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에 따라 강금실 나와도 필패한다는 분석
고건의 움직임 끌어내는 등 선거구도와 투표율에 영향 끼칠 가능성도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강금실은 진다.”
선거를 축구와 같은 게임처럼 분석할 때 현재의 예측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크고 작은 선거를 수차례 치러본,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과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의 일치된 분석이다. 이들은 큰 변수가 없는 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열린우리당의 후보로 나서더라도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되든지 관계없이 답은 자명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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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부재, 무조건 매달리는 여당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에 공들이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한나라당 내 경선 도전을 선언한 맹형규 전 의원, 홍준표 의원과의 최근 가상대결 조사에서 큰 차이로 앞선 바 있다. 지난해 12월6일 서울시민 600명을 상대로 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서는 강 전 장관이 맹 전 의원과 홍 의원을 미세한 차이로 앞섰지만, 2월1일치 <세계일보> 조사에서는 14~18%포인트 차로 멀찌감치 앞섰다. 그런데도 실전에서는 진다? 대중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 전문가들의 분석이 미덥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근거는 이렇다. 축구에서도 양팀 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역대 전적, 전략·전술과 선수들의 기량 등이 분석의 기본틀로 작용한다. 지방선거를 세 달 남짓 앞둔 현재의 가상대결 수치는 선거를 좌우할 선거 구도, 정당 지지율, 투표율 같은 거름망을 거쳐야 실제 결과와 비슷하게 순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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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선거 구도부터 살펴보면, 한나라당 성향의 지지층은 한나라당으로 결집된 반면 그 반대편은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으로 분산돼 있는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과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안겨줬던 투표층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다시 결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양당 대결 구조가 아니라 다자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다. 이는 두 당의 정당지지율을 비교해봐도 명확히 드러난다.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40% 안팎인 데 비해 열린우리당은 그 절반인 20% 안팎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예의 ‘정권심판론’으로 규정해 여권 대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 설정한 것도, 전체 판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강금실 필패론’의 한 축은 낮은 투표율이다. 지방선거 투표율은 68.3%(1회 1995년) - 52.7%(2회 1998년) - 48.8%(2002년)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2002년 서울은 평균치보다 3% 포인트 낮은 45.8%였다. 낮은 투표율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지난해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2005년 4·30 재·보궐 선거(투표율 33.6%)에서 열린우리당은 정당 공천 국회의원(6곳), 기초단체장(7곳), 광역의원(10곳) 선거에서 단 한 곳도 이기지 못해 ‘23:0’을 기록했다. 10·26 국회의원 재선거(투표율 40.4%)에서도 한나라당에 전패했다. 전체 투표율이 낮으면서 중·장년과 노년층의 투표율이 높은 선거는 열린우리당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어 투표율이 50%와 55%인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추가된 5%를 열린우리당 득표율의 순증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에 강 전 장관은 ‘강다르크’다. 문희상 의원(인재발굴기획단장)은 2월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잔다르크처럼, 구국의 투사 모습으로 나타나달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고 말했다. 당 의장을 뽑는 선거에서, 이전에는 현직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말로나 쓰였을 법한 ‘강심’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16곳의 광역단체장 가운데 어느 곳 하나 승리를 자신하기 힘든 처지라, 서울에서의 선전은 차기 대선 구도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열린우리당의 명운을 가를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분산된 지지층 일부 복원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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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전문가들의 얘기가 아니라도,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들은 ‘강금실 카드’가 승리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데는, 앞서 언급한 악재들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안부재론’이다.
