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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 김근태 안 풀리네

등록 2004-09-21 00:00 수정 2020-05-03 04:23

[차기 리더 여론조사 | 열린우리당]

<font color="darkblue">각각 6 · 11위로 밀려나 지지율 정체… 이해찬 · 유시민 두각 속 천정배 · 신기남은 한참 처져 </font>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여권의 차기 대통령 후보는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 2007년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살아 있는 생물’로 불리는 정치판의 앞날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배려 속에서 ‘대권 수업’을 받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권의 ‘정규 주자’인 두 사람은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며 국민들로부터 국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잠재력을 인정받고, 자기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키려는 ‘몸부림’을 거듭하고 있다.

강금실 영입하면 우세 장담 못해

하지만 의 대중적 지지도 조사 결과 여권의 ‘대표 브랜드’인 두 사람에 대한 국민적 평가가 냉담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향후 전개될 여권 대선후보 쟁탈전의 불확실성은 한층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된 뒤 여권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아온 정동영 장관은 열린우리당 소속 후보군 가운데 단연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감도 30.8%, 능력평가 31.2%, 종합성적 31.0%로 여권 내에서 2위를 차지한 이해찬 총리를 9.4%포인트, 3위인 김근태 장관을 12.1%포인트나 앞질렀다. 일단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주자라는 사실은 거듭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정치권 전반을 통틀은 종합 순위에서는 6위에 머물러 ‘안방 경쟁력’만 높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특히 야당의 유력한 경쟁 상대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뒤처졌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는 이미 ‘흘러간 노래’로 평가해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정몽준 의원에게도 뒤쳐진 그의 성적표는 정권 재창출을 열망하는 여권 핵심부와 지지자들 사이에 적잖은 고민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권 일각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근혜 대표를 제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한 강금실 전 장관을 열린우리당이 전격 영입할 경우, 정 장관의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돌고 있다.

물론, 정 장관쪽은 이런 부진을 지난 4·15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노인 폄하 발언’과 이후 돌출한 ‘장애인 목욕 봉사 사건’ 등 대중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준 악재에서 비롯된 일시적 난기류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정 장관도 이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통일부 장관직을 강력히 희망했고, 노 대통령이 통일·안보 분야를 총괄하는 지위를 부여한 만큼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 앵커 출신이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1996년 정치 입문 당시부터 큰 인기를 누려온 그가 현재와 같은 ‘지지율 정체’ 현상을 거듭할 경우 여권 내부에서부터 ‘대안 모색’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근태 장관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김 장관은 그동안 확실한 대통령 후보군으로 부상하지 못한 이유를 “대중에게 능력을 알릴 기회가 없다”는 ‘기회박탈론’으로 단순화해왔다. 하지만 집권 여당 원내대표를 거쳐 복지부 장관에 기용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부여받았는데도 이번 조사에서 종합성적 11위로 밀려나면서 근본적 한계를 노출시켰다. 개혁세력의 적통을 자임하고 당내에 적잖은 계파 의원을 확보했지만, 그의 ‘대외 경쟁력’에 대한 회의론이 득세할 수 있는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특히 김 장관보다 상위에 오른 10명의 인사들 모두가 80% 중반 이상의 높은 인지도를 유지한 데 견줘 10% 이상 낮은 73.7%의 인지도를 기록하고, 호감도(19.1%)보다 능력평가(18.6%)가 더 낮게 나타난 것은 차기를 꿈꾸는 그에게 중대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좋은데 능력은 의문”이라는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가 그를 계속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김혁규 · 문희상 등 ‘원로’들은 낮게 나타나

반면, 이해찬 총리와 유시민 의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상당한 잠재력을 보이면서 본인들의 결단 여부에 따라 여권의 차기 주자 경쟁전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해찬 의원은 지난 5월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천정배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나이에 비해 선수가 높다는 이유로 뒷방 퇴물 취급을 받는 이른바 ‘젊은 원로’로 전락할 뻔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노무현 대통령 집권 2기의 실세 총리로 기용되는 행운을 거머쥐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교육부총리 시절 단행한 교육개혁 조치에 대한 반발 심리가 거셀 것이라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총리 임명 두달여 만에 종합순위 10위, 여권 내부 순위 2위로 급부상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권 내부에서 “확고한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노무현 정부가 부닥친 난제들을 원만히 해결한 데 따른 예정된 부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능력 우위론’을 바탕으로 여권 내 정규 주자로 치고 나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유시민 의원의 약진도 단연 돋보인다. 그의 정치 이력은 일천하다. 하지만 대중적 지지도가 김근태 장관에게 0.1%밖에 뒤지지 않는 성적으로 여권 내 4위로 떠올랐다. 그의 선전은 2002년 대선 때 친노무현 사단의 핵심으로 정권 창출에 기여했고, 그 뒤 ‘노무현 정권의 개혁 전도사’를 자임해온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해 개혁 성향 유권자들이 지지를 표출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는 5.3%만이 유 의원에게 호감을 나타낸 반면 열린우리당 지지자는 30.5%, 민주노동당 지지자는 36.7%의 호감도를 나타냈다. 한편, 열린우리당 안에서는 당 대의원 가운데 30~40% 이상이 그가 대표집행위원장을 맡았던 개혁국민정당 출신인 만큼 내년 1, 2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경우 파란을 일으키며 차기 경쟁 구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현직 열린당 핵심 지도부나 김혁규·문희상 의원 등 여권 원로들의 경우 여권 내부에서 차지하는 정치적 비중이나 당내 서열과 달리 국민적 평가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 차기 경쟁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 같다.

이부영의 실망스런 성적표

일단 14·15·16대 총선에서 내리 3선을 기록한 이부영 당 의장은 유시민 의원에 이어 당내 순위 5위를 기록했지만, 국민적 지지율은 12.5%에 불과했다. 그의 정치 이력에 비춰볼 때 실망스러운 성적표다.

정동영 장관과 함께 이른바 ‘천신정’ 그룹을 형성하며 노무현 정권 창출에 공헌한 신기남 전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도 각각 당내 순위 6, 7위를 기록했지만, 10%에도 못 미치는 낮은 대중적 지지율로 한참 뒤처졌다. 특히 종합순위 20위에 턱걸이한 신기남 전 의장은 인지도는 전체 16위인 69.2%로 다소 높게 나왔지만 호감도는 9.9%, 능력평가는 9.6%에 불과했다. 집권 여당 의장을 지냈고 부친의 일본헌병 근무 파문을 겪으면서 ‘유명세’는 치렀지만, 정치적 자산으로는 연결되지 못한 까닭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한때 ‘CEO형 총리’로 점찍으면서 각광받는 듯했던 김혁규 의원도 호감도 8.0%, 능력 9.6%, 종합성적 8.8%에 머물렀고, 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 출신으로 대통령 정치특보를 맡고 있는 문희상 의원도 낮은 인지도(55.7%), 호감도(6%), 능력평가(7.2%)를 보였다. 당내 386 가운데 대표 주자 격인 임종석 의원은 종합성적 27위, 이광재 의원은 31위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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