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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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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격기지, 최악의 시나리오

등록 2005-12-15 00:00 수정 2020-05-03 04:24

미국의 신군사전략에 따라 평택은 미군의 동북아 ‘허브기지’가 되는 셈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은 평택에 감도는 불안의 조짐을 보여줘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왜 주한미군은 평택으로 모이려는 것일까?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평택기지 확장이전이 끝나면,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평택은 명실상부한 국제평화도시가 되고, 한반도의 평화는 공고화되는 것일까? 필자는 이러한 의문들을 미국 정부와 국방부에서 나온 문서들과 관계자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추적해보고자 한다. 이 작업을 통해 필자가 도달한 결론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 그곳 주민은 물론이고 한반도 전체 주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추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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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방어 위해 PAC-3 대거 배치

현재 평택에는 두 개의 미군기지가 있다. 평택시 남부에 있는 캠프 험프리(K-6)와 북부에 있는 오산 공군기지(K-55)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한-미 양국은 지난해 서울 용산기지와 경기 북부 2사단을 2008년까지 평택기지로 재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캠프 험프리에 285만 평, 오산 공군기지에 64만 평의 토지를 추가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미 국방부가 2004년 9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캠프 험프리가 해외 주둔 미군기지 가운데 최상등급에 해당하는 ‘주요작전기지’가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주요작전기지는 미군이 영구 주둔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는 곳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최첨단 무기체계와 지휘통제 시설의 강화, 그리고 미군과 가족의 숙소 및 편의시설 등이 포함된다. 일종의 ‘허브 기지’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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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국은 제7공군이 주둔하고 있는 오산 공군기지를 동북아 전투사령부로 재편하기로 결정했고, 2004년 말에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에 있는 제35방공포 여단 본부를 오산 공군기지로 이전했다. 이는 오산이 미국의 동북아 공군 및 미사일방어(MD) 체제 작전의 핵심기지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주한미군사령관은 올해 3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이미 오산 공군기지에는 패트리엇 최신형인 PAC-3 배치가 완료됐고, 추후에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 등 추가적인 MD 체제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야를 넓혀 앞으로 달라질 남한 전체의 미군 지도를 보자. 먼저 동서로는 평택권과 대구·부산권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전자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요작전기지’가 되고 후자는 병참기지화로 귀결될 것이다. 남한의 서부를 다시 세로로 나눠보면, 평택권을 중심으로 수원-평택-군산-광주로 벨트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산 공군기지에 동북아 공군사령부를 창설해 미 공군력의 전초기지로 삼을 계획이다. 또한 제7공군 제8전투비행단이 주둔하고 있는 군산 공군기지를 공군력 투사의 근거지로 삼으면서 2003년에 PAC-3 배치를 끝냈다. 특히 이 기지에는 최근 F-15E 전투기와 F-117A 스텔스 전폭기 등이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지형 숙지 훈련을 벌이고 있다. 수원과 광주도 유사시 미 공군력 전개의 주요 기지로 쓰이는데, 이들 도시의 기지에도 PAC-3가 배치됐다.

미 군사력, 특히 공군력이 한국의 서남부에 집중되면서 유사시 이들 기지를 방어하기 위해 PAC-3를 대거 배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이를 ‘미 공군력 및 MD 벨트’라고 불러왔다. 이를 미 국방부가 정의하고 있는 기지 개념으로 설명하면, 캠프 험프리는 주요작전기지가 되고, 공군력이 집중된 오산 공군기지와 군산 기지는 전진작전기지가 되며, 수원과 광주는 협력안보지역이 된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군사력을 최적화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기지 재배치를 비롯해 주한미군에 일대 혁신을 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신군사전략과 이를 위한 ‘군사변혁’ 및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그리고 주한미군의 변화에 대한 종합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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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수 줄어도 작전수행 능력 크게 강화

먼저 미국의 신군사전략은 탈냉전 이후 네오콘 등 미국 강경파들의 구상과 이를 집대성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잘 드러난다. 2002년 9월 발표된 부시 행정부의 전략보고서는 크게 3가지 군사적 목표를 담고 있다. 첫째는 9·11 테러 이후 선포된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승리고, 둘째는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 이란, 이라크에 대해 “필요하다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며, 셋째는 “우리의 군사력은 잠재적인 적들이 미국의 힘을 능가하거나 대등해지려는 희망 아래 추구하는 군사력 증강을 좌절시킬 정도로 충분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전략지침을 구체화한 것이 바로 ‘군사변혁’과 GPR이다. 당초 군사변혁은 정보기술을 이용해 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감시·정찰(C4ISR)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뜻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군사변혁의 개념을 확대해 무기와 장비의 현대화뿐만 아니라, 21세기에도 미국 군사력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총제적인 군사체제 및 개념의 개편을 달성한다는 의미로 쓰고 있다. 과거의 군사변혁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밝히는 군사변혁 추진 배경과 목표는 △신속한 군사적 대응능력 확보 △미 군사력의 신속기동군화를 통한 지리적 한계의 극복 △미 본토를 방어하면서도 “신속하고 결정적으로” 적을 격퇴할 수 있는 능력 확보 △분쟁을 억제하고 잠재적 경쟁자를 단념시킬 수 있는 군사력의 수위 확보 등이다.

