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한밤의 고양이 포획 체험… 통덫에 미끼 넣고 불임 수술 대상인 ‘용감한 놈’을 기다리다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fandg@hani.co.kr
“제발 좀 덫에 들어가라.”
벌써 5분이 지났는데, 고양이는 통덫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만 했다. 주위에 뿌려놓은 유인용 먹이를 다 먹더니, 이제는 아예 취재진이 타고 있는 0.5t 트럭을 보고 주저앉았다. 사진기자의 ‘찰칵’ 셔터 소리에 귀신 같은 녹색 눈으로 취재진을 바라본다.
“오, 움직인다. 그래, 그래, 그쪽으로 가라.”
“밤새 잡으면 50마리는 거뜬”
하지만 고양이는 통덫을 뒤로 하고 취재진 앞으로 되레 전진, 모래더미를 앞발로 고르더니 털썩 주저앉는다. 이놈이 일을 보는구나. 고양이는 자신의 ‘청결함’을 자랑이라도 하듯 다시 모래를 헤집어 배설물을 숨겨놓는다. 그러기를 10분째. 참다 못한 수원시 고양이 전문 포획인 김명호(42)씨가 자동차의 시동을 켠다. 기계음에 깜짝 놀란 고양이가 뒤로 내빼더니, 다시 통덫 안의 먹이에 흥미를 느낀다. 그러더니 이내 미끄러지듯 통덫 안으로 들어간다. 철컥. 고양이가 닭튀김을 입에 물자 통덫의 문이 닫힌다. 오늘의 포획 고양이 5호.
고양이 사냥은 4월18일 밤 10시30분부터 시작했다. 포획 장소는 수원시 권선구 입북동. 이곳의 한 빌라에서 밤새 우는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못살겠다는 민원이 들어와 ‘출동’한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해부터 배회하는 고양이를 단계적으로 불임수술한 뒤 방사하고 있다. 사업비는 포획비와 불임수술비를 합쳐 1마리당 10만원. 민원이 빗발쳐 이미 한달여 만에 연간 목표량인 200마리를 다 채웠다. 그래서 이날은 포획한 뒤 1마리만 불임 시술을 하고 나머지는 풀어주기로 했다.
장비는 0.5t 트럭과 19개의 생포 덫, 고양이 유인용 먹이, 랜턴이 전부다. 그런데 0.5t 트럭이 문제였다. 김씨와 사진기자와 나, 이렇게 사람은 3명이었으나 좌석은 2개였다. 장유유서. 셋 중에 가장 젊은 내가 트럭 짐칸에 몸을 실었다. 입북동은 소형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고, 주변에 야산과 공터(나대지)로 이어진 곳이었다. 6년째 고양이를 잡은 김씨는 동네에 들어서자마자 감을 잡은 듯 보였다.
“여기 고양이 많아요. 밤새 잡으면 50마리는 거뜬할 것입니다.”
구형 연립주택 지하와 조립식 건물의 틈새 등 고양이가 숨을 만한 곳이 많고, 공터와 집 앞에 쌓아둔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는 등 지리와 환경이 천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50마리 잡다가 밤새겠다 싶어 10마리를 목표로 하자고 했다. 과연 0.5t 트럭을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돌자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튀어나왔다. 모두가 하얀 털에 검은 털이나 노란 털이 섞인 잡종 고양이였다. 하기야 이곳에 페르시안 고양이가 나다닐 리야 있겠나.
‘맛보기’로 A구역에서 목격한 고양이를 3분 만에 잡았다. 김씨가 알려준 고양이 포획법은 간단했다.
① 고양이를 발견하면 미리 준비해온 통덫을 놓는다. 가로세로 90×20cm 크기의 통덫 안에 닭튀김을 집어넣는다. ② 통덫 주변 1m 둘레에 특수 제작된 유인용 먹이를 뿌린다. 김씨는 “유인용 먹이는 나만의 ‘비법’”이라며 성분에 대해서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③ 고양이가 유인용 먹이를 먹고 나면 통덫이 닫힌다. ④ 통덫을 거둬 불임 시술을 위해 동물병원으로 보낸다.
