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의문사위 조사 외면하던 국방부가 과거사 규명한다니
기록부터 다 내놓아 그 진정성을 보여줘야</font>
▣ 현정덕/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3과 2팀장 windroad@truthfinder.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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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자신들이 관련된 과거사를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군이 잘못되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절이 온 것인가. 1980년대 자행한 강제 징집과 녹화사업의 실체를 스스로 밝혀낼 것인가.
강제 징집과 녹화사업은 그 자체로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발상이었다. 신체와 사상의 자유라는 인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한 반인륜적인 기획이었다. 몇몇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통 받았다. 그들이 목숨을 내던지기까지 겪었을 갈등과 절망, 자괴감을 지금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또 남모르게 간직한 상처들을 아직 치유하지 못한 채 20년을 살아온 강제 징집과 녹화사업 대상자와 일부 심사 장교들의 괴로움도 헤아릴 수 없다. 대상자도 심사자도 피해자가 돼버린 지금, 실제로 이 사업을 입안하고 실행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망각과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문사위 건물 진입도 막던 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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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기와 2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조사관과 조사팀장으로 강제 징집에 대한 진실 규명에 나섰기 때문에 지난 시절 의혹 사건을 규명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다. 조사 능력 부족, 미약한 법적 권한 등 진상 규명을 쉽지 않게 만든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김두황·한영현·정성희·이윤성·최온순·한희철…. 강제 징집과 녹화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죽음에 대한 진실 규명은 이 계획을 입안·결정하고 집행한 전모를 밝히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부분적인 사실을 밝히는 데 그치고 있다. 전모를 밝히기 위해서는 관련 자료에 대한 접근, 이 계획을 입안·결정·집행한 사람들의 솔직한 자기 고백이 최선이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침묵하고, 해당 기관들은 정당한 자료 제출조차 거부해왔다. 이들은 “자료가 폐기됐다”고 말하지만, 정말 폐기됐음을 증명할 만한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직접 찾아가 진실을 규명하려 했지만, 그들은 협조를 거부했다.
지금부터 꼭 1년 전인 2004년 6월9일부터 11일까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녹화사업과 허원근 사건 등 군 의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기무사령부(과거 보안사)를 찾았다. 기무사에 보관된 자료실에 대해 법에 근거한 실지조사를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바로 그곳에 관련 자료가 있다는 많은 진술과 근거 자료를 기초로 실지조사를 진행했지만, 기무사는 첫날 상견례를 제외하고는 건물에 진입하는 것조차 가로막으며 실지조사를 거부했다. 김희수 상임위원 등은 기무사 정문에서 헌병들에게 “책임자를 불러달라”고 요구했지만 봉쇄된 출입문은 미동도 않았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한상범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어느 누구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실지조사 책임자인 김상인 준장에 대해 청문 기회까지 주었으나 기무사는 납득할 만한 어떤 소명도 하지 않았다.
<5공전사>부터 먼저 공개해야
그랬던 국방부와 기무사가 뒤늦게 과거 청산을 하겠다고 나섰다. 정말 의지가 있는 것일까. 국방부가 진정 과거를 청산하겠다면 먼저 1979년 12월12일부터 5공화국 출범까지 신군부 진영의 업적과 학원·노동·사회에서 분출하는 민주화운동이 종합적으로 서술돼 있는 9권(본권 6권·부록 3권)짜리 <5공전사>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쿠데타에 가담한 신군부 핵심 300백명을 인터뷰해 구체적 역할까지 담은 <5공 전사>는 쿠테타의 진실을 밝혀줄 역사서다. 그런데 단 3질만 만들어 하나는 전두환에게 바쳤고, 한질은 기무사 문서보존실에 보존돼 있다. 이것은 우리가 확인했다. 나머지는 또 어딘가 있을 것이다.
기무사과 관리하는 의문사 사건에 대한 마이크로필름 자료, 녹화사업 희생자에 대한 자료인 ‘사망사건보고서’ 등 관련 기록을 공개하고,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 과거의 진실은 말로 규명되는 게 아니다. 국민 앞에 이를 약속하는 것으로 과거 청산의 진정성이 있음을 먼저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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