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손네 투발루 정부 총비서가 말하는 해수면 ‘위협’과 나라의 미래
▣ 투발루=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파나파세 넬레손네(46) 정부 총비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며 기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투발루의 유일한 신문인 월간지 는 그를 정통 테크노크라트로 소개했지만, 집무실을 벗어나면 영락없는 동네 아저씨다.
피지의 사우스퍼시픽대학을 졸업한 넬레손네는 1997년 총리 직무대행, 1999년 외무장관에 이어 2000년 11월부터 ‘국무총리’ 격인 정부 총비서를 맡고 있다. 투발루에는 4년마다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다수파가 추대하는 총리와, 실질적으로 정부 업무를 총괄하는 총리 임명직의 총비서가 있다.
넬레손네 총비서는 고심하고 있었다. ‘투발루’라는 국가를 존속시켜야 하는 지도자의 책임과 ‘미래가 없는 나라’를 떠나려 하는 국민들의 욕구를 일치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는 ‘위기’라는 확정적 표현 대신 ‘위협’이라는 말을 썼다. 자신의 조국이 비행기를 줄서서 기다리는 피난민들의 이미지로 비칠까봐 신경쓰이는 듯했다. 인구 9천 명. 연약한 ‘소인국’(少人國)을 이끄는 그를 2월28일 푸나푸티섬의 정부종합청사에서 만났다.
우리가 다른 이의 죗값을 치른다
투발루의 주산업은 무엇인가.
=주산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웃음) 근해 어업도 자급자족 수준으로 이뤄진다. 정부가 운영하는 선원학교가 있다. 외국 선박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훈련시키는 곳이다. 졸업생들은 외항선원이 된다.(투발루 정부가 소유한 배는 관용선 2척과 경찰경비정 1척이 전부다.)
해수면 상승으로 투발루가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보다는 ‘위협’이라는 표현이 적당한 것 같다. 미래에 다가올 생존 위협이다. 투발루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문제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첫 번째 희생양이 됐다. 다른 누군가가 저질렀는데, 우리가 그 죗값을 치르고 있다.
투발루 정부가 주민 이주를 추진한다고 들었다. 투발루와 뉴질랜드 정부가 태평양 이주 규정(PAC)에 합의해 뉴질랜드가 기후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는데.
=정부가 공식적인 이주정책을 편 적은 없다. 언론이 센세이셔널하게 보도한 것이다.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이주를 원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PAC는 남태평양 주민들이 뉴질랜드에 가서 좀더 나은 직업을 찾는 걸 도와주기 위한 시스템이다. 뒷문으로 들어가 불법 이주노동자가 되는 것보다 나으니까.
투발루 정부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들은 이미 늦었으므로 투발루가 현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로선 국제사회와 함께 일하는 수밖에 없다. 이건 돈의 문제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많은 희생자를 내긴 했지만, 미국은 수습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이 있지 않았나. 투발루는 그렇지 않다. 국제사회와 함께 점점 더워지는 기후의 흐름을 역류시켜야 한다. 그래서 2000년 유엔에 가입했다.
기후난민이든 뭐든, 받아들여라
투발루인을 ‘기후난민’으로 규정하고, 조건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공평한 개념이다. 국민들은 이곳이 거주친화적인 환경이 아니라는 걸 안다. 식수도 부족하고 해수면도 상승하고. 뉴질랜드나 오스트레일리아가 적극적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기후난민이든 무엇이든.
경제규모 10위인 한국도 지구 온난화에 책임이 있다.
=한국이 이주를 받아들인다면, 국민들에게 좋은 일이다. 투발루는 평화로운 섬이다. 집에 대문이 없지만, 강도도 없고 도둑도 없다. 범죄가 아니라 기후 변화가 국민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국민들이 비극적으로 집단 이주하는 날은 오지 않길 바란다. 이 땅에서 살고 싶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 대통령, 계엄날 안가로 경찰청장 불러 ‘10개 장악기관’ 전달
[단독] 한동훈, 이르면 내일 ‘윤 탄핵 찬성’ 밝힐 듯
[단독] 윤, 조지호에 6차례 ‘의원 체포’ 지시…계엄 해제 뒤 “수고했다”
신라왕실 연못서 나온 백자에 한글 ‘졔쥬’ ‘산디’…무슨 뜻
[단독] 방첩사, 계엄 날 경찰에 ‘국회의원 체포조 100명’ 파견 요청
‘정부 대변인’ 유인촌 “계엄 전부터 탄핵 탓 국정 어려워”…계엄 합리화
‘친윤’ 결집의 순간 [한겨레 그림판]
대통령실 압수수색 8시간 대치 끝 임의제출…경찰 “극히 일부만 받아”
[단독] 이형섭 국힘 당협위원장 탈당·정계 은퇴 “계엄은 위헌, 탄핵이 순리”
국힘 “이재명 불출마 선언하면 윤 대통령 하야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