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표가 선출될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마다 복잡한 계산… 박근혜-이명박 대리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외부 인사 영입 목소리 높아져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5·31’ 행보를 놓고 당 안팎에서 수군거림이 많다. 박근혜 대표가 5월20일 습격을 당한 뒤 병상에 누우면서부터다. 이재오가 박근혜 대신 전국을 누비면서 이번 기회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박근혜 대표 진영에서 불만이 높다.
박근혜 쪽에서 이재오의 행보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속내는 빤하다. 이명박계로 알려진 이재오가 당 대표를 새로 뽑는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찍부터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재오 당 대표 카드는 박근혜 쪽에서 결코 반길 만한 카드가 아니다.
이재오-박희태 경쟁에 강재섭도 거론
한나라당은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의 안을 받아들여 당 대표와 대선 주자를 분리시켰다. 따라서 박근혜에 이은 다음 당 대표는 대선에 나서지 못하고 대선 경쟁의 관리자 역할을 맡는다. 벌써부터 어느 후보의 대리인이 대표가 되느냐가 당내 정치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리인을 당선시킨 주자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셈법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31 지방선거의 대승과 무관하게 대선이란 종착역을 향해 나아가는 한나라당호의 권력투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당 대표 후보로는 이재오 원내대표와 박희태 국회부의장이 유력하다. 모양새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대리전을 연상케 하는 구도다. 여기에 대권을 노리는 강재섭 전 원내대표가 눈높이를 낮춰 경쟁에 뛰어들지도 관심거리다. 박근혜계인 김무성 전 사무총장이나 맹형규 전 정책위의장, 강창희 전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박과 이의 대리전은 자칫 판 전체를 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소장개혁파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소장개혁파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외부 인사로는 윤여준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대중성이 약한 게 흠결로 꼽힌다.
대표 경선이 대선 후보자들의 대리전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데 박과 이도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은 “관리형 대표의 제일 중요한 점은 중립성인데 좋은 인사가 있으면 외부 영입도 가능한 얘기”라며 “박 대표는 절대 대리인을 내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자들로서는 대리인 때문에 자칫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도 각오해야 한다. 당내 이명박계의 ‘입’ 역할을 하는 정두언 의원은 “특정 후보의 대리인이 대표가 됐을 경우 오히려 그에 맞서는 반대 세력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면서 대표를 쥔 쪽의 세력이 수적으로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양쪽 진영이 불필요한 대립과 부담을 피하는 방법으로 강재섭이나 제3의 외부 인사 카드에 쉽게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어느 한 쪽이 뛰쳐나간다는 악몽
고민이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대선 관리형 대표라고 하지만 2008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대권 후보 진영을 넘어 당내 각 계파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집권여당이 될 확률이 높은 당의 울타리를 벗어난 짝짓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전대 이후 내년초 대선 경선까지 정계개편의 무풍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말 큰 변수는 그 다음에 올 수 있다. 이와 박 어느 한 쪽이 게임 결과에 불복해 뛰쳐나갈지 모른다는 악몽은 오래전부터 한나라당 주위를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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