고양이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1호’를 잡은 데 이어 슈퍼마켓 옆집 앞에서 음식물쓰레기를 파헤치고 있는 두 번째 고양이를 잡았다. 하지만 속도는 더뎠다. 고양이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비추는 트럭 불빛 때문에 주춤거렸기 때문이다. 동네 중앙에 있는 슈퍼마켓에 들러 커피를 한잔 마셨다.
“뭣하러 고양이를 잡으려고 해요? 여기 별로 고양이 없어요. 사람 찾아온 동물 내쫓는 거 아닙니까?”
커다란 불독을 키우는 슈퍼마켓 아저씨는 야심한 밤의 ‘유난’이 못마땅한 눈치였다. 하지만 바로 옆집 아저씨는 말이 달랐다.
“제발 좀 많이 잡아가세요. 이놈들이 여기저기 뜯어놔서 쓰레기봉투를 밖에 내놓을 수 없다니까.”
휴식을 마치고 다시 고양이 수를 늘려갔다. 덫을 놓고 기다리다가 ‘덜컥’ 소리가 나면 묵직해진 덫을 화물칸에 실어나른 뒤 옆에 앉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손이 젖었다. “고양이 오줌이지요.” 김씨가 웃었다.
포획 결과 토대로 ‘고양이 영역도’ 그리다
5마리를 잡으니 새벽 2시가 다 됐다. 마지막 1마리만 더 잡기로 했다. 단독주택의 대문가에 불독만 한 수컷이 사자처럼 어슬렁거렸다. A영역의 대장인 게 분명했다. 용감한 이놈은 덫을 앞에 두고 뜸을 들이지 않았다. 하기야 고양이가 ‘덫’이라는 매우 정치적인 기계를 본 적이 있겠어? 다만, 그렇게 욕심 많던 인간이 살진 닭다리를 아주 ‘부자연스럽게’ 줬을 뿐이다. 고양이에겐 속고 속이는 ‘덫’이라는 인간의 셈법이 낯설 터. 이놈은 1분도 채 안 돼 닭다리를 집었다. 덜컥.
고양이 영역도를 그렸다. 이날 고양이를 포획한 지역에는 모두 5개의 영역이 있다. 3마리를 잡은 A구역은 빌라가 밀집된 곳으로 이곳에서 먹이를 공급받고 은신처로 삼는다. B구역은 중앙의 슈퍼마켓과 공터의 음식물쓰레기가 주요 먹이다. C구역에서는 4동이 있는 ㅇ아파트의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소가 보물창고다. 김씨는 이곳에 적어도 15마리 이상이 사는 것으로 추정했다.
고양이 영역도를 그리고 난 뒤 6마리의 고양이 가운데 수컷 하나를 빼고 나머지는 모두 풀어줬다. 마지막 잡은 ‘용감한 놈’과 함께 트럭 짐칸에 올랐다. 불임 시술을 하러 동물병원으로 이놈을 가져다놔야 한다. 통덫 안에는 용감한 놈이 꼬물락거리며 ‘야옹야옹’ 울어대고, 내 몸에선 닭튀김과 고양이의 노린내가 피어올랐다.
한참을 달리니 경찰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따라왔다.
“8574번, 8574번, 정지!” 신호등 앞에서 트럭에 바짝 붙더니 경찰차 창문이 열렸다.
“사람을 짐칸에 태우면 어떡해요. 동물도 아니고. 다음에 또 그러면 인권침해로 인권위에 진정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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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영역의 황제 ‘용감한 놈’은 포획 이튿날인 4월19일 오후 수원 권선구 고려동물병원에서 거세 수술을 받았다. 12시간 만에 다시 만난 놈은 얌전한 고양이가 돼 있었다. 하얀 털만 씻겨주면 우아한 페르시안 고양이라고 해도 몰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송민형(36) 원장이 철제 상자를 열자마자 ‘용감한 놈’은 수의사를 훌쩍 뛰어넘어 내달렸다. 좁은 동물병원에서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송 원장과 신승혁(34) 부원장은 올가미를 들고 쫓았고, 기자는 1층 계단으로 내려가는 퇴로를 막았다. 이놈을 잡는 데 10분이 걸렸다.
