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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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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가 안 보인다?

등록 2004-08-06 00:00 수정 2020-05-03 04:23

미 대선의 핵심 이슈는 안보… ‘국제주의 노선’ 내놓은 케리, 유권자 마음 끌지 못해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이제는 안보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대선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전쟁이 중심 이슈로 등장했다. <usa>는 7월29일치에서 미 대선에 대한 지금까지의 일반적 인식은 대외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 특히 경제가 선거 결과를 좌우했지만 올 대선에서는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쟁이 경제 문제 못지않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셈이다. 이라크 현지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의 수가 11월 대선 전에 1천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갤럽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972년 이후 처음으로 이라크 전쟁이 대선에서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대답한 응답자들이 26%에 이르렀다. 반면에 경제 문제를 최우선 이슈로 꼽은 응답자는 16%에 그쳤다. 9·11 테러와 이라크전의 여파로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외교 정책이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결정적 요인으로 부상한 것이다.


케리, 공화당 영역에 도전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나 공화당 후보쪽 모두 표심을 사로잡을 안보정책 세일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수렁에 빠져 있는 이라크전 탈출 전략이다. 존 케리 상원의원은 7월29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하면서 외교안보 분야의 비전을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메시지는 비교적 간명하다. 자신은 강한 군대를 양성할 것이며, 국민을 전쟁으로 잘못 이끌지 않는 최고사령관이 될 것이며, 강하고 존경받는 미국을 만들겠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라크 전후 처리 해법으로 △이라크 재건 지원을 위한 동맹 구축 △대테러전을 위한 특수부대 2배 증강을 포함한 실전 미군 4만명의 추가 확보 △미국의 안보 강화를 위해 9·11 조사위원회의가 제시한 권고안의 즉각 이행 등을 제시하고 있다.
리처드 홀부르크 전 UN대사, 수전 라이스 전 미 국무부 차관보,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 등 케리 후보의 정책 참모들은 7월28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한목소리로 유엔의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이라크 전쟁을 결정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동맹과의 협력을 다시 강조했다. 라이스 전 국무부 차관보는 부시 행정부가 군사적 문제해결 방법에만 초점을 맞춘 탓에 이라크는 여전히 불안하고, 전세계의 테러리스트를 끌어모으는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정부는 동맹국들과 효율적으로 일하지 못했고, 그들을 존중하지도, 그들에게 자문을 요청하지도 않았다”면서 “우리는 동맹국 없이 테러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부시 현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과 가장 눈에 띄게 구별되는 케리 후보쪽의 정책은 ‘동맹 중시’에 모아지고 있다. 부시의 고립적인 외교 정책으로는 테러전쟁에서 이길 수 없는 만큼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중심 역할에 초점을 맞춰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효율적인 국가안보와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자는 게 케리 후보쪽 주장의 핵심이다. 케리 후보 당선시 국무장관 기용설이 나오고 있는 홀부르크 전 UN대사는 이를 ‘국제주의 외교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 후보가 교육, 노동 등과 같은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선점해온 이슈보다 자신의 확실한 국가안보관을 심어주는 데 힘을 쏟음으로써 부시 대통령이 우위를 점해왔던 힘, 가치관, 테러전 수행 능력 등에 맞서 싸울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는 “케리는 백악관을 상대로 공화당의 성공 영역에 대해 토론을 벌이겠다는 도전장을 냄으로써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원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도박에 모험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도 지적한 바 있듯이 케리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불만을 이용해 부동층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부시는 8월 중순부터 안보 부각

하지만 케리 후보의 안보 정책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확 끌어당기지는 못하고 있다. 가 7월30일치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전략을 찾고 있고 케리가 과연 부시와 어떻게 다른 이라크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지만, 케리는 그가 어떻게 그 문제를 다루는지 알고 있다는 확언만을 제시했다”고 폄하했다. 도 “케리 후보가 이라크 안정화 대책에 대해 새로운 구체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실망을 표시했다. <cbs>는 한발 더 나아가 “케리가 전시에 대통령이 되려고 하고 있지만 테러와 관련한 그의 상원 활동 내용은 우유부단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결국 이라크 수렁 탈출은 부시 현 대통령뿐만 아니라 케리 후보 모두에게 차기 대권을 향해 반드시 넘어야 할 최대 난제로 읽힌다. 사실 이라크 전쟁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테러 공격과 위협, 희생자 증가, 14만명에 달하는 미군의 불확실한 주둔 비용과 복무 기간 등은 부시 재선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미 국민의 40% 정도만이 부시의 이라크 정책을 지지하는 현실이 이를 반영한다. 퓨리서치센터의 앤드루 코훗 소장은 “이라크 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대선 가도에 가장 큰 골칫거리”라면서 “이라크에서 미국민 사망자 수가 11월 대선 전에 1천명을 넘어설 경우 이라크 전쟁 비용을 본격 부각시키는 국면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의 가장 주목해야 할 복병으로 여전히 이라크 사태가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따라서 부시 공화당 행정부도 이라크 희생자 막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이 대선 전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이 최대한 분쟁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또 공화당 진영은 부시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는 대테러전쟁 리더십을 더욱 부각시킬 작정이다.
미국의 민주당 대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재선을 향한 부시 대통령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화당은 8월30일부터 4일간 뉴욕시 맨해튼의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전당대회를 연다. 7월30일치 에 따르면 부시는 이번 대선의 분수령이 될 향후 2주 동안은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국내 이슈에 주력한 뒤, 8월 중순 이후에는 미국이 민주주의 확대에 성공했고, 미국인들은 국내에서 더 안전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 안보 이슈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방침이다. 부시쪽 반격은 민주당 대권 후보의 무경험과 일관성 부족, 국가안보 및 경제 정책의 부당성 지적 등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부시는 7월30일 선거 유세를 재개하면서 “케리 후보가 거의 20년 동안 상원의원직을 하고 있으면서 특별한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고 거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케리 후보가 8년간 상원 정보위원회에 있으면서 정보 예산을 삭감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히고 그는 미국의 정보시스템 개혁을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9·11 위원회’의 개혁안 서둘러 이행

그는 케리 후보쪽의 예봉을 사전에 꺾기 위해 쟁점 중 하나인 정보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당적 ‘9·11테러 진상조사위원회’가 권고한 개혁안의 시행을 서두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진상조사위가 567쪽 분량의 최종 보고서에서 제시한 40개의 권고안 가운데 일부는 이미 조치했으며, 백악관은 해당 사항의 목록을 담은 20쪽 분량의 보고서를 이미 배포한 바 있다. 케리 후보는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진실로 초당파적인 리더십과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조사위원회가 제안한 개혁안이 확실히 채택될 수 있도록 조사위의 활동이 더 지속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안보 문제에 기선을 잡으려는 두 후보간의 싸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결국 이번 미 대선은 누가 유권자들의 안보 불안감을 더 불식시키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cbs></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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