최근 정동영 의장 등 새 지도부를 선출한 전당대회마저 ‘그들만의 잔치’로 마쳐 ‘관객몰이’에 실패한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 전 법무장관의 영입이 뭔가를 시작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다. 정치에 한 발 담그고 있으면서도 일반적인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보다는 풍류를 아는 문화인이자 온화하면서도 강직하고 소신 있는 관료 출신이라는 인상이 짙은 터라, 그가 본선에 오를 경우 무엇을 보여줄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정당 대결보다는 인물 대결 구도가 더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맹형규 전 의원쪽은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하고, 홍준표 의원은 “유시민 장관이 ‘왕의 남자’라면 강금실 전 장관은 ‘왕의 여자’다. 노무현 대통령과 연결짓기만 하면 쉬운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강금실 전 장관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연결지으려 할 때 열린우리당이나 현 정부에서 비켜서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실정론 혹은 심판론으로 강금실을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선거 전문가들의 ‘판이 흔들리지 않는 한 강금실도 힘들다’ 예측은 역대 선거 결과에서도 증명된다. 1995년부터 세 차례 치러진 민선 서울시장 선거에서 후보의 득표율과 정당지지율(표 참조)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닌다. 정당지지율의 차이를 넘어선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후보의 역량, 선거 쟁점, 운동 방식 등에 따라 정당지지율의 격차를 늘리거나 좁히거나 한 정도였다. 박성민 대표는 “선거는 정당에 대한 투표”라며 “경험에 비춰보면 정당 60%, 인물 30%, 캠페인 10% 정도의 비중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강 전 법무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나설 경우에는, 추락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면서 정당지지율이라는 두터운 장막을 뚫고 나와야 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그를 영국과의 백년전쟁에서 패색이 짙던 프랑스를 구해낸 잔다르크에 빗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치 공학적인 면에서 보면 강 전 장관은 선거 구도와 투표율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다자대결 구도라는 본질에는 변화가 없겠지만, ‘링’ 밖에서 적당한 구실을 찾지 못하는 고건 전 총리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된다. 고 전 총리가 여전히 대통령 선호도에서 이명박 서울시장과 선두를 다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신당을 창당하기도, 덜컥 열린우리당에 입당하기도 껄끄러운 처지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범여권 후보를 측면 지원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데 강 전 장관은 최상의 카드일 수 있다. 강 전 장관 출마가 열린우리당과 고 전 총리의 연대 고리가 되는 셈이다. 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분산된 지지층을 일부 복원시킬 가능성도 있다.
‘홍삼 트리오’ 때보단 낫다?
투표율 면에서도 강 전 장관은 현재 여권에서 거론되는 다른 후보군들에 비해 매력이 있다.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 지지 성향이 강한 20·30대와 무관심층에 소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열린우리당 쪽에서는 2002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2006년의 상황이 조금 더 낫다고 위안을 삼는 의견도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불거져나오면서 “‘홍삼 트리오’ 때문에 말 붙이기도 힘들었던 때에 비하면 지지도는 낮지만 결정적 악재는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과거의 경험 위에 상수와 변수들을 대입시킨 일종의 수학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 이후에도 후보들의 지지율이 요동치고 뚜껑을 열기 직전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던 지난 대선을 경험한 바 있어, 강 전 장관의 출마 여부가 확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 예측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분명한 점은, 강 전 장관이 2007년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지방선거에서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만큼 정치적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2004년 7월 법무장관을 그만둔 뒤 최근 출마 여부를 고민하기 전까지 그가 한 일이라고는 세월을 즐긴 것밖에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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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전심은 대세론으로
진대제부터 추미애까지 여러 인물 거론되다 강금실 카드에 올인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이심전심이었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서울시장 후보로 떠오른 배경에 무슨 또렷한 계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당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이 지면을 타고 처음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매일경제>가 여론조사 기관 TNS와 공동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강 전 장관의 지지율은 12.8%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해찬 총리, 김한길 열린우리당 의원, 오세훈 전 의원,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이후 그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다.
사실 강 전 장관에 앞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 자리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몫으로 여겨졌다. 2004년 말부터 진 장관의 출마설이 나돌았고, 한나라당에서는 ‘삼성 최고경영자(CEO)’란 간판을 달고 나올 진 장관을 잔뜩 경계했다. 하지만 아들의 병역 면제와 국적, 재산 문제 등 약점이 솔솔 흘러나오면서 진 장관의 이름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 틈에 강 전 장관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전까지 강 전 장관은 오히려 대권 후보로 종종 거론됐다. 여론조사상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손학규 경기지사, 이해찬 총리보다 높은 6~7위의 순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때 강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추미애 전 의원의 이름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연말에 장관 입각설이 나돌면서 추미애란 이름은 묻혔다. 자천타천으로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도 뜻을 뒀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당내 인물로는 신기남 전 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신계륜 전 의원, 김영춘 의원 등이 거론됐지만 지금은 모두 방향을 튼 상태다. 대신 민병두, 이계안 의원이 새로운 주자로 나섰다. 이심전심은 어느덧 대세론으로 굳어져 열린우리당은 강금실 카드에 ‘올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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