이런 군사변혁은 “2차 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는 “군사변혁의 일환으로 국방부는 포괄적이고 (새로운) 전략에 기초해 해외 주둔 미군의 규모·위치·형태·능력에 대한 재검토를 추진하게 됐다”면서, 이를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lobal defense posture review)로 명명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2003년 11월 하순에 GPR를 발표하면서 “냉전 해체 이후, 우리나라와 우방 및 동맹국들이 직면했던 (소련 등 공산국가의) 위협은 깡패국가와 글로벌 테러리즘,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와 연계된 예상치 못한 위험들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며, GPR는 이러한 위협을 분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군사변혁과 GPR가 주한미군에 가장 먼저 적용되었다는 것이다. 럼즈펠드는 여러 번에 걸쳐 주한미군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낸 바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 침공을 한창 준비하던 2003년 3월 초에 그는 “주한미군의 많은 병력은 전방에 얽매여 있는데 이는 유연성을 크게 떨어뜨려 주한미군을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없게 만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불만은 2004년 여름 2사단 일부 병력의 이라크 차출과 주한미군 변혁의 가속화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 것일까. 위에서는 기지 재배치를 중심으로 설명했는데, 최근 주한미군의 변화는 그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04년 3월31일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의 미국 상원 증언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러포트는 이 증언에서 ‘주한미군의 변혁’(transformation of USFK)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의 재편 방향을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장비 현대화와 새로운 작전 개념 실행을 통해 전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는 3년간에 걸쳐 110억달러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정보력, 그리고 MD 등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5026 및 5029’ 등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것 등으로 나타난다. 둘째로 전력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의한다는 것인데, 이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말에 압축된 것으로서, 북한과 중국에 대한 예방적·선제적 군사 개입과 ‘테러와의 전쟁’ 등 동북아 지역 밖으로의 원활한 이동과 작전 수행을 그 내용으로 한다. 끝으로 지속적인 주둔을 위해 기지와 병력을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주한미군의 병력 수는 줄어들지만 작전수행 능력은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다시 최초의 질문인, “왜 주한미군이 평택으로 모이려는 것일까”로 돌아가보자. 주한미군의 주력부대가 한강 이북에서 평택권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심대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기지 재배치가 끝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야포 사정거리에서 벗어난다. 이를 “한반도 전쟁 발발시 미군 사망자가 5만~1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1994년 미군의 분석과 연관시켜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필요하다면”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는 이른바 ‘부시 독트린’을 채택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듯 주한미군의 공격력·정보력·방어력을 대폭 증강시키고 있다. 한반도 전쟁시 미군의 피해를 크게 줄이면서도 공격 능력은 강화하는 형태로 주한미군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2년 전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나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군사력을 쓰게 될 것이다.” 북핵 문제의 해결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반면에,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국 군사력이 무섭게 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동아시아 지도를 펼쳐보면 잘 드러나듯이 오산 공군기지를 포함한 평택권을 중심으로 수원-평택-군산-광주를 잇는 ‘미 공군력과 MD 벨트’는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의 심장부와 가장 가까운 미군기지다. 그리고 미국의 신군사전략의 핵심 목표는 전략적 경쟁자의 출현을 미리 좌절시키겠다는 것이고, 그 대상은 바로 중국을 뜻한다. 필자가 만난 중국의 안보전문가 및 미 국방부 고위 관리와의 대화를 소개하면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2004년 7월과 11월에 만난 중국의 안보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한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군에 발진기지를 제공하면, 중국은 그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올해 5월 초 펜타곤에서 만난 국방부 고위 관리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라며 필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약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는데 일본 정부가 주일미군의 출동을 반대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이에 대해 필자가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만약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이 투입되는 것을 반대하면 안 된다는 뜻이냐?”고 반문하자, 그는 “바로 그거다”라고 답했다. 이 두 가지 발언을 종합하면 미국은 중국과의 군사 충돌시 주한미군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고, 중국은 이럴 경우 한국의 미군기지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소멸까지 가져올 수도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북-미 간의 전쟁도, 미-중 간의 군사충돌도 극단적인 가정이 아니냐고. 그러나 우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위협론’이 맹위를 떨치면서 미-중 관계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과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미-일 동맹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불안의 조짐이기도 하다. 최악의, 그러나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우리 앞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전쟁의 가능성은 분명히 낮다. 그러나 계획된 전쟁보다 우발적 충돌, 오산과 오판에 의한 전쟁이 더 많다는 것이 인류 역사의 증언이다. 더구나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특히 한반도와 같이 땅은 좁고 군사력은 밀집돼 있으며,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역에서는 국가와 민족의 소멸까지도 가져올 수 있다. 평택기지 문제가 그곳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닌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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