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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이명박을 만날 때…

등록 2006-05-31 00:00 수정 2020-05-03 04:24

전문가 4명이 진단한 정계 개편과 개헌… 5·31 이후는 연대 구도인가 분열 구도인가… 야당 대연합은 대통령의 행보 주시해야, 한나라당 분열로 새 판 짜일 가능성도

▣ 사회·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정리· 최은주 기자 flowerpig@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5·31 지방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이 내홍을 겪을 것 같다.

=장성민: 상당한 수준의 진통이 있을 것이다. 당내에서는 민주당과의 연합론이 거세게 제기될 것이다. 민주당이 응할까? 백기 들고 들어오라는 것 아닌가. 여당이 정계 개편의 주역이 되고 싶겠지만 여당이 중심축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이탈 세력 90%, 나머지 친노 세력으로 집권 여당이 이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 이뤄낼 힘, 있습니까

=김헌태: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상당 부분 진통은 있겠지만,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지도부 때문에 졌다고 성토할 사람이나 세력은 없다.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신당 창당을 주도할 구심점도 없다. 탈당하겠다는 깃발을 들고 나설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었더라면 이전에 지지도가 올랐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대선의 신호탄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지방선거 결과가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정계 개편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열린우리당 내부에는 동력이 없다. 상당히 지체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히려 한나라당 쪽에서 움직임이 먼저 시작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구심력이 강화된 만큼 그쪽도 지체될 것으로 본다.

=김형준: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는 정당이 탄생할 것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연대론이 제기되는 것은, 정동영의 자강론(自强論)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다.

책임론이 나오고 비상대책위 구성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 연대론의 핵심은 열린우리당이 모든 프리미엄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리미엄 포기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와 직접 관련돼 있다. 노무현이 (열린우리당에) 어떤 시그널을 보내느냐에 따라 정계 개편의 강도와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어떤 식의 정계 개편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김형준: 열린우리당의 분당이든 민주당의 통합이든 1차적으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통합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다. 역대 대선 결과에서 보듯이 기본적으로 선거 연합 정책은 지역으로 갈 수밖에 없다. 1차적으로 호남의 결집이 선행될 것이다. 우선 호남이 결집하고 모든 정당이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통합된 정당이 나온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만 고건 전 총리가 합류한다. 충청은 한나라당으로 갈 수도 있는데, 충청권을 끌고 갈 수 있는 힘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장성민: 정계 개편은 대선 직전, 위기에 처한 야당이 연합하거나 여당이 분열하면서 이뤄진다. 이번에는 야당 대연합보다 여당의 분열이 1차적 정계 개편의 요인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쳐지고 고건이라는 대선주자가 합승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고건의 신당 창당이 새로운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건-민주당-열린우리당이 하나로 합쳐 제3의 후보를 내든지, 아니면 민주당-열린우리당이 고건이 만드는 새로운 정당과 합류하든지 결국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

=김헌태: 여론조사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가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50 대 50이다. 안정·보수 대 개혁·진보도 50 대 50이고, 부패한 산업화 세력이나 무능한 민주화 세력이냐고 물어도 50 대 50이다. 시기적으로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그 구도가 달라진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합당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고건을 매개로 어쩔 수 없이 잡는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정계 개편의 힘을 가진 두 축은 한나라당과 노무현 대통령뿐이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 개편과 관련해 분열 구도와 연대 구도 두 가지를 상정해볼 수 있다.

연대 구도는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으로 ‘제3차 동서대전’을 추진하는 구도이고, 분열 구도는 한나라당 내부와 열린우리당 내부 세력이 모두 분열하는 형태이다. 연대 구도는 추진되겠으나 힘이 없을 것이다.

이명박 중심의 중도정당?

그 틀에 비춰보면 장 대표와 김 교수는 연대 구도의 정계 개편 가능성을, 김 소장은 분열 구도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쪽인가.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이 있을까. 정계 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그 힘은 얼마나 될까.

