비디오테이프들로 빼곡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1동의 한 허름한 빌딩에 세 들어 있는 서울SF아카이브. 공상과학(SF)을 주제로 한 갖가지 자료를 모아놓은 곳이다. 바로 옆에 자리잡은 좀 작은 방에 보관해둔 자료까지 합치면 1만 건을 웃돈다니 국내 최대 규모의 SF 자료실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터이다. SF물에 푹 빠져 지난 15년 동안 관련 분야의 번역, 출판기획 일을 해온 박상준(40) 대표가 헌책방과 청계천 일대에서 오랜 세월 고집스레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SF 분야에선 꽤 유명세를 탄 박 대표는 오는 4월 말 창간될 월간 편집장으로 일하게 된다. 은 SF, 판타지 작품을 게재하고 이 분야의 평론과 트렌드를 아울러 다루는 온·오프라인 매체다.
“주위에서 오프라인(매체) 시장이 하향세를 타고 있다고 걱정들을 많이 하지만, 자체적으로 유지할 정도는 될 겁니다. 일본에서는 추리소설 단행본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정기 간행물에서도 이런 분야를 꾸준히 다루고 있습니다.” SF, 판타지물을 통해 새로운 과학기술이나 미래의 흐름을 파악할 모티브를 보여줌으로써 국내에서도 일정한 독자군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SF물을 좋아했고, 중학생 시절 성인용으로 시야를 넓힌 그는 대학교 때 SF, 판타지물의 또 다른 면을 깨달았다고 한다. 등 미래를 가상한 작품에도 강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SF물에 대한 관심이 어릴 적 한때의 반짝 호기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 자극제였다.
탁자 위에 잔뜩 쌓인 책더미에서 한 권을 집어봤더니 1957년에 발행된 였다. 뒷부분에 붙은 가격 표시 ‘300원’이 옛 정취를 더했다. 이 밖에 미국의 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여러 저작들, 중고 비디오 시장에서 어렵사리 구한 SF 영상물들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일제시대 때 발간된 은 특히 귀한 소장품이어서 집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그의 손길을 거쳐 곳곳에 스며들어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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