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정보 입수한 뒤 ‘핵 단지 칼팍캄’의 원자로 전원만 내리고 쓰나미 경계경보는 발령 안 해
▣ 델리=프라풀 비드와이(Praful Bidwai)/ <타임스 오브 인디아> 전 편집장·핵 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인디아는 12월26일 동남부를 강타한 쓰나미(tsunami)로 지금까지 이미 8천여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지난 40년 사이에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강진으로 알려진 이번 수마트라 지진이 안다만을 지나 인디아에까지 영향을 미친 원인은 아무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쓰나미, 인디아의 세 가지 논쟁거리
어쨌든 영안소는 가득 메워졌고, 시민들은 슬퍼했다. 그리고 인디아 정부는 막대한 물자를 동원한 구호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그 작전은 여러 가지 결함을 드러내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타밀 나두 지역의 희생자들을 48시간 동안이나 굶주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사망자 60여명을 낸 첸나이로부터 7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핵 단지 칼팍캄(Kalpakkam)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라고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언짢은 의문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칼팍캄은 원자로 두개를 지닌 주 연구소로, 특히 14MW급 작은 고속증식로가 위험성을 지녔고, 현재 만들고 있는 500MW급 주 고속증식로가 완성되면 세계 최대의 원자로가 된다).
<아시안 에이지>(The Asian Age) 신문은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칼팍캄이 유령도시가 되었다”라고 전한다. 이에 정부는 둘 가운데 하나를 이미 정지시킨 상태였고, 다른 하나는 쓰나미가 연안을 강타했을 때 “안전하게 폐쇄시켰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칼팍캄 과학자들은 “수마트라 지진 발생 소식을 듣자마자 이미 원자로 전원을 내렸다”라고 밝힘으로써 강한 의문을 남겨놓았다.
“왜 정부는 지진 발생과 쓰나미 강습 사이에 두 시간이라는 충분한 시차를 두고도 다른 관계 당국자들에게, 예컨대 어업 당국 같은 쪽에 경보를 내리지 않았는가?”
쓰나미 비극은 인디아에서 세 가지 논쟁거리를 제기했다. “과연 이번 쓰나미 비극이 오직 자연재해였던가 아니면 자연재해에 인재와 사회적 요인들이 가중된 것인가?” “왜 인디아에서 사망자 수가 그렇게 많았던가?” “지진 다발 지역인 인디아에 경보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던 건 정부의 과실이 아닌가?”
첫 번째, 쓰나미 발생은 물론 자연과 인과관계를 지닌 재난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마땅히 인간에 의해 결정된다. 가장 치명적인 영향은 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이 받아왔고, 특히 취약한 해변에 살아온 소규모 고기잡이 어민들이 주된 희생자였다. 그들은 쓰나미가 발생하면 피할 데도 없을뿐더러, 쓰나미 경보 체계에 편입됐던 적도 없다.
모든 자연재해의 충격은 ‘사회적 결과’임에 따라 사회나 정부의 ‘절차’와 ‘설치’를 통해 전달된다. 그래서 자연재해는 그 결과를 놓고 볼 때 사회적으로 ‘중립적’ 성격을 띠지 않은 채, 특권층보다는 언제나 가난한 이들을 공격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들여다보자.
(1) 환경단체인 어스스캔(Earthscan)에 따르면 1만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지진은 아직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적이 없고, 오직 제3세계에서만 일어났다.
(2) 허리케인과 사이클론은 미국을 자주 공격했다. 그러나 같은 강도를 지닌 재해에서 그들의 희생은 방글라데시, 인디아, 필리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3) 자연재해로 일본은 평균 63명이 사망하는 반면 페루는 평균 2900명이 사망해 무려 46배나 높은 비율을 보였다.
(4) 거의 비슷한 시간인 1993년 인디아의 라툴보다 100배나 강한 지진이 발생한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단 1명이 죽었지만 라툴에서는 1만1천명이 사망했다.
(5) 1985년 허리케인 엘레나가 때린 미국에서는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1991년 사이클론이 강타한 방글라데시에서는 거의 50만명이 숨졌다.