“지난해 고양이 200마리를 수술했는데, 이렇게 탈출한 놈은 단 3마리였어요.” 역시 용감한 놈, A영역의 황제였다.
마취주사를 2대나 맞고서야 고양이는 수술대에 올랐다. 간단한 육안검사를 했는데, 건강상태는 이상이 없었다. 나이는 3살, 무게는 4kg. 지나치게 마르거나 병에 걸린 게 분명하면 안락사시킨다. 어차피 포획 영역에 방사해봐야 얼마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성시술은 간단했다. 고환을 빼고 정관을 묶었다. 절개 부위는 생체본드로 붙이고 항생제 주사를 놨다. 모두 10분이 걸렸다. 불임수술을 당하는 고양이의 눈은 저항할 여력을 상실한 듯 힘이 빠져 있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경험, 인간의 손길을 느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리라.
수원시가 동물병원에 불임수술로 지급하는 비용은 수컷은 5만원, 암컷은 10만원이다. 반면 인간한테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 집고양이는 ‘옵션’에 따라 고급 수술을 받기도 한다. 송 원장은 “고양이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흡입 마취제를 쓰면 수컷은 10만원, 암컷은 30만원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배회하는 고양이는 종합검사나 예방접종의 혜택도 누리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불임수술비만 지원하기 때문이다.
“중성수술을 시킨 뒤 방사하는 것은 고양이가 그곳에 가서 자기 영역을 잘 지키라는 거예요. 안 그러면 다른 영역의 고양이들이 쳐들어와서 되레 고양이가 더 많아지거든요.”
‘용감한 놈’은 회복시간을 가진 뒤 다음날 새벽 자신의 영역을 지키러 입북동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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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에어컨에 둥지를 틀고 하늘에서 무차별적으로 배설물을 살포하는 비둘기 때문에 시민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도심 비둘기를 허가 없이 사냥하거나 죽여선 안 된다. 환경부는 비둘기를 유해조수로 지정했지만, 이는 도심 비둘기가 아니라 시골에 사는 멧비둘기다.
우리 조상들은 새들로 인한 건축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중요 건축물에는 ‘부시’라는 그물망을 쳤다. 지금도 고궁 전각의 처마를 보면 참새나 비둘기 따위의 새가 앉지 못하게 쳐놓은 그물을 볼 수 있다. 요즈음에는 비둘기의 생태적 습성을 이용하거나 첨단 기기로 비둘기를 내쫓는다. 비둘기 전문 퇴치 회사도 3곳이 생겼다. 비둘기 퇴치 회사들은 비둘기를 사냥하거나 죽이지 않고 쫓아낸다. 비둘기의 밀집 공간을 없애고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하는 게 주요 업무다.
이 가운데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좋은 건 ‘비둘기 쫓는 풍선’이다. 풍선은 비둘기의 천적인 매 모양을 하고 있다. 홀로그램 효과로 매의 눈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비둘기들은 매가 자신을 뒤쫓는다고 생각해 도망친다고 한다.
비둘기 둥지를 없앤 뒤에는 그 자리에 끝이 뾰족한 창살형 기구를 설치한다. 하지만 둥지에 대한 애착이 큰 비둘기는 상처가 나면서까지 창살형 기구 위로 날아오른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둘기가 희생된다.
비둘기떼가 자주 모이는 ‘놀이터’에는 끈끈이형 약품을 발라놓기도 한다. 바퀴벌레처럼 꼼짝없이 잡히진 않지만, 비둘기는 털이 빠지고 발이 달라붙는 불쾌한 기억 때문에 다음부터 같은 장소에 들어오지 않는다. 2001년 경기 의정부 시민회관은 이 방법을 총동원해 1천여 마리였던 비둘기 수를 150여 마리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비둘기 퇴치 전문회사인 ‘미츠’의 정동원 이사는 “비둘기의 대다수가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며 “지역 사회가 함께 비둘기를 관리해야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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