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로 운송 노동자들의 요구는 노-정 합의 해도 이뤄진 게 없으니 들어 달라는 것…매출의 절반 넘는 유류비의 해결책은 면세유… 운임 떼먹는 불법 하도급도 단속을
▣ 임지혜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3년 파업으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화물연대가 2년 뒤인 2005년 또다시 전면 총파업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덤프연대가 지난 5월에 이어 10월13일 총파업에 돌입했고, 건설운송노조 소속 레미콘 노동자들 역시 10월21일 하루 총파업을 벌이는 등 육로 운송 노동자들이 같은 시기에 맞물려 투쟁을 진행 중이다.
경유 보조금은 임시적 방편일 뿐
각기 다른 레미콘, 덤프트럭, 화물자동차 노동자들이지만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의 요구는 두 가지로 집약된다. 바로 ‘생존권 보장’과 ‘노동자성 인정’이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요구를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유가 보조와 면세유 지급 △다단계 하도급 철폐와 운송료 어음 지급 관행 근절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다. 2003년 5월 △면세유 지급 △불법 다단계 근절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내걸고 이미 파업을 진행한 바 있는 화물연대는 2005년 10월 또다시 같은 요구를 내걸고 있다. 화물연대는 2003년 노-정 합의로 유류세 인상분 100% 지급, 하도급법 개정 등을 이뤄내긴 했지만 핵심적인 요구는 이뤄진 게 없기 때문이다.
현재 화물운송 시장은 복잡한 불법 다단계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덤핑 경쟁으로 운송료가 정체돼 있거나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런데도 월매출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비는 1995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비용 부담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1일에 추진된 2차 에너지세제 개편에서는 휘발유 대 경유의 가격 비율을 기존 100 대 75에서 100 대 85로 조정하기로 해, 경유 가격은 세금 인상분만 반영해도 ℓ당 1300원 선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류비 인상은 운송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떠올라 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조사(2005)에 따르면 화물운송 노동자의 월평균 순운송 수입은 169만원으로, 전체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19만원의 77.2% 수준이다.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상황도 마찬가지. 2003년 교통개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덤프트럭 노동자들의 월평균 적자액은 94만8999원, 덤프연대 자체 조사 결과에서도 덤프트럭 노동자의 평균 부채는 3898만원에 이르렀다.
레미콘과 덤프트럭, 화물자동차에 부과되는 경유세를 면제해달라는 요구는 이처럼 생존권을 위협당하는 형편에서 비롯되고 있다.
면세유 지급과 관련해, 화물연대는 지난 2003년 노-정 합의를 통해 2005년 이후 세율 조정으로 인한 경유가격 인상분 전액을 보조금으로 환급받기로 했으나 경유 보조금 지급은 제한적이고 임시적인 방편에 불과해 실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화물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또 덤프연대는 지난 5월 파업 이후, ‘공공 공사에 한정해 유류세 인상분의 계약금액 조정’ 방식을 도입했지만 전체 공사 중 민간공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60% 이상인 상황에서 공공 공사에만 한정된 유가 보조금 지급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덤프연대도 화물연대와 동일한 방식의 유가 보조금 지급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 면세유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국세청·공정위가 지속적 단속해야
화물 노동자들에게 현재 적용되고 있는 경유 보조금 지급도 지급 재원을 확보해 지자체에서 예산 부족으로 지급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급계획을 수립하고 통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지자체별 예산의 배정과 집행 내용의 투명성을 보장하라는 요구가 덧붙어 있다.
화물 노동자들의 이런 면세유 지급 주장에 대해 정부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또 덤프트럭과 레미콘, 화물자동차 등은 법 적용과 분류가 각기 달라 일괄적인 면세유 지급을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월21일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연대에 대해선 지난 2003년 이후 제도적인 보완과 함께 연간 72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파업 등으로 보조금을 확대해 재정을 악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유가 보조금 추가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면세유 지급 요구가 쉽사리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엿보게 한다.
화물 노동자들의 또 하나 중요한 요구 사항은 불법 다단계 근절 대책이다. 불법 다단계와 하도급이 심해지면서 하위 운송 단계로 내려갈수록 운송대금 결제가 현금보다는 어음이 많아지고, 덤핑 경쟁 등으로 운송료가 낮아지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3년 5월 노-정 합의 이후 정부는 불법 다단계와 관련해 지속적인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나 불법 다단계 알선 행위가 시정됐다기보다는 오히려 음성화·정교화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일반 카고트럭(화물차의 일종)은 평균 2~4단계의 주선으로 화주 지급 운임의 60~70%만 지급되는 실정이며, 컨테이너 운송의 조사대상 업체는 4단계를 거쳐 화주 지급 운임의 85%만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합동단속을 해야 하며, 실질적인 단속을 위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반드시 참여해 단속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또 다단계 근절을 위해 직접운송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알선료 상한제를 도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단속은 근본적으로 건교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하도급 단속과 관련해, 화물연대와 덤프연대 등이 합리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용을 검토해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어음 지급 관행 폐지와 관련해서는 시장과 민간의 영역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노동관계법 개정, 그 간절한 바람
물류 체계 개혁과 관련해 또 하나의 주요 요구는 불합리한 과적 단속을 시정하기 위한 이중 ‘계근제도’ 도입이다. 항만과 주요 공단, 공사현장에 ‘계근대’(무게를 재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 과적 차량이 도로로 나오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계근대는 단속용으로 도로에만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부정확하다는 시비에 자주 휘말리고 있다.
또 하나의 요구는 노동자성 인정 문제. 현재 덤프트럭, 레미콘, 화물자동차 노동자들은 운송회사와 알선회사로부터 포괄적인 지휘·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사업자등록증을 가진 지입차주라는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두 차례 파업으로 총 36명의 구속자가 발생한 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제’를 법제화해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제약을 만든 점은 덤프트럭, 레미콘, 화물자동차 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 때문에 덤프트럭, 레미콘, 화물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은 늘 핵심 요구 사항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선 이미 2003년 노-정 협의에서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 문제에 관해 노사와 성실하게 협의한다’고 한 바 있다. 그런데도 화물연대는 “이후 일체의 논의에서 배제하고 있으며 특히 2004년 말까지 진행한 실태조사 대상에서조차 제외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화물자동차 등 운송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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