소름 끼칠 정도로 취약한 비상구조 설비
왜 자연재해들은 인디아처럼 자연과 관련된 재해에 치명적 피해를 입는 가난한 나라들을 강타할까? 여기서 육체적으로 극히 취약한 이들이 혼잡하고 위험한 조건을 지닌 인구과밀 지역에 살도록 강박당해온 현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인디아 의료와 구호 시설은 절망적일 정도로 불충분해 어떤 재난에도 쉽사리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비상구조 설비는 소름 끼칠 정도로 취약한 실정이다.
두 번째 논쟁거리와 맞물려 있는 부분을 보자. 이번 재해로 인디아가 대규모 희생자를 내는 고통을 겪는 건 비교 대상국인 타이와 말레이시아보다 쓰나미 강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은 그쪽보다 강도가 약했다. 쓰나미의 격노는 진앙지에 가까운 동남아시아 부근에서 더 강력했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수많은 인디아 사람들이 죽은 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오두막에서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쉽사리 침수됐고 또 휩쓸려 떠내려가면서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었다. 바다에 떠 있던 고기잡이들이 최악의 영향을 받았던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정치는 사회가 자연재해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놓고 매우 난폭한 기질을 보였다. 만약 공식적인 정책결정 과정이 투명하다면 사상자 수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건 정치가 과도한 비밀 과정과 관료주의 그리고 정보 공유를 거부하는 인디아의 현실이 아니다. 카스트의 상층부를 이루는 인디아의 교조주의적 지배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혜택받지 못한 일반 시민들에게 구조작업과 구호사업, 심지어 비상 전화번호 같은 정보를 제공하는 일마저도 의무라고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인디아의 마을 도로와 건물 그리고 변방 통신시설은 매우 원시적인 수준이다. 그러니 수색구조, 소개, 응급처치 같은 비상대책은 매우 초라한 실정이다.
결국 이번 쓰나미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들은 ‘구조하고’ ‘치료했다’기보다 오히려 그냥 죽도로 놔두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바로 귀중한 생명을 손실로부터 ‘구할 수 있는’ ‘예방할 수 있는’ 상식을 거부한 현실로 나타났다.
세 번째 논쟁거리는 이렇다. 쓰나미 경보 체계를 갖추지 않았던 일도, 지진 발생과 쓰나미 강습에 이르는 과정이 충분한 시차를 지녔음에도 경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던 일도, 시민들을 소개하지 않았던 일도 모두 인디아 정부의 범죄적 태만죄가 아니겠는가?
그 대답은 단호하다. “그렇다. 범죄다!” 인디아 기상 당국은 수마트라 지진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대형 쓰나미 발생 가능성에 대한 정보도 약 두 시간 전에 입수했다. 그러나 그 정보는 뉴델리에 있는 농업부 산하 재해관리 부서에 전달되지 않았다. 인디아에는 근본적으로 그런 정보와 경보를 전달하는 절차가 부재하다.
모든 시스템을 개선해야 산다
또 다른 장기적인 문제는 쓰나미 경보 시스템을 위한 국제조정그룹이 1967년 하와이에 설립한 태평양쓰나미경보센터(Pacific Tsunami Warning Center)에 제도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던 점이다. 26개 국가가 참여한 이 조직에 인디아는 이방인이었다. 사실은 인디아뿐만 아니라 인도양 연안 국가들 대부분은 쓰나미의 인도양 해상 발생 가능성을 희박하게 여기며 참여하지 않았다. 예컨대 인디아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딱 한번 쓰나미가 공격했을 뿐이다”라는 식이었는데, 이런 억측들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심지어 지진관측 설비마저 부족한 인디아로서는 그런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인디아는 200개 지진연구소가 있지만, 각기 다른 기관들이 운영하는 연구소 사이에 매우 미약한 협조가 이루어질 뿐이다. 게다가 기상 당국이 운영하는 58개 지진관측소 가운데는 오직 17개만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묶여 있을 뿐이다. 그러니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도 또 적절한 경보를 내리는 일도 불가능한 상태다.
인디아는 이런 모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만약 다가올 또 다른 재해 앞에 소중한 생명을 무참하게 내던져버리지 않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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