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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신문의 공격? 정치권의 길들이기?

등록 2007-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공정위가 조사 방침 밝히자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포털 업계…독과점 판단하긴 어려우나 콘텐츠 제공업체와의 불공정 거래 개선 가능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인터넷 포털 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해 인터넷 포털 업계는 왜 갑자기 이런 얘기가 나왔는지 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NHN 채선주 홍보실장은 “인터넷 포털이라는 새로운 산업 분야를 명확히 규정하고, 포털 시장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방침 이후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중이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정지은 홍보팀장은 “논란이 확산되는 배경에는 기존 언론매체들의 인터넷 포털 견제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의 인터넷 포털 조사 방침을 기존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공정위도 더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조사에 앞서,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것에 위협을 느낀 기존 신문·방송매체들이 포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는 것일까?

무엇을 기준으로 시장을 확정하나

이번 인터넷 포털 독과점 문제를 ‘정치적 시각’에서 보는 쪽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인터넷 포털 길들이기 △메이저 신문들의 인터넷 포털 견제를 거론한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터넷 포털을 길들이려는 정치권의 음모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온라인에서 인터넷 포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자,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메이저 신문들이 오프라인에서 누려온 여론 독과점적 지위를 온라인에서도 확보하려고 이때다 싶게 인터넷 포털에 대한 비판의 칼을 세우고 있다고 해석한다. 사실 기존 언론사가 자체 운영하는 닷컴들의 시장점유율은 미미한 편이고, 대다수 오프라인 언론매체들은 인터넷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면서 포털의 영향력에 빠르게 종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번 논란을 기존 언론과 인터넷 포털의 대립 구도로 보는 것에 대해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는 “사회적 의제를 설정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존 언론이 인터넷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는 단순 콘텐츠 생산·공급업자로 전락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환경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오프라인의 영향력을 온라인에서도 유지하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포털의 업종 구분과 관련해 NHN 채 실장은 “인터넷 포털을 ‘새로운 미디어’라고 할 수는 있지만, 포털이 언론의 구실을 하는 건 아니다. 우리는 정보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유통 구실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또 포털 시장은 시장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고, 독과점 시장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해도 진입 장벽을 쌓거나 기업과의 결합 등을 통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네이버가 혼자 열심히 해서 지금의 시장 지위에 도달한 측면이 강하다면 정부가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일정한 거래분야의 공급자·수요자로서,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업자와 함께 상품·용역의 가격·수량·품질, 기타의 거래조건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할 수 있는 시장지위를 가진 사업자다. 한 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합계 시장점유율이 75% 이상이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NHN 채 실장은 “시장점유율을 보면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만 네이버가 70%대이고, 메일과 카페는 다음이, 미니홈피는 싸이월드가 독과점적인 시장 지위를 갖고 있다. 검색, 뉴스, 메일, 미니홈피 등을 모두 합치면 네이버나 다음, 네이트의 시장점유율은 엇비슷하다”며 “시장지배력을 판단할 때 일정한 거래 분야, 즉 시장을 무엇을 기준으로 획정할 것인지 그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 기업의 독과점 시장구조와는 다른 체계라는 얘기다.

웹2.0 확산되면 네이버 위축될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되면 공정위는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시장지배력을 남용한 것으로 드러나면 과징금(매출액의 3% 이내)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언제든지 이용자들의 선택에 따라 인터넷 포털의 독과점 질서가 뒤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포털 시장에서 이른바 ‘유효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포털 관계자는 “과거에 야후가 독주하던 당시 다음, 네이버, 네띠앙, 프리챌 등 5∼6개 포털이 산재해 있었는데, 지금은 메이저 포털 3개가 남아 있는 형국이고 특정 포털 업체의 독점적 지위가 강화되고 있는 건 맞다”며 “하지만 이용자들이 어떤 포털을 선택할 것인지는 텔레비전 채널을 움직이는 것보다 쉽다. 따라서 특정 포털 업체에 의한 독과점 구조가 유지되더라도, 그 독과점 지위에 올라서는 업체는 항상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영원한 강자로 독주하는 포털 업체는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NHN 쪽은 “공정위가 특정 업체의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축소시킨다면, 예컨대 네이버에서 10번 검색한 뒤 11번째 검색부터는 다음에 들어가서 하도록 만들면 소비자들만 불편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를 비롯한 상위 3대 인터넷 포털이 시장을 지배하는 수요 독과점적 구조에서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가 일어나기 쉽다. 이런 시장구조에서 인터넷 포털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소 업체들은 거대 포털 업체가 가격을 일방적으로 떨어뜨려도 이를 감수하고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도 “어떤 특정 업체가 부당하게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시장에 경쟁 사업자가 10개, 100개가 존재한다면 다른 업체를 선택할 수도 있고 부당한 가격 책정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하지만 독과점 시장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며 “인터넷 포털 업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더라도 독점적 시장구조를 강제로 깨겠다는 건 아니고, 시장 지위 남용 행위를 개선하려는 게 목적이다”고 말했다. 사실 인터넷 포털 업체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돼 각종 규제를 받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보다는 중소 콘텐츠 제공업체들과의 불공정 거래행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까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비롯해 개방·공유·참여로 상징되는 웹2.0 환경이 확산되면 네이버의 시장 지위가 자연스럽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병국 대표는 "네이버는 국내에 웹 콘텐츠가 부족한 현실에서 '지식iN'으로 빅히트를 쳤다. 그렇게 자체적으로 데이터와 콘텐츠를 생산·축적하면서 시장 지위가 높아졌다"며 "하지만 콘텐츠들이 개방·공유되는 웹 2.0 상황이 발전한다면 네이버의 독점력이 어느 정도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UCC 환경을 네이버가 오히려 사업 기회로 받아들이고 발 빠르게 적응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화할 가능성도 있다.

포털의 사회적 책임 공론화하는 장으로

대체로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독과점 지위와 불공정거래 행위 문제를 넘어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공론화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병국 대표는 “정부 규제를 동원해 인터넷 포털의 시장지배력를 막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그러나 포털이 독과점 형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제어하는 장치가 없다. 신문과 방송 등 기존 언론에서는 서로 견제하는 구도가 존재하지만, 인터넷 포털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음에도 벤처니 닷컴이니 새로운 분야로 보고 사회적 견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포털의 사회적 역할은 커지고 있는 반면, 책임은 소홀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인터넷 포털 업체 관계자는 “인터넷 포털의 역사는 짧지만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인터넷 포털의 문제로 지적돼온 연예오락물과 음란물 범람, 지적재산권 문제 등까지 포함해 인터넷 포털 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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