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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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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웃’들의 집부터 살펴보자

등록 2005-04-27 00:00 수정 2020-05-03 04:24

<font color="darkblue">배회 고양이·비둘기와의 연대를 제안함… 시·군 단위에 ‘윤리위원회’ 만들 순 없을까</font>

▣ 강문일/ 전남대 수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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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가 사는 지역 내 생태계의 한 서식군으로 자리 잡은 ‘배회 고양이’를 아실 겁니다. 보통 때는 별반 관심이 없었어도, 발정기만 되면 공격성이 강해지고 음습한 괴성을 질러대며 출퇴근길에 무심코 지나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파헤쳐놓는 주범이기도 한 배회 고양이들!


정기 위생검사 빨리 시작해야

이들은 갑자기 우리 옆집에 인사도 없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와 고양이, 비둘기의 관계는 예의 없는 이웃이자 멋쩍은 사촌이어서, 우리는 서로 눈길만 줄 뿐 관심을 피해왔습니다. 사실 배회 고양이나 비둘기가 도심에 많아진 것은 인위적인 요소가 다분합니다. 우리가 이들의 ‘먹이’가 충분하도록 만든 원인 제공자요, 그들의 ‘살 만한 환경’을 본의 아니게 꾸려준 장본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싫든 좋든 배회 고양이와 비둘기는 우리 이웃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인간과 동물간의 바람직한 연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순서가 있습니다. 우리가 배회 고양이와 비둘기와 행복한 일상관계를 갖기 위해서는 먼저 배회 고양이와 비둘기의 서식밀도를 포함한 생태조사와 공중위생학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에 대한 정기 위생검사를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은 그들의 집을 찾아가 어찌 사는지 구석구석 형편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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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그들이 우리 곁에 살면서 이래저래 ‘몸짓’ 하는 것들에 대한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랍니다. 또한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이들이 생태계에 언제고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인간과 그들 사이의 공존 관계가 지속되려면 우리는 어차피 일종의 생활수칙이나 위생협약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곧장 그들에게 총부리를 겨누기도 하고 치명적인 약제를 쓰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나 이러한 방법들은 최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동물복지와 생명존중이라는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그런 점에서 요즈음 여러 지자체나 개인이 동물보호소를 만드는 것은 다행입니다. 배회 고양이의 가장 바람직한 서식밀도 조절법인 불임수술 뒤 재방사를 하는 지자체도 생겼습니다.

여러분이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과 이들 배회 고양이와 비둘기는 단지 주인이 없다는 것 외에 다른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하나 하려 합니다. 특별시를 비롯해 광역시와 시·군 단위에 ‘동물 생명 및 윤리위원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동물들의 보존과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일을 담당하는 행정가·과학자·동물단체·수의사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행정가·과학자·수의사 등이 머리를 맞대면…

이제 우리 모두가 합심해 그들에게 좋은 이웃으로서 주인의 몫을 조금씩 나눠가져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시 생태계에서 두개의 종(種)이 알콩달콩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처방입니다.

재밌는 것 한 가지. 법적으로 볼 때 배회 고양이는 도시에서 사람 곁에 머무르는 한, 환경부가 규정하는 ‘유해조수’가 아니라 현재 농림부가 관장하는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동물이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반대로 들이나 산에서 자연스럽게 야생 상태로 살아가면, 가축을 해친다 하여 ‘유해조수’로 지정되는 이중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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