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대한민국 국회는 늘 기대 이상?

등록 2006-09-02 00:00 수정 2020-05-03 04:24

국민의 뜻과 달리 파병연장 동의안에 압도적인 찬성표 던지는 국회의원들…당적 옮기고 찬성으로 바꾼 ‘독수리 오형제’, 유시민·김희선 의원도 ‘전향’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국회는 때마다 정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지난 2003년 4월 처음으로 이라크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켜준 뒤 지난해 말까지 잇따라 정부의 추가파병 및 파병연장 동의 요구안을 군말 없이 ‘도장’ 찍어줬다. 이라크 파병 관련 네 차례의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는 전체 299명 가운데 차례대로 68명 → 50명 → 63명 → 31명에 그쳤다.

16대부터 일관된 소신파는 겨우 6명

이는 국민의 기대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말 김홍일 민주당 의원실에서 전국 성인남녀 20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이툰부대의 파병기간 연장에 반대하는 의견은 41.2%로, 찬성하는 의견(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정부의 파병연장 동의안이 국회에 부쳐진다. 지난해 파병연장 동의안은 자이툰부대의 파견기간을 2006년 12월31일까지로 못박았다. 정부가 당장 내년에 철군할 계획이 아닌 이상 국회 동의를 다시 얻어내야 파견기간을 늘릴 수 있다. 아직 여야 각 정당이 파병연장 동의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의원들이 이전과 다른 투표 경향을 보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주노동당만이 파병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을 뿐이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줄곧 가장 적극적으로 정부와 보조를 맞춰왔다.

민주당은 당이 쪼개지기 전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2004년 2월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의원이 찬성하는 의원들보다 훨씬 많았다. 열린우리당은 다수가 찬성하고 소수 의원들이 반대하는 모양새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대 국회 때부터 파병 반대의 소신을 지켜온 의원을 찾기란 쉽지 않다. 299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겨우 여섯 명뿐이다(표 참조). 대부분이 일관되게 파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나마 초선 의원들의 소신 행보가 눈에 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2004년 12월과 2005년 12월 처리된 파병연장 동의안에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인 의원은 19명이다. 한나라당에도 14명의 의원이 2004년 말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지난해 여당과의 대치 정국에서 본회의 표결에 참석하지 않은 바람에 의원들의 일관된 소신을 가늠하기가 어렵게 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2004년 말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지난해 더 적극적으로 파병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표결에 불참했다.

기약 없이 방치된 철군 촉구 결의안

당의 입장은 의원 개인의 소신보다 앞섰다. 2003년 한나라당에 있으면서 파병에 반대했던 이부영·김부겸·김영춘·안영근·이우재 의원 등 이른바 ‘독수리 5형제’가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나서는 모두 찬성으로 돌아섰다. 당적의 변화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유시민·김희선 의원 등도 참여정부와 호흡을 맞추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는 찬성으로 견해를 바꿨다.

국회에 파병을 저지하려는 몸짓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영근 의원 등 11명의 의원은 2003년 ‘대한민국 국군의 대이라크 파병 반대결의안’을 제출했다. 회기 만료로 폐기됐지만 노력은 이어졌다. 이듬해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이라크 파견 국군부대(서희·제마부대) 철군 촉구 결의안’은 아직도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와 지지난해 각각 30명과 50명의 여야 의원들이 한뜻으로 제출한 ‘자이툰부대 철군 촉구결의안’과 ‘국군 부대의 이라크 추가파병 중단 및 재검토 결의안’도 있다. 그러나 다수의 무시 속에 기약 없이 국회 캐비닛에 방치돼 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