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도 노동자도 아닌 신분, 운송업체 반발로 해결책 마련 어려워
정부는 화물의 알선 정보 시스템 강화하고 운전자 복지대책도 마련해야
▣ 권오경/ 인하대 교수·아태물류학부
덤프연대에 이어 레미콘연대, 화물연대까지 파업 대열에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는 산업계와 일반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만의 파업으로도 엄청난 ‘물류 대란’이 빚어진 것을 경험하면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됐기 때문일 터이다.
화물운송은 정책적으로 중요한 사안
지난번 화물연대 파업사태 때 평소 집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던 대형 트럭들이 항만과 도로를 점거한 채 머리띠를 두른 운전자들과 경찰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TV 화면을 통해 접했던 시민들은 다행히 파업사태가 진정됐을 때 다시는 같은 장면을 시청하지 않게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는가?
정부가 지난번 파업사태 때 약속했던 사항들을 지키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문제가 새롭게 발생했는가? 이도 저도 아니면 단순한 집단 이기주의의 산물인가?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지역의 노점상들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수입이 자꾸 줄어들어 노점상들이 생계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불만이 많아 함께 회의를 했다. “경기가 어려운지 요즘 손님이 자꾸 주는 것 같아.” “자재값이 올라서 가격을 올려야겠는데 손님이 줄어드니 그럴 수도 없고.” “이 지역에 노점상이 너무 많은 것 아니야?” “요즘 구청이 단속을 너무 심하게 하는 것 같아.” “자, 여러분 구청장을 만나서 확실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합시다.” 이제 얼마 뒤면 이들 노점상은 귀중한 영업시간을 접고 구청 앞이나 거리로 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구청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내놓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을 것이다. 경기침체로 손님이 감소하는 것을 해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재값을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마도 구청에서 일정기간 단속을 유예하는 것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화물연대의 문제도 비슷한 맥락에서 문제의 본질을 살펴볼 수는 없을까?
화물운송은 우리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원으로 원자재의 공급이나 생산된 제품의 판매와 수출을 원활하게 하여 우리가 생산하는 상품의 소비자 가격과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분야다. 때문에 지난번 파업사태 때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문제 해결을 주도한 바 있다.
사실 현행법 체제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자기 차량을 소유하고 영업을 영위하는 일종의 자영업자로서 정부가 개입해 최소한의 수입을 보전한다거나 이들을 노동자로 여겨 관련 대책을 세울 논리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최근 노동계에서는 이들을 ‘특수고용 노동자’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
이는 우리나라 물류산업의 독특한 산업구조에서 기인한다. 현재 원자재나 수출입 화물을 주로 운송하는 5t 이상의 화물차에 대해서는 일정 대수 이상을 보유한 업체에만 화물운송업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 만일 업체가 모든 차량을 직접 소유하고 운전자를 고용해 영업한다면 당연히 운전자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업체들이 직접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들이 업체의 명의를 빌려 업체에 소속되기는 하지만 운송할 화물은 알선업체를 통해 확보하는 ‘지입제’라는 관행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때문에 법적으로 차주들은 노동자도 아니고 자영업자로 보기에도 문제가 있는 어중간한 처지에 빠져 있는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5t 이상의 화물차에 대해서도 5t 미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별면허를 발급해 이들이 자영업자로서 직접 화주나 운송업체와 공식적인 계약관계를 맺고 영업활동을 하게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규제완화 정책이 논의되기도 했지만 기존 운송업체들의 반발이 심하고 차주들도 시장에 더 많은 차량이 진입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법 과정에서 등록제로 완화됐던 게 오히려 면허제로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단순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개인택시의 경우와 같이 개별면허 발급조건을 강화한다면 실행이 불가능한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아무래도 기존 운송업체들의 반발이 더 큰 요인이 아니었나 짐작된다.
화물연대 파업사태는 분명히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있다. 이는 정부도 화물연대도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화물운송을 포함한 물류산업은 경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현재 화물자동차의 공급이 시장의 운송 수요를 크게 초과하고 있다. 이는 이전의 시장진입 규제완화로 차량의 공급이 대폭 증가한 것도 원인이지만 더 본질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의 경기침체가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최근 유가의 급등은 차주들에게 이중고를 가져다주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시장의 문제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품과 달리 화물차는 수급이 단기간에 조정될 수 없다. 때문에 최소한 5년 이상의 장래를 바라보고 수급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면세유 공급은 다른 부분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것 같고 표준운임의 책정은 기존 운임 자유화 정책에 역행되기도 하고 도입된다 하더라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까 하는 점에서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화물차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수요를 감안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 성수기에는 화물차 공급이 부족해 기업들은 화물차 수배와 운임 상승에 따른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방향별 수요의 불균형’도 문제다.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수요는 많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공급이 많아 빈 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화물차가 빈 차로 다니는 비율인 공차율이 50%나 된다고 한다. 이것을 10%만 줄인다 하더라도 상당한 원가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근본적 치유책은 경기 활성화
사실 정부는 그동안 화물차의 공차율을 줄이고 운송 시스템을 효율화하기 위해 알선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물류 정보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기존 알선업체를 포함한 업계와 차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저조해 추진 성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정부는 업계가 차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복지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물차 휴게소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 1일 운전시간을 제한해 피로 누적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운송 수요를 좀더 많은 화물차가 나누어 가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치유책은 경기 활성화를 통해 운송 수요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새로운 물류 수요를 개발하는 데 눈을 돌려야 한다. 동북아 물류중심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외국 기업의 물류센터와 물량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다른 모든 논의에 앞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략과 실행 방안의 모색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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