=김헌태: 한나라당 경선 구도가 이명박 시장 쪽에서 볼 때 한쪽으로 쏠려가고 있다. 박 대표가 경북, 호남, 충청 등 상당 부분 먹고 들어가고 있다. 이명박이 지는 구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이명박의 괴로움이다. 수도권이나 한나라당 소장파 역시 절대적 이해관계가 걸릴 수 있다. 이들은 통합 구도에서 치러지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확신하고 있지 않다. 한나라당도 재창당이나 분당 과정에서 변화를 모색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의 내부에 이명박-수도권 소장파 중심의 새로운 한나라당, 새로운 보수당이 만들어진다면 그 세력은 노무현 대통령과 비호남 개혁세력과 정치 성향으로 가장 가깝다. 지역 정당과는 무관한 전국 정당이고 이념적으로는 박근혜-TK, 민주노동당 사이에 놓이는 중도가 된다. 노무현 혼자 이런 구도를 만들어갈 수는 없지만, 한나라당에서 흐름이 만들어지면 분열 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있다.

=김형준: 최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여론조사를 해보니 노 대통령이 탈당해 초당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43% 대 13%였다. 열린우리당 지지층, 호남 지역에서 탈당 의견이 많았다. 열린우리당이 뭔가를 해보려면 노 대통령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논의가 빠른 물살을 탈 것이고 범통합연합, 민주양심 평화세력, 반한나라당 세력 연합이 가능해진다.

통합정당이 만들어지고 프리미엄이 없는 상태에서 경선이 이뤄진다고 하면 모든 사람들이 뭉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힘이 없을 것 같지만, 공정한 경쟁을 관리하면서 훨씬 다양한 카드를 갖게 될 것이다.

=장성민: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가 끝나면 식물인간이 된다. 자의든 타의든 탈당을 해야 한다. 정부 여당에서 이제 노무현은 계륵 같은 존재다.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버리자니 아깝고…. 여야 간 새로운 세대 연합을 모색하는 세력이 나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이명박에 정면 도전하는 40대 세력들이 바로 나올 것이다.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되면 급속한 세대 물결을 탈 것이다. 부패하고 무능한 어느 당과도 결별하면서 제3의 정당을 만들자는 흐름이 거세질 것이다.

종적 대결이 아닌 횡적 대결

=김형준: 한나라당의 40대 소장파들이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40대가 그런 철학과 역사의식이 있나? 그 사람들도 대선게임에서 빨리 흡수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쟁 구도에서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성민: 차기 대선에 지역이 중심이라고 보는 쪽과 아니라고 보는 쪽이 있다. 노 대통령은 지역이 다음 대선의 주요 변수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 새로운 무엇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조용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문제제기를 하고 적극적으로 주도권을 쥐려고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내각제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나. 개헌론을 들고 나올 것이다. 시작은 대통령 중심제로 하더라도 끝은 내각제가 되어 나올 수도 있다. 통합론(열린우리당+민주당+고건+알파)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반대할 것이다. 호남과 영남의 지역주의를 공격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종적으로 대결했는데 이번에는 횡적으로 대결할 것 같다. 박근혜 대표가 호남을 자주 방문한다. 노무현과 이명박이 손을 잡으면, DJP가 박근혜를 수렴청정하는 방식의 연대가 가능할 것이다. 제3차 동서대전이 아닌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연대 구도 형식의 정계 개편 가능성이 높지만, 그 밖의 다양한 정치 실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분열 구도로 새로운 이합집산이 일어나거나 영·호남 세력의 연합, 종적 경쟁이 아닌 횡적 경쟁…. 개헌이 정계 개편의 고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의견을 밝혀달라.

=박성민: 노무현 대통령은 개헌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에 관심이 있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2007년 대선에도 관심이 있지만, 2008년 총선에서 재선할 수 있느냐에 더 관심이 가 있다. 중대선거구제로 바뀌면 현역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의원들을 직접 만나면서 설득할 수도 있다. 국민투표는 통과된다고 보고 200명의 찬성자만 찾으면 되는 것 아닌가.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김헌태: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에 개헌을 추동할 힘이 있을까. 고리가 된다면 선거구제 정도일 것이다. 분열 구도로, 다당제로 가면 개헌선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물론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김형준: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박근혜, 이명박 등 유력한 대선주자들이 반대했다. 그러면 이미 물건너간 것 아니냐. 특히 내각제는 국민들이 싫어한다. 분권형은 가능하다. 그러면 러닝메이트제가 될 것이다. 고건 아래 정동영·김근태가, 이명박과 박근혜·손학규가 될 수도 있다.

=장성민: 대통령은 말 한마디가 권력인데, 선거 이후 노 대통령의 말은 아무 가치가 없다. 의제 설정 능력뿐만 아니라 믿음도 주지 못한다. 누가 개헌 국면을 주도할